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란 처음부터 어쩔 수 없이 사는 경우도 있고, 막상 와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본가인 교대역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살았고, 사우스햄튼은 가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시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선택한 학교와 기숙사인만큼, 바꿀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뿐이었다.
나만의 힐링 스팟을 찾으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게 된다. 아무리 사우스햄튼이 노잼 도시라고 했어도 한국에서 와서도 내가 좋아하던 밀크티집이 생각났다.
사우스햄튼에선 특히나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힐링 스팟을 찾았다. 먼저 기숙사에서 10초 거리에 큰 공원이 있었다. 사우스햄튼은 항구 도시이기에 서울과 다르게 그 공원엔 갈매기가 참 많았다. 또한 걸어서 15분 거리에 바다를 볼 수 있는 공원이 있어 노을을 보러 가기도 했다. 힐링 스팟의 중요한 점은 집에서 걸어서 편하게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야 한다. 밀크티집에서 밀크티를 사서 바닷가 공원에 가는 것이 나의 힐링 루틴이었다.
당산은 이사 온 첫날부터 집 앞 카페를 찾았다. 역시 서울인지라 집 앞 30초 거리에만 카페가 여러 군데였다. 그러곤 이사 온 첫날부터 일주일째 같은 카페에 매일 오고 있다. 요즘 유일한 낙이 이 카페에 와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따가 저녁에 카페 가서 밀크티 마셔야지' 하며 기운을 낸다.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이후로,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