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일기 #7 도파민 폭발 노노

by 이가연

출출해서 호텔 앞 5초 거리 편의점에서 생크림 과일 샌드위치를 사 먹었는데, '세상에. 영국에 이런 게 팔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퍽퍽한 햄치즈 샌드위치나 참치샌드위치만 먹다가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걸 즐겼다. 그래서 다음 날 똑같은 거 또 먹었다.

편의점만 다녀왔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웃으면서 "이랏샤이마세"를 5초에 1번씩 하시는 것 같았다. 행복 긍정 에너지로 한 5분 동안 샤워하고 온 기분이었다.

영국에선 매일 호텔 조식 미리 신청해서 먹었다. 아무리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좋아한다 해도, 5일 연속 먹으니 질리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그 호텔이 쾌적하고 좋은데 근처에 먹을 데가 없다. 게다가 방에 냉장고도 없었다.

그런데 여긴 조식 미리 신청한 걸 후회했다. 바로 앞 편의점에 이렇게나 먹을 게 많은데! 미리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될 것을! 여긴 영국이 아니야! 먹을 거 천국이라고!


일본에서 돈가스 먹으니 뭔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영국에서 늘 의아했던 게, 일식당에 치킨가스는 팔면서 돈가스는 안 판다. 돈가스 먹으려면 한참 찾아야 했다. 런던까지 가야 했다. 당연히 맛도 없다. 닭보다 돼지가 비싼가. 아니면 영국인 입맛에 닭이 더 맞아서 그런가. 돈가스를 워낙 좋아해서 못 먹어서 힘들었다. 동족 이팅 나도 자제해야 하는데.


와따시 현금 없는 걱정 왜했스까.

유니버설 가는 라인하고 다른가보다. 전철 타고 오사카성 가려하니 거긴 카드 탭이 되었다.

그렇게 현금 아낀 덕분에 관람차 탈 수 있었다. 800엔. 수중에 딱 1000엔 있었다. 런던, 브라이튼, 속초에서도 다 혼자 타봤다. 늘 느끼는 거지만, 발바닥 사망 직전에 한 번쯤 탈만 하다. 여행 3일 차. 이쯤 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 아프고 의자가 보일 때마다 앉아야 한다.

누군가랑 같이 여행을 안 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쓸데 없는 상점 하나도 안 들어가도 된다. 나만큼 지나가는 상점에 관심 없는 한국인 없다. 또 같이 다니면 나도 서점에서 마음껏 구경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두세 시간 정도 따로 돌아다니다가 만나서 같이 밥 먹는 여행은 하고 싶다.


서점 들어갔다가 어떤 한 책을 보고는 눈물이 났다. 이건 다른 글에서 쓸 예정이다.


책 두 권을 샀다. 영국 서점과 다르게 살 수 있는 책이 매우 한정적이다. 그래서 동화책이랑 외국어 코너에서 서성였다. 2017년 초반에는 JLPT N2를 땄다. 당시 N2 합격증만 가져오면 일본 음악 대학 입학이 가능했다.


현재 독해 능력은 N3, N4 수준이다. 말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평소엔 불만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행해 보니, 너무 한자 까막눈인 게 좀 마음에 안 들어졌다. 그래서 N3 책을 샀다. N2 땄었는데 뭔가 자존심 상해서 N2 책으로 사려다가, 어려우면 안 쳐다볼 거 같아서 낮췄다.


처음 딱 도파민 폭발을 겪은 장소는 다시 가면 그만큼 도파민이 안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브라이튼도 처음 갔을 때가 환상이었지, 친구랑 같이 또 가니 그저 그랬다. 물론 날씨가 다르긴 했다. 바스도 마찬가지였다. 전에는 버스킹도 한 곡 했던 곳이라 너무 좋아했는데, 졸업식 전에 또 가니 내가 여길 왜 좋아했더라 싶었다. 하지만 런던 웨스트 엔드 거리나 타워 브리지를 보며 걷는 건 달랐다.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들은 두 번 세 번 가도 행복해진다. 5월에 영국 갈 때 아직 계획이 없었는데 좋은 참고가 될 거 같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아도 관람차 탄 거랑 서점 가서 책 산 게 기억에 남는다.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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