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연 Aug 24. 2024

#5 한국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는 법

버스 
그니까 한국에서 이번 정거장이란 건 다음 정거장이란 거잖아. 다음에 내려줄 정거장. 영국에선 Next stop is... 가 이번 정거장이었는데? 그니까 여긴 This stop이 next 란 거지?

아이고 헷갈려.


 
영국은 정말이지 비가 이렇게 막 쏟아지는 일은  
절대 절대 없어서
제가 우산 들고 다니는 습관이 없어요...

라고 서울에서 26년간 살았던 내가 말했다. 


희망 사항
지니야, 잘생긴 영국인 남자친구를 줘.
응, 이쁜 영국인 절친을 줄게.

오히려 좋아.



가끔 

영국은 뼈가 시리게 공허할 때가 있었다.

한국은 외롭다. 그뿐이다.


그리움
그때 울리던 심장 박동 소리가
그립다.

몸과 마음이 하루하루 갈려나갔는데도
새 살이 돋기도 전에 다른 상처가 생기곤 했는데도
그립다.

그리운 내 마음은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는 법
한국은 성과 위주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도 괜한 압박감이 생긴다. 그러니 내가 누워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산다고 착실하게 기록하고 알려야 한다. 지난 두 달 동안 메일을 보내거나 이력서를 제출한 기관을 전부 기록해 두었다. 이백군데에 달하는 숫자만 봐도 지난 두 달 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스스로가 알 수 있다. 또한 꾸준히 노래, 타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나의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게 된다.

한국은 나이 위주다. 내가 아직 20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직 20대다, 아직 30대다'라며 큰 틀로 봐야 한다. 한국은 23, 24살도 자기가 나이 많다고 좌절하는 정말 이상한 나라다.

한국은 스몰톡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 초면에 어디 사는지, 무슨 일 하는지, 몇 살인지 묻는 건 나를 불편하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안 해봐서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외국인, 해외 생활해 본 사람, 초면에 질문 공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줄 아는 사람도 충분히 많다. 열심히 찾아보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4 흥미로운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