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일기 #3 쪼고만한 호텔방에서

by 이가연

숙소에서 걸어서 30초 거리인 라멘집에 갔다. 발이 이미 한계라서 미리 찾아보고 갔다. 오늘 만보도 안 걸었는데. 런던에선 어떻게 2만보를 걸었나 모르겠다. 그만큼 오사카 시내는 런던 시내보다 도파민이 덜 나온단 뜻이겠다.

처음 먹어보는 면요리를 먹었다. 굴 어쩌고라 했다. 뭘 시켜도 영국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예상이 맞았다. 런던에서 일식당 갔던 기억이 난다. 거기도 다 일본인 요리사가 하는데 왜 이렇게 맛이 다른지 모르겠다. 식재료에 문제가 있나.

그리곤 내가 젓가락질을 얼마나 못하는지 깨달았다. 사방팔방 자꾸 국물이 튀어서 일행이랑 같이 왔으면 좀 부끄러울 뻔했다. 그러면 좀 어떤가. 젓가락질 못하는 내 모습 보면서 혼자 웃었다. 같이 웃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5천보만 걸어도 발 아픈 나와 누가 같이 다닐 수 있나. 상대는 보고 싶은 게 많을 텐데. 휴양지 가보고 싶다. 혼자라서 늘 대도시만 다닌 건 아닐까. 작년 말부터 이제 정말 혼자 여행 그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만도 하다.



전부터 느꼈지만 일본 호텔방은 작아도 너무 작다. 유럽에선 한 번도 이렇게 작은 방은 본 적이 없다. 매번 가는 사우스햄튼 호텔방이 2.3배쯤 더 큰 거 같다.


오늘 오사카성은 갈 줄 알았다. 공항 도착해서 호텔 근처인 난바역에 내려서 좀 둘러보다가 밥 먹고, 체크인했다가 밥 먹은 게 다다. 작년 창원 여행 이후로 '뭘 대단히 볼 생각하지 마라'가 내 여행 모토다.

내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정해진 일정 없이 왔다. 대신 구글맵에 가고 싶은 곳이 체크되어 있다. 유니버설 제외하고는 전부 옵션이다. 오늘은 모레 일정을 정할 수 없다. 그건 대략 컨디션 예측이 가능한 내일 밤에나 가능하다.

아까 먹은 말차 아이스크림이 또 생각난다. 이래서 베네치아 갔을 때 2박 3일 동안 똑같은 가게에서 젤라또를 4번인가 먹었다. 그땐 정말 태어나 먹은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환상적으로 맛있게 느껴졌다. 아마 모레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먹지 않을까 싶다. 이런 우연 속에 발견하는 기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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