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한국 여름 나기

by 이가연

한국 여름 나기

영국 비 많이 오지 않아요?라고 한국인이 묻는다면

영국 비 '많이' 안 옵니다.

라고 앞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운 이유

내가 영국이 그리운 이유가

도파민 중독이었던 탓인지

영국이랑 잘 맞았던 덕인지

네 탓인지



지금까지 이런 일은 지난 1년간 없었다 이것은 인터뷰인가 네트워킹인가

"다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다들 어디서 오셨어요?"

"다들 무슨 일 하고 계세요?"

라며 누군가 말문을 열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해야 할 때 정말 집 가고 싶어요. 영국 집이요.



생각이 나

얼굴에 뭐가 나니 생각이 난다.

영국 물 때문에 얼마나 피부와 머릿결이 상했는지.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관리실에 문자 하니 생각이 난다.

영국에서 아무리 지금까지 기숙사와 메일 주고받은 pdf 따서 본사에 보고해도 얼마나 살던 내내 옆에서 시끄럽고 대마를 피던지.


식당에서 무려 레몬이 들어있는 생수를 주니 생각이 난다.

영국에서 얼마나 탭워터 찜찜해서 한두 모금만 마시곤 했는지.


지하철 문이 열리고 에어컨 바람이 느껴질 때

밤 11시가 넘었는데 집 앞 편의점에 갈 때

밥 한 끼에 만 원도 안 할 때


나는 한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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