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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건축가의 공간 일기

조성익 지음 I 북스톤

by 이가연

이 책 서론을 보고, 건축가가 공연장을 다니면서 각각의 공간마다 분석해 둔 책이 있으면 재밌게 읽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영국 학교 캠퍼스에 있었던 공연장 터너 심즈가 생각난다. 벽은 벽돌로 되어 있었고, 되게 따뜻하면서도 고급진 분위기였다. 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문득 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지었을지, 벽돌로 벽을 만드는 게 음향 관점에서 이득이어서 그렇게 한 건지 궁금해졌다.



'공간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건넨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앞서 언급한 터너 심즈를 생각해 봐도, 입장할 때부터 '나는 너에게 포근하고도 교양 있게 무언가를 전달할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 같다.




나 역시도 봄에는 벚꽃, 가을엔 단풍을 꼭 보러 가는 습관이 있다. 놀랍게도 (?) 단 한 번도, 아직 애인하고 본 적은 없다. 90% 혼자서고, 아니면 사진 출사다. 벚꽃은 주로 석촌호수를 가고, 교대역 살 땐 집 앞에도 많았다. 이제 여의도에 사니 정말 기대하고 있다. 단풍은 종로로 간다.




그래서 나도 좋은 공간에 가면 무턱대고 사진만 찍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국 뉴포레스트를 떠올리면, 거기서 찍은 사진들도 기억이 나지만 그보다 내가 느낀 해방감, 시원한 공기, 말똥 냄새가 기억난다. 영국에서 도시마다 Waterstones 서점을 꼭 갔다. 서점에 들어가면, 특유의 냄새와 공기가 느껴졌다.




바르셀로나가 떠오른다. 도시의 건물들 배치가 참 신기했다. 걷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건축가만 공간 일기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아직 여의도에 온 지 두 달 차라, 서점만이 유일한 나의 아지트이지만 점점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아무도 안 들린다는 이상한 소리까지 24시간 내내 들려 괴로운 마당에, 아지트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


공간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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