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성취에 감사하며

by 이가연

2017년 나는 가고 싶은 장소, 살고 싶은 집,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싶은 연예인들의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붙여 비전 수첩을 만들었다.


당시 타워브리지 사진을 붙일 때만 해도, 매우 설레고 런던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지금은 타워브리지고 런던이고 자주 가서 익숙하다.


또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서 목표로, '미니 앨범 발매'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니 앨범은 반드시 기획사가 있어야 낼 수 있는 줄 알았다. 팬층도 두텁고, 돈도 최소 오백만 원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미니 1집을 기획사 없이도 늘 하던 대로 발매했고, 오백만 원 근처도 안 들었다.


음악 산업이 변했다. 더 이상 사람들이 CD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미니 앨범을 낸다고 해도, 꼭 피지컬 앨범을 100장, 200장씩 찍어낼 필요가 없어졌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때 찍어내는 '키트 앨범'으로 발매했다. 나뿐만 아니라, 메이저 아티스트들도 이와 같은 키트 앨범을 이용하는 추세다.


그래서 이제 알았다. '이 방법으로 될 거야'는 내 생각이고, 우주 생각은 다를 수 있구나. 난 그냥 꿈만 품고 살면, 알아서 방법과 타이밍을 점지해 주는구나. 타이밍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좀 늦을 수도 있다. 괜찮다. 어차피 이루어지니까.


해외에서 노래하는 내 모습도 꿈꿔왔다.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인 한 명 없이 온통 외국인들로만 가득한 곳에서 노래하는 내 모습이 익숙하다. 분명 5년 전 나에겐,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을 텐데, 많이 해봤다.


이런 경험들 덕분에, 내 믿음이 허상이 아님을 느낀다. 나중에 분명 저 수첩에 나온 살고 싶은 집이, 내가 사는 집이랑 비슷해서 별 감흥도 없게 될 거다. 지금 타워브리지 사진을 보면 느끼는 감정 그대로일 거다.


저 사진을 수첩에 붙일 때만 해도, 좀 반신반의했다. '저런 집은 한국에 없지 않나?' 싶었다. 확실히 서울은 아파트 천국이라 못 봤다. 그런데 한국에도 땅을 사서 집을 지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냥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을 뿐이다. 영국, LA 가서 주택들을 많이 봤다. 내가 전 세계 어디에 살게 되든 놀랍지 않다. 이젠 되게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살면서 이룬 성취들에 감사하다. 그다음, 또 다음을 그리기 쉽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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