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위한 혼자 여행법

by 이가연

혼자 여행하면 실수해도 바로잡아줄 사람이 없다. 지난 마카오 여행에서는, 집에서 출발해야 할 시간을 착각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공항버스에 탔으며, 마카오 공항에는 휴대폰 충전기를 두고 왔다. '누군가랑 같이 여행을 했더라면'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더블 체크하면 된다.


나의 가장 문제는 너무 계속 걷는다. 가까워도 버스 탈 거다. ADHD라서 여행만 가면 눈이 돌아가서 가만 못 있는 것도 이해하고, 혼자라서 어디 밥 먹으러 들어가도 느긋하게 앉아서 먹는 게 아니라 후딱 먹고 바로 계산하고 나오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단 하루라도 만 오천보를 넘지 않게 하도록 만보기를 수시로 볼 거다. 항상 '제발 좀 적당히 걸어야지' 다짐해도 실패했는데, 명확한 목표를 세워두지 않았던 탓이다. 하루도 만 오천보가 넘지 않은 기록을 캡처해서 영국 오빠에게 인증할 거다. 마카오에서 이미 확인했다. '2박 3일 여행이니까, 첫날에 2만 보 걸어도 되겠지?' 했다가 두 번째 날에 매우 후회했다.


가자마자 첫날에 서점에 들러 책을 살 거다. 그리고 경치 좋은 데 앉아서 틈틈이 읽을 예정이다. 또한, 스페인 발렌시아에 갔을 때, 바깥에 앉아 엄마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걷지 않고 1시간 넘게 앉아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시드니는 한국과 시차가 2시간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통화하기도 유럽보다 더 쉽다.


마지막은, 혼자라 재미가.. 없을 수 있다. 나는 그때그때 감정 공유를 해야 비로소 감정을 느낀다. 브이로그를 찍는 게 도움이 되었다. 실시간 공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해소가 된다. 영상 편집을 하면서 엉덩이를 붙여 쉬게 만들 수 있다.


안 해봤던 걸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좀 그래야 된다. 여행을 가는 이유가 뭔가. 특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 동물원에 가서 코알라를 보는 거다. 여행 가서 동물원에 굳이 간 기억이 없다. 동물원은 한국에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시드니에 가서 동물원에 두 번 갈 예정이다. 또한 비싸서 고민이긴 하지만, 헬기도 타보면 어떨까 싶다. LA에도 헬기 타는 체험이 있었는데 비싸서 안 했다. 오페라하우스 위를 날아다닐 생각 하니 생각만 해도 도파민이 흐른다.


부디 안전하고 재미있게 다녀와서 혼자 여행이 더 이상 재미없고 힘들기만 하다는 나의 생각이 없어지면 좋겠다. 일단 걷기 조절만 잘해도 성공이다. 호텔에서 아침마다 발이 매우 아픈 채로 눈이 뜨는 건 즐겁지 않다. 이번 여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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