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준 내 모습은, 한국 사람 없으면 못 사는 사람 같았다. 교수들에게도 주변에 아는 한국인 없냐고 메일 돌렸다. 내가 사는 지역은 지나가다 한국말이 들려서 붙잡지 않는 이상, 새로운 한국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런던에 있는 한인회 모임을 가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박사를 지원할 때에도, 영국 오빠네 집 (한인 타운) 에서 1시간 거리만 지원하고 싶다.
그래서 "너 한국 사람 싫어하잖아."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눌릴 수밖에 없다. 영국 석사를 지원할 때에는, 한국 사람들이 지긋지긋해서 지원한 게 맞다. 그래서 한국인이 최대한 없는 동네로 가고 싶었다.
이래서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고, 나를 더 깊게 알아야 한다. 나는 한국인이 많은 런던으로 갔어야 한다. 애시당초 그 혐오 감정은, 깊은 사랑에서 나온다. 그러면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로 갔을 때, 한국인을 마주치면 어떻게 되겠나.
내내 언급하던 한 사람 때문에 덮어졌지만, 사실 영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때문에 굉장히 상처도 많이 받고 열을 받았다. 어림잡아 7명은 된다. 너무 한국 사람이 없는 동네로 가서, 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대와 애착이 심하게 달라붙었다. 거기 있을 때엔, '나는 한국인이 싫어서 왔는데, 왜 지금 영국까지 와서 한국인 때문에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쓴 에세이 코멘트 중에서도 "너 한국인인 것 좀 그만 드러내라"라는 게 있었다. 지나치지 않고 모국에 대한 애정이 적당했으면 그렇게 한국 살면서 혐오 감정을 내뱉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마치 부모 자식 같기도 하다. 너무 사랑하니까 한국과 한국인을 내 통제 아래에, 내 뜻대로 좀 흘러갔으면 좋겠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열 받는 것을 넘어서, 뜯어고쳐졌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어디 나가서 너 몇 살이니, 직업이 뭐니, 같은 걸 처음 보자마자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발음과 말투에 영어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이 느껴져서 외국인들이 무례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마치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이 "안녕!"하며 반말해도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진 않은 것처럼.
마치 엄마가 애한테 잔소리하는 것과 똑같다. "저 쌍노무새끼"라고 한다고 애를 극혐하는 게 아닌 것처럼. 하지만 엄마의 속이 썩어가듯, 내 속도 썩어간다.
워낙 음악 박사는 기회가 많이 없어서, 일단 다 지원하긴 해야 된다는 생각과, 아무리 그래도 런던 근처로만 지원해야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 중이다. 꼭 런던이어야만 하는 건 아닌데, 원체 내가 살아본 지역이 척박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