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뮤지션의 끈질긴 겨울나기

by 이가연

좋은 운이 오려고 그러나, 운이 되게 안 따라주긴 하였다. 해외 페스티벌은 80군데 넘게 지원을 했고, 한국 공연팀 공고도 매일 보고 지원했다. 그런데 작년 11월 초가 마지막 공연이고, 12, 1, 2, 3월 현재까지 한국에서 공연을 못 했다. 물론 과거에도, 겨울에는 행사가 없어서 페이를 받는 공연이 없었다. 실내에서 무료로 하는 공연만 있어왔다. 근데 3월이면 슬슬 페이를 받는 공연팀 공고도 올라왔는데,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유튜브 구독자는 지난 28일 동안 9명이 줄었다. 예를 들어, 30명이 신규로 구독했으면, 39명은 구독 취소했다는 뜻이다. 팍팍 늘어도 모자랄 판에. 작년 10월 한 때는 하루 만에 100명 이상 늘었던 적도 있다. 그땐 정말이지 이 채널로 수입 걱정이 없어질 줄 알았다. 또한 저녁마다 켜는 유튜브 라이브에도 사람들이 놀러 와서 채팅창으로 수다를 해서, 난 이제 한국에 친구가 없어도 수다 떨 사람들이 언제든지 존재한다는 생각에 기뻤다. 이 역시도 최근 들어 시청자가 한 명이 되어, 라이브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유튜브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수단인 노래 레슨, 타로 상담 신청자도 전혀 없으며, 최근에 타로 모임 신청폼도 딱 한 명이 신청했다. 그런데 문득, '이걸 3월 중순 이제 현타 온다고?' 싶어졌다. 겨울 동안 뭘 해도 되는 게 잘 없던 거 아닌가...


'이야.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진작 때려치웠을 수도 있는데, 난 되게 이것저것 끈질기게 해 본 뒤에야 어라? 하면서 힘들어하네. 대단하다.' 하는 것도 버틸 수 있는 방법이다.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80군데까지 안 알아보고, 안 지원했을 거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영국은 그냥 놀러 가면 되는 건데, 굳이 무료로 공연하는 페스티벌이 생겨서 갈 필요 없다.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은 모든 일에 좋은 방법이다. 페이 공연 안 생겨도 안 굶어 죽는다. 집 냉장고에 먹을 거 많다. 유튜브 구독자가 줄었어도, 1700명이 넘는다. 원래... 친구, 지인 없이 100명 채우기도 힘들다. 구독자 100명도 안 되는 채널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그런데 난 친구, 지인 빨도 없었다. 구독자 천 명이 넘어서 수익 창출이 되는 채널은, 이미 상위 10%로 추정된다.


타로 모임도 감사하게도 한 분이 신청해 주셔서, 같이 점심도 먹기로 하였다. 어차피 타로 모임을 하고 싶었던 건,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로 얘기할 수 있는, 서울 사는 사람을 알고 지내고 싶었다.


기대치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연팀 지원하는 족족 다 되어서 노래로 돈 벌고 싶다, 유튜브 채널이 팍팍 커서 유튜브만으로도 생활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고 괴롭다면 욕심이다. 어차피 될 거다.


겨울... 원랜 우울증 약을 매일 필요로 했었다. 지난 겨울엔 그렇게 먹었고, 지지난 겨울엔 필요한데 못 먹었고, 그런 식이었다. 계절성 우울증이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엔 우울증 약을 필요로하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과거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고생해서 약 먹는 걸 매우 안 좋아한다.)


다시 감사함으로 똘똘 뭉쳐, 힘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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