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일기 #5 워워

by 이가연

중학교 때 아라시의 마츠준과 니노를 좋아했다. 난바역에서 쭉 걸어가는데, 남자 아이돌 노래가 들리는 게 딱 아라시 느낌이 났다. 다른 일본 남자 아이돌 아는 게 없으니까 뭔 남자 아이돌 노래만 들리면 아라시 같냐. 하면서 걷다가 그래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진짜 아라시 노래다. 2025년에? 하긴 뭐 고터 걸어가는데 소녀시대 다만세가 들리는 거랑 똑같겠다.

어제 왔던 말차 가게를 다시 찾았다. 똑같은 메뉴를 시켜 먹곤 내일 일정을 짰다. 거 쫌 현금 넉넉하게 부탁하지. 그래도 오사카성하고 우메다는 갈 수 있다. 거기서 공항버스는 카드 결제 되겠지. 이젠 이 트래블로그 카드만 봐도 영국 생각나서 추억이다. 한국에선 안 쓴다.

도쿄 갈 걸 조금 후회도 했다. 내가 지금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다. 도쿄에는 사랑을 주는 언니가 있다. 내가 뭐를 원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현 상황이 마음에 안 드니 무작정 뜨고 보자! 했다. 5월에 유럽 갔다 와서 도쿄도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일본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쉽게 올 거 같다. 가족 여행, 패키지가 아닌 혼자 일본 왔다는 거에 이번엔 의의가 있었다.

전부터 가고 싶던 여행지를 갈 때 당연하게도 만족도가 높았던 거 같다. 12월에 유럽 갔을 때도, 로마는 그냥 마일리지 항공권 때문에 간 거지 실제 제일가고 싶었던 건 베네치아였다. 그래서 베네치아가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있다.


어제 난바역에 딱 내려서 일본 거리 풍경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이 제일 좋았다. 내가 외국에, 일본에 또 왔구나 하는 그 느낌. 막 설레거나 좋다기보다, 그냥 좀 외국이 편안하다.


한국 집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정말이지 내 방에서는 24시간 소음이 나서 10초도 못 있겠다고 방금도 엄마에게 전화로 말했다. 그럼 고시원 같은 방을 구하라는데 그건 절대 거부한다. 영국에서나 기숙사 진작 버리고 구했었으면 더 살았을텐데. 내일 가서도 계속 그러면 차라리 드레스룸에서 잘 예정이다. 일본 호텔방 보니 더욱 확실해진 것이, 지금 정신 상태가 혼자 그런 작은 데 고립되어 있으면 생각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24시간 한시도 쉬지 않고 내내이기 때문에 저주파 기계음이라 생각한다. 미친 듯이 졸릴 때까지 버티다가 눕자마자 잠들어야 했다. 그 정도인데 아무도 안 들린다는 게 자꾸 내가 정신 이상자인 거 같아서 그 마음도 너무 힘들다.


오사카 여행이 마음에 쏙 들진 않아도, 어디든 잠깐의 기분 전환이 꼭 필요했다. 오늘은 솔직히 전철역에서 현금 없어서 우여곡절 끝에 티켓 끊은 것이 제일 재밌었다. 이따 야경 보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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