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여행 팁

by 이가연

- 글보다는 영상으로 남겨라. 글 써도 잘 안 읽는다. 영상을 보게 된다. 별 거 없어도 그냥 다 찍어라.
- 만보기를 수시로 체크해라.
- 하나를 보더라도 풍향고 연예인들처럼 감탄하며 봐라.

라고 가기 전에 '여행 팁'이라며 적어두었다.

그래도 브런치는 많이 썼다. 하지만 작년 영국 때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머릿 속에서 흘러 나오는대로 글이 나오는데, 그 글이 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채로운 요리를 하려는 사람은, 다채로운 음식물 쓰레기도 나온다'라는 말을 예전부터 하곤 했는데, 글 쓸 때도 그렇다. 그냥 머릿 속에서 스쳐 지나가게 내버려두면 좋았을 말까지 다 담긴다. 때론 글로 쓰면서 머리에 더 각인이 되기 때문에, 넘기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물론 혼자 다니느라 말할 사람이 없어서 메모장에 파바박 말하게 되는 건 이해한다. 이번엔 최대한 글은 대중교통이나 호텔 안에서 쓰고, 보통 때는 영상으로 말했다. 그렇게 총 40분 분량의 브이로그를 만들었다.

만보기를 자주 보면, 그만큼 자주 쉬게 된다. 똑같이 하루에 만 5천 보를 걸었다해도, 얼마나 자주 쉬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2만 보를 걸으면, 자주 쉬었고 나발이고 발이 작살 난다.)

오기 전에 유튜브에서 풍향고를 재밌게 봤다. 유재석 및 연예인들이 유럽을 감탄하며 구경하는 모습을 보며, '아니 저런 연예인들이 저 나이에 이렇게 유럽을 신기해하고 감탄한다고? 나는 왜 이렇게 무표정으로 감탄 안 하고 걸어다녔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풍향고를 봤던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생 긴데, 점점 갈수록 인생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잘 깨우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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