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튜브처럼 카드 탭하면 되는 줄 알았냐?
넵 ..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전철 타고 유니버설 가야 하는데 현금이 없어서 티켓을 못 사고 있었다. 지나가는 일본인에게 물어봐도 대책 없고, 역무원에게 물어봐도 현금만 된다고 했다. 찾아보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두리번 두리번하다가 한국인에게 부탁하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었다. 계좌이체 해드리고 현금받았다. 딱 그때만 주변에 한국인이 있어서 좋았다.
이러다 식당에서 밥 먹고 계산하려는데 카드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장내에 한국 분 계신가요? 현금이 없어요!! 외치면 된다. 자극 추구. ADHD다.
해외 혼자 다닌 짬밥이 차면 어지간한 일로 당황도 안 한다. 또 곤란에 빠진 혼자 여행 온 여자를 모른 척 하는 사람들도 없단 걸 안다. 스페인에서는 핸드폰, 보조 배터리 둘 다 배터리 없어서 꺼진 적도 있다.
늘 유니버설 가는 목적은 해리포터였다. 2019년 오사카, 2022년 LA, 이번이 3번째다. 그러고 보니 3년마다 왔다.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해리포터 줄이 생각보다 엄청 길었다. 오늘 일본 노는 날인가 싶었다.
해리포터 테마 호텔은 왜 안 만들어주는 걸까.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저렇게 만들 수 있으면서 아쉽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예전에 무당이 말하길, 내 영이 어쩌고 해서 한국은 사람 많은 데 가면 너무 스트레스받고 집 가고 싶은데, 외국은 덜 그런다 했다. 진짜다. 지금 일본에서도 주변에 한국말이 들리면 짜증이 확 난다. 매번 짜증이 확 나니 나도 미치겠다. 그런데 주변에 일본사람이 많은 건 편안하다. 런던이든 파리든 아무리 사람 많은데 가도 한국말만 안 들리면 편안했다. 그런 니가 사랑하는 건 한국 사람이지. 그래서 돌겠다.
어릴 때부터 진단만 안 받은 ADHD였던 탓에, '내가 왜 이럴까' 스트레스가 항시 있던 거 같다. 그런데 특히 백인들 사이에 있으면 어차피 내가 생긴 거부터 다르니 같아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유로움을 느낀 듯하다.
가방이 없으니 라커 이용할 필요도 없이, 겉옷 주머니에 핸드폰만 넣고 편하게 탔다. 해리포터 굿즈 구경은 하도 많이 해봐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가방도 없어서 괜히 뭔가 사면 짐만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가서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사고, 돈 한 푼 안 쓰고 나올 수가 있지. 기념품샵 들어가기 전엔 주문을 건다. 실용적인 거... 춤추는 미니언? 전혀 안 실용적이다.
사실 이제 3번쯤 오니까 감흥이 덜 한 건가 싶기도 했다. 전에 파리 디즈니랜드도 3시간도 안 돼서 집 가고, 이번에도 3시간 반 만에 가는 거 보니, 이제 이 두 개는 졸업할 때가 됐구나 싶다. 혼자 가서 그렇다..
나에게 맞는 놀이기구는 회전목마에서 롯데월드 신밧드의 모험 수준이다. 그래서 딱 배 타는 죠스와 실내 극장 들어가서 보는 걸 봤다. 코난은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씽은 그래도 노래 나오고 귀여웠다.
호텔을 시내에 잡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금방 점심도 안 먹고 호텔 쪽으로 이동할 줄 몰랐다. 마치 영국 갈 때 학교 근처에 살아야 하나, 시내에 살아야 하나 고민했던 게 생각났다. 학교랑 좀 멀어도 시내에 살았었는데, 그렇게 학교 수업이 많이 없어서 학교에 별로 안 갈 줄 몰랐다. 내가 그렇게 시골을 못 견뎌하는지도 몰랐어서, 시내도 아니었으면 힘들 뻔했다. 난 그 '시내'라는 개념도 없었으니.
오사카 시내로 돌아왔다.
근데 아까 한국 분한테 환전 부탁할 때 내일 교통비는 생각 못했니?
두둥.
남은 돈으로 아슬아슬하다. 이야 이거 더 재밌겠는데.
ADH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