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5월 3일 공연이 가능하냐며 아주 뒤늦은 메일이 왔다. 나는 5월 4일 서울에서 공연이 이미 잡혔을뿐더러, 더 이상 올해 영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는 기회는 3월까지였다. 4월부터 유류할증료 폭등으로 왕복 100만 원하던 비행기는 180만 원이 되었다. '아이고.... 내가 2-3월에 영국에만 80군데 이상 메일을 보냈는데, 진작 좀 잡힐 것이지.' 하고 한숨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하늘이 정한 뜻과 타이밍이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졌다.
그건 후순위였다. 늘 1순위는 한국에서 공연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안 잡히니 그랬다. 그러니 2순위인 내가 좋아하는 영국에서 해외 경험을 더 쌓고 싶었다. (0순위도 따로 있다 ^^)
영국 비행기가 이미 예정되어 있어서, 도보 15분 거리 공연을 잡지 못했더라면 참 아쉬웠을 거 같다. 게다가 그 시기에 여수 오디션에 보러 갈 수도 있다. 2순위에 휩쓸려, 1순위를 놓칠 뻔했다. 게다가 영국에서 노래할 때 종종,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은 확실히 밴드 위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예정된 공연은 아이들 대상 공연이다. 아이들은 날 반겨준다. 아이들이 좋아해 준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수없이 메일을 보냈던 노력은 무색해졌지만, 아쉬움보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덕분에 1순위를 더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늘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영역이다. 사람들은 나의 6개 국어를 대단하다고 해주곤 하지만, 나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영국 유학도 이겨 내셨는데 힘내세요" 같은 말도 들어봤지만, 영국 유학은 이겨내야했던 기억이 아닌, 내 인생에서 압도적으로 빛나고 즐거웠던 시기다. 내가 적극적이면, 그만큼 성취가 따랐다. (돈만 있으면 석사를 한 번 더 하겠다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선택을 받아야하는 분야에서 성공이 너무 간절하기에 겪는 지침과 답답함을,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공부로 해소해왔다.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이지만, 애초에 1순위가 뭔지 생각하고 거기에 80%의 노력을 투입하는 것도 전략이다. 지금 나의 2순위는 본 채널 유튜브, 3순위는 사주 타로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해서 점쟁이로 더 유명해지는 것이며, 그건 20%의 노력만 투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