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개팅에서 배운 것 (1)

by 이가연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보고 싶은 마음을 또 품고 갔던 영국이었는데, 결국 연말 끝까지 버려진 기분이었다. 너무 괴로워서 이제 더는 못 버텼다. 한국에 돌아와 소개팅을 참 많이도 했다.


첫 번째 상대는 '다음에 빠에야가 먹고 싶으면 반드시 그 집을 한 번 더 가리라...'라고 다짐할 정도로 맛있지만 불편한 저녁을 먹었다. 영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캠퍼스에 빠에야 푸드트럭이 와서 맛있진 않아도 자주 먹었다. 그러니 맛있는 빠에야 덕분에 완전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던 게 느껴져서,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만 재밌으면 시간 낭비가 아니겠지' 하는 기대였다. 다행히도 영화는 재밌었다. 그렇지만 소개팅이란 게, 영화만 보고 헤어질 수는 없다.


세 번째는 고양이 카페에서 만났다. 두 번째 소개팅 상대와의 시간이 오죽 아까웠으면, 상대가 별로여도 고양이를 보면서라도 힐링하고 싶어서 내가 직접 장소를 정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을 나갈 땐 퐁당퐁당 텀을 두어야 한다. 지키기 어려운 걸 알지만 가슴엔 늘 품고 있는 룰이다. 영국에선 힘들지 않았다. 소셜라이징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르다. 어떤 모임에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면, 그걸 빨리 잊으려고 다른 모임을 바로 나갔다가 더 불쾌해지는 경우가 많다. '역시 한국인은 나랑 안 맞아'라는 생각만 강화된다.


일주일에 두 번 소개팅을 한 적도 있었다.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상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뿐, 어지간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걸 확인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게다가 20대에 이미 많은 걸 이뤘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올라갔다.



다음 편에 이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애관은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