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선생님께서, 힘든 사건을 겪었다면 과거에 비슷한 사건을 겪었을 때 그걸 극복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아주 맞았다.
2024년 1월, 그 3일 동안 나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다신 없을 고통을 겪었다. 차라리 코로나를 다시 걸리는 게 낫다. 그런데, 중요한 건, 3일이었단 거다. 딱 3일 그랬다. 그래서 코로나에 비유하게 되었다. 코로나도 처음 걸렸을 때는, 일주일 만에 낫는다는 게 상상이 안 갔다. 절대 열 안 나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 열이 39.7도까지 올라가고, 목이 아파서 침을 못 삼키고 계속 컵에 뱉었다. 그런데 정말 일주일이면 괜찮아졌었다. 그러니 나는 코로나를 다시 걸리더라도, 일주일이면 괜찮을 거란 걸 알게 된다.
게다가 난 그 3일 동안 약도 안 먹었다. 영국에 비상약을 가져갔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먹어도 되는 약인지 몰랐다. (사람들에게 참지 말고 약 드시라, 병원 가시라,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거긴 영국이었고, 한국은 병원에 쉽게 갈 수 있으니까.)
이번엔 똑같이 기간은 3일이어도, 약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려고 누워도 엉엉거려서 잠을 못 자? 약 먹으니 베개에 머리가 닿고 1분 안에 잠들었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약이 필요 없게 느껴진다. 3일 지났으니까. 과거에 다 답이 있었다.
참 신기하다. 과거가 반복됨을 느낀다. 2024년 1월에 차단당하고, 그걸 못 받아들여서 2월에 한 소리 심하게 듣고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그건 잠깐일 뿐, 2년 동안 너무나 매일 지속적이고, 환상적인 상상 속에 살았다. 다 알고 있는데 미안해서 연락 못하는 거란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번엔 다르게 1월엔 차단당한 줄 전혀 몰랐고, 2월에야 알았다. 어쨌거나 1월에 못 받아들이고, 2월에 알게 된 흐름이 똑같다.
그런데 중요한 건, 2024년 2월에 그렇게 되고, 일주일 뒤 영국 오빠를 알게 되었다. 2024년 1-2월은 그 시절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자, 가장 성취를 많이 했던 시기였다. 어쩌면 나에게 그런 시기가 한 번 더 찾아온 것 아닐까. 한국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늘 결핍이 있었지만, 작년부터는 최대한 찾아 나서지 않았다. 찾아 나설수록 이상한 사람만 꼬이고, 나만 너무 힘들어진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래 좀 내려놓아야 이뤄진다. 친구는 진짜 친구 한 명이면 된다고, 지구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냐며 내려놨었다. 게다가 중국, 일본에도 다 지인이 있다.
2024년 2월 나는 한국인 유학생으로서는 정말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몇 년이 지나도 나 같은 한국인 유학생이 사우스햄튼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만 백인이 아니던 지역 네트워킹 모임 가고, 거기서 지역 라디오 DJ 자리를 얻고, 음악학부 학생대표하고, 내가 주인공인 학생 홍보 영상 출연하고... 그걸 다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종종 2년 전 얘기를 자꾸 해서 과거에 사는 사람 같아 자책이 들곤 했다. 하지만 나는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안다. 과거의 나도 다 잘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나도 믿고, 미래의 나에겐 기대를 하게 된다.
한국사랑 똑같은 맥락이다. '일본 놈들!!!'하라고 한국사 배우는 거 아니듯, 나도 마찬가지다.
남은 2월, 그리고 앞으로 3월,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과거에 다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