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일기 #6 도톤보리 야경

by 이가연

행복해지려면 외국어해야 한다. 별표 이만 개.

솔직히 아까까지만 해도 '도쿄 가서 언니랑 놀 걸! 이번 여행 망했어!'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유니버설에서 놀 줄 알았는데 점심때 나와서 그랬나 보다. 아직 2박 3일 중에 절반밖에 안 왔으면서. 하지만 유니버설에서 3시까지만 있었어도, 발 아파서 야경 제대로 못 봤다. 다 뜻이 있느니라. 방금 도톤보리 야경 구경하러 나가서 저녁 먹고 배 타고 오니 기분이 확 달라졌다.

영국에서 행복했던 순간 중에 노래했던 순간이 많은가. 전혀 아니다. 해외 사는 게 처음인데도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하고 당당하게 잘 다니는 나 자신에 취했던 거다. 중국어는 덤.

창원 가도, 부산 가도, 런던 가도 배만 보이면 탄다. 어제 낮엔 현금만 된다 해서 '그러게. 아까 환전 좀 더 해 달라할걸!' 했는데, 방금 다시 물어보니 다른 회사라고 카드 된다고 했다. 팻말 들고 있는 친구랑 스몰 토크도 했다. 트와이스 좋아한다하고 5월에 서울 온다고 했다. 일본어 잘하는 내가 좋았다.

배에 타서는 멕시코 사람하고 대화했다. 스페인어는 내가 5번째로 할 줄 아는 언어다. 그러나 4번째인 중국어 발 끝도 못 쫓아간다. 중국어는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데, 스페인어는 제한적 소통이다. 하지만 내가 스페인어나 불어나 잘 못해도, 떨거나 자신 없어하지를 않는다. 여러 언어를 할 줄 아는 거보다 그 태도가 더 귀한 거 같다. 이틀 뒤에는 서울 넘어간다고 해서 연락처 교환도 했다.


스페인어 조금 했음에도 배에서 춤추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 이거였다. 나의 도파민.



배에서 내려서는 뭔 큼지막한 전광판에 치명적인 척하는 남자 3명 사진에 SALES TOP3이라고 쓰여있는 거 보고 웃었다. 뭘 판다는 거죠... 저런 스타일을 일본 여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순딩순딩 하얗고 귀여운 강아지상 좋아한다. 근데 사실 숨겨진 욕망은 나를 휘어잡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다. 27년 만에 깨달았다. 그동안 그걸 몰랐던 이유는 나를 휘어잡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아무도 그런 실례되는 소리 안 하지만) 보통 한국인이면 흔하게 하는 말에도 나는 갑자기 호랑이 발톱으로 긁어버린다. 두 명의 무당이 괜히 외국 남자, 교포만 만날 수 있다고 한 게 아닌 걸 이제 잘 안다.


일기의 장점은 아무말이나 할 수 있다는 거지만, 단점은 아무말이나 한다는 점이다. 남의 약점. 그런 게 보통 웃긴 게 아닐까. 가끔 이렇게 일기 시리즈 올려도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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