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씨앗 뿌려두기

by 이가연

구체적인 계획이 얼마나 좌절을 가져다주는지 느껴왔다. 예를 들어, 영국에 있을 때 졸업하고 1-2년은 거기서 살 줄 알았다. 그래서 수없이 커리어 세션을 신청해 듣고, 이력서를 뿌렸다. 그러느라 더 즐길 수 있는 시기를 즐기지 못했다. (물론 그런 시간들이 다 있었기에, 취직은 완전히 접었다.)


앞으로는 '꿈의 씨앗 뿌려두기' 전략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과정이 즐겁게 된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니까.


당장 유명해지면 좋은데,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 지금 영상을 올리면, 바로 클릭해서 봐주시고, 라이브를 켜면 또 바로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과정을 즐기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에는 '그래도 마냥 석사 하나 더 하고 싶은 거 말고, 학교라도 좀 찾아볼까?' 싶어서 런던에 찾아봤다. 런던에서 학교를 못 다닌 것이 아직도 많이 아쉽다. 아주 죽을 때까지 얘기할 거 같으니까, 다녀야겠다. 이제 가고 싶은 한 학교는 내가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호 지역에 있는 도심 속 학교다. 전공은 뮤직 비즈니스고, 과목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 IP와 저작권, 음악 산업 구조, 음악과 정신 건강이 있다. 과목 하나하나 다 아주 마음에 든다. 고등학교 때는 실용음악과 교과목만 봐도 울컥했다. 이제 아무도 날 반대하거나 방해하지 않으니 그 정도는 아니고... 빨리 배우고 싶어서 설렌다는 감각이 뭔지 안다. 음악치료나 음악교육은 그렇지 않은데, 확실히 뮤직 비즈니스에 흥미가 있다. (역시 사업가 정신은 유전인 거 같다. 부모 한쪽을 좀 빼다 박았다. 그럼 나도 수십억을 벌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정도는 아니다. 그랬으면 석사를 뮤직 비즈니스로 갔을 것이다. 이 쪽으로 관심이 있을 거라고 3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안다. 과목을 쭉 둘러보니, 확실히 나중에 기획사를 하나 차리겠다는 비전이 확고할 때, 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현재 다니고 있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미국에서 MBA로 병원 경영을 공부하셨다. (나도 가수가 굳이 MA 필요 없다. 이미 MMus 있다... 여담이지만 의사 선생님도 ADHD시다. 지난 10년이 넘게 수많은 전문가들을 만나봤지만, 유일하게 잘 맞는다고 느끼는 선생님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업계는 더 이상 너가 회사가 필요 없을 때 널 찾을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미 내가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기획사들이 막 러브콜을 보내올 거란 뜻이다. 요즘 시대엔 회사가 날 유명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돌도 아닌, 이미 경력이 많은 나는 더욱 그러하다.


영미권과 한국의 기획사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 기획사 시스템은 나와 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전부터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유명해진 다음에, 공연 페이의 몇 퍼센트를 매니저에게 주는 식으로 고용할 거다. 딱 영미권처럼.




유튜브로 10원이라도 벌 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10년 동안 했던 노래 유튜브는 수익 창출 기준을 감히 쳐다도 못 봤기 때문이다. 말할 사람이라곤 엄마랑 동생 밖에 없는데, 혼자 집 지키고 있을 때 입이 근질근질해서 찍기 시작했었다.


세상엔 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로 가득 하단 걸 깨달았다. 그 선물들을 온전히 누리려면, '제발 이때까지 선물을 받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선물들을 자주 받게 해 주세요' 해야 된다.


보면 다 내가 씨앗을 뿌려둔 것들이다. 그러니 계속 열심히 뿌리겠다. 어차피 다 때가 되면 선물을 받을 거란 마음으로.

매거진의 이전글방법은 우주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