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편법 알려드림

by 이가연

이미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초급을 다 해봤기 때문에, 초급 단계에서는 순서가 다 뻔하다. 이제 그 순서가 지겨울 정도다. 처음에 이름, 나이, 국적, 직업 묻고 자기 소개하고, 요일, 색깔, 날씨, 숫자, 가족 배운다. 현재 시제 했으면 과거, 미래 시제 나오고, 그다음엔 슬슬 거지 같은 시제들이 나온다. ^^ 영어에 have pp, had pp가 있듯이.


내 기준에서 과거, 현재, 미래 시제를 사용해서 문장이 자유자재로 구사가 가능하면 초급 완료다. ('그건 프리토킹 아니냐.' 싶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내 기준 ^^) 거지 같은 시제들이 어렵다면 중급이다. 그게 나의 스페인어 레벨이다.


스페인어, 불어에 욕 나오는 이유는 애초에 그 초급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는 단어마다 여자, 남자 성별 구분, 둘째는 나, 너, 그/그녀, 우리, 너희, 그들 6가지 동사 변화다.


그렇다면 그 초급을 대체 어떻게 넘기나! 스페인어 공부를 해봐서 약간의 편법이 있다. 물론 외국어 공부가 온전히 외국인과 1대1 대화가 목적인 사람만 해당된다.



첫째, 모든 단어에 남자, 여자 구분이 있다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다. 위 사진을 보면, 각종 나라 이름이 적혀있다. 불어를 몰라도, France 면 프랑스고, Italie면 이탈리아인 거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그게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다. 입 밖으로 안 나온다. La France인지 Le France인지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러시아'는 '로시아'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불어는 'La Russie 여성 명사란다' 외워야 한다. 여기서 저렇게 표를 보면 '우와 씨 저걸 언제 다 외워' 싶을 수 있다. 근데 생각해 봐라. 난 중국어로 프리토킹이 되는데, 방금 러시아가 중국어로 뭔지 까먹어서 찾아봤다. 살면서 중국인하고 러시아 얘기할 일이 생겼겠나. 한국인하고도 안 한다. (준네이티브인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언어는, 안 쓰면 계속 까먹을 것을 받아들였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나 이렇게 쉬운 단어를 까먹었어?' 하는 순간 인생이 고달파질 것을 깨달았다. 한국어, 영어 제외 모든 언어를 바삐 돌려가며 살아야 한다.)


어차피 내가 일상생활에서 언급할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수준이다. 누군가가 'L'Argentine'라고 말하면 아르헨티나인 거 뻔히 알아들을 거 아닌가. 뭐 하러 내가 지금 '이야.. 저 많은 걸 언제 다 외우냐' 하나. 그래서 난 중국어로 모르면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불어 실력은 중국어를 따라잡으려면 1년 반은 걸리기 때문이다. '이야 저기서 뭐만 외울까? 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은 알았고.. 아유 영국 해야지 그렇지. 뭐 호아요므니? 지랄하고 앉아있네..' 하면 재밌다. ^^


ADHD 공부법 같은데 분명 다른 사람들도 적용이 될 것이다. 다만 나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뭘 골라 외울까 자율성이 주어지고, 자기랑 관련이 되어야만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에 더 그렇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다.


Je vais 나는 간다

Tu vas 너는 간다

Il / Elle va 그/그녀는 간다

Nous allons 우리는 간다

Vous allez 당신은 간다

Ils / Elles vont 그들/그녀들은 간다


동사가 6가지 변형을 거친다. 그런데 내 목적이 프랑스인과 1대1 대화인데, 밑에 걸 쓸 일이 뭐가 있겠나. 솔직히 내 의사표현, '나는 간다'만 잘 말할 줄 알아도 된다. 누가 화장실 가는 거 같다고 하더라도 "너 화장실 가니?"라고 안 물어본다. 게다가 난 질문을 알레르기 수준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받기 싫어하는데, 남한테 왜 하겠나. 한국인이고, 외국인이고 질문으로 대화 이어지는 거 못 버틴다. 내가 질문하면 정말 아무 짝에도 관심이 없는, 비즈니스요, 전혀 안 궁금하고 입이 심심해서 한 소리다. (아... 한 명 빼고요. 주여...... 왜 몰빵하게 하셨나이까. 다른 사람들에겐 도저히 관심이 안 가고 한 명한테는 어디 사는지 500번도 더 물어보고 싶었다. 매일 궁금했다. 오 주여...) 글이 자꾸 딴소리하죠? ADHD를 견디세요


가족 얘기는 할 수 있다. "동생은 학교에 있다. 엄마는 저녁마다 운동한다." 같은 건 나올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 위에 나, 너, 그는 입에서 잘 나오도록 알아두고, 우리, 당신, 그들은 그냥 알아두면 된다. 항상 혼자 다니는데 '우리는' 동사 변형을 왜 알아야 되나. 한국말로도 "우리는"이란 말 쓸 일이 없다. 다 "나는 혼자 영화 보고 왔어. 밀크티 마셨어. 여행 갔다왔어."다... 거 참... 슬프잖아.


이것도 ADHD라 더 그런 거다만, '가다' 동사 하나 가지고 6가지 붙잡고 앉아있으면 지겨워서 못해먹는다. '나는 간다, 나는 먹는다, 나는 공부한다, 나는 일한다, 우왕 현재 시제로 다 말할 수 있다 재밌당~' 해야 된다. 쓸 일도 없을 거 같은 '우리는 간다, 그들은 간다' 하고 있으면 '오 시바...' 다.




으엥? 제목이 외국어 공부 편법을 알려준다더니, 왜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는 해당 사항이 없냐고요?


하나 있다. 한국어랑 다르게 희한한 규칙이 있을 때마다 '지랄하고 앉아있네..'하면서 외우시라.


불어로 숫자 세기를 보자.


10 dix

60 soixante

70 soixante-dix (장난해?)


4 quatre

20 vingt

80 quatre-vingts (진짜 장난해?)

90 quatre-vingt-dix (누가 4x20+10으로 말하냐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엔 어이없는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하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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