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부터 나는 정신과 증상 정도에 따른 위기 대처 스킬이 많이 쌓였다.
밥을 못 먹겠으면 두유를 마시고
두유도 싫으면 물을 마셔라.
이를 못 닦겠으면 가글을 하고
가글도 못 하겠으면 헹궈라.
샤워를 못 하겠으면 세수를 하고
세수를 못 하겠으면 뭐 세수 안 해도 안 죽는다.
위와 같은 과정이 기계처럼 몸이 들어앉았다.
근데 그런 경우가 일 년에 자주 있지 않다.
진짜 괜찮다.
보통 집 밖에 나갈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 정도까지 '대처 방법 뭐 있더라?' 머리가 굴러갈 때는 집 밖에 나가기 어려운 경우다.
보통 자주 쓰던 응급 처방은 드라마 정주행이다. 평상 시에 드라마를 그다지 자주 안 본다. 거의 유튜브만 본다. 드라마를 보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되기 때문이다. 1화 시작했을 때 나를 바로 사로잡지 못하면, 금방 금방 꺼버린다. (썩을 ADHD). 그래서 '이미 유명한 드라마' 정주행을 이럴 때 도전한다. 이거 봤다 끄고, 저거 봤다 끄는 것도 성가시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작품이 좋다.
이런 응급 처방이 필요할 때는... 외부 사건이 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만있다가 이러지 않는다. 외부 사람 탓이다. 딱 3일만 잘 넘기면 된다. 드라마를 몰아보면서 시간을 잘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