12월은 만들기의 달이 되려나 보다.
남들은 연말이라고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을지 모르겠다. 쥐뿔 아무것도 없다. 나의 일상은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언제나 유튜브 업로드, 집에서 공부, 서점이나 도서관 가서 책 읽기다. 아, 그리고 브런치 글쓰기다.
그런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이벤트를 찾아서 가는 것이다. 12월에만 벌써 세 번을 다녀왔다. 첫 번째는 흑백사진 찍기였고, 그다음은 크리스마스 캔들을 만들었다. 오늘은 화병에 유리를 붙여 꾸미는 워크숍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전부 무료다. 영등포구 만세. 나랏돈 만세. 이건 정말 여담이다만, 우리 집은 상위 1%로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나라도 이런 무료 프로그램을 잘 이용해야 한다.
오늘은 흑백사진 찍은 곳과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때 마음에 들어서 하나 더 신청했다. 그런 이벤트가 없으면 문래동에 갈 일이 없는데, '여기가 문래 창작촌이구나'하고 알았다.
오늘도 참 간단했다. 화병에 유리 조각을 붙이면 끝이다. 저 동글동글한 것들이 전부 유리다. 예를 들어, 초록색은 소주병에서 왔다고 하셨다. 수백 개의 유리 조각을 다 다듬으려면 상당히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 보니 손이 빨라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만들기를 좋아하더니,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다. 내일은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간다. 그것 역시 일종의 만들기다.
화병과 더불어 식물도 같이 주셨다. 살아있는 식물인데, 길게는 1년도 간다고 하셨다. 엄마의 영향으로 집에 식물이 많은데, 내가 가져온 것도 한몫을 하게 되어 기쁘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캔들 만들기 이후로, 이런 클래스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법 옅어졌다. 사람들이 호구조사 안 하고, 불편하게 안 할 수도 있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유리 붙이기에도 바빴다. 캔들 만들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중해서 해야 하니 나도 굳이 옆사람에게 말 걸고 싶은 충동이 안 들었다. 이런저런 재미난 클래스에 간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병원에서 말한 '사회 불편감'으로부터 극복도 되고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지금은 매번 '거봐. 괜찮잖아. 한국 사람들 있는데 너무 싫어하지 마.'하고 달래야 한다. 영국에서 사우스햄튼 네트워킹 파티 가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공고 보면 참아야 한다. 환장하게 다른 한국과 영국의 특징을 몇 번씩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한국 사람들 이러는 거 환장하게 싫다'라는 생각에 욱하면 비행기표를 끊어버리기 때문에 최대한 자극받지 않게 조심해 주는 게 맞다. 아하하하하하하. 이 문단도 괜히 썼다. 이미 몇 문장을 썼다 지웠다. 내 머릿 속은 지금 사우스햄튼 네트워킹 파티다. 한국에선 절대 그 비슷한 모임도 못 찾아본다. 일단 한국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한 자리에 다 모이는 펍부터 없다.
하지만 첫 번째는 강연, 두 번째는 클래스, 이렇게 방법을 다 찾아내지 않았나. 작년 하반기엔 내가 가진 불편감을 깨닫느라 상당히 우울했고, 올해는 이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을 스스로 찾는 시간이 되었다. 내년은 편안해질 일만 남았다. 아직 베타 테스트 같은 기간이라 불안한 게 당연하다. 강연 가면 한국 사람들 모여 있어도 안 불편하단 거 깨달은 지도 아직 얼마 안 됐는데, 많이 좋아졌다. 오늘은 오늘의 성취만 생각하자.
좋을 날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