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by 이가연

병원에 가서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그게 왜 문제예요?"라는 말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일정이 없으면 나가기가 싫고, 대중교통 타고 여의도 밖을 나가기가 싫다고 했다. 내게 일정이 있는 날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매일 근처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보는데, 신청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내일은 도서관에서 하는 무료 프로그램에 가고, 토요일은 사주 공부하러 간다. 그럼 7일 중에 5일은 일정이 없다. 그중 며칠은 산책하거나 걸어서 도서관, 서점에 가고, 2-3일 정도는 집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분명 매일매일 밖에 나가고, 또 혼자서 여의도 바깥을 나가서 재미난 데를 구경 다니고 싶은데, 그럴 의지가 나지 않는 것에 답답했다. 한국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거 아는데.


그러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내향인이고, 본디 집을 좋아하면, 그게 뭐가 문제냐고.


'영국에 있을 땐 안 그랬는데!!'가 작용해서 그렇다. 영국에 있을 땐 상황이 달랐다. 첫 째는 당연히 해외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밖에 나가면 새롭다. 거긴 집 앞 공원만 가도, '역시 유럽의 공원이야.' 싶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항구가 있어서 바닷바람을 쐴 수 있었다. 서울은 당연히 도파민이 안 나와서, 별로 안 나가고 싶을 수 있다. 또한 영국 살 때는 기숙사에 문제가 심각했다. 경찰 신고도 했는데 도저히 방법 없는 옆 방 소음 때문에,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바로 옷 입고 밖에 나갔다. 그래도 소음 덕분에 밖에 나가 구경을 한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사는 집이 참 넓고, 거실은 마치 갤러리 카페 같다. 원룸 살 때와 당연히 다르다.


내가 문제라고 계속 생각하면 문제가 된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


분명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어도 뭐가 문제냐고 아무 상관 안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일정이 없으면 밖에 나가기 싫을까. 왜 오늘도 안 나갔을까.'와 같은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면 나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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