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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기, 한국에 오다

by 이가연

중국에서 대학원 동기가 지디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와서 만났다. 가족들 없는 시간에 집으로 초대했다. 영국에서만 봤던 애를, 여의도 건물 앞에서 보니 너무 반가우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오묘했다. 피아노 치며 노래도 들려주고 책에 실린 동기들 사진도 보여줬다.


친구들끼리 영국에 있을 때, 본인들은 수업 시간에 맨날 같이 게임하는데 수업 정말 열심히 듣고 재능 많은 한국인이 있다고 다들 부러워했다고 말해줬다. 순간 뭔가 울컥했다.


이 친구는 나와 같은 전공이었다. 원래 다른 친구하고 친했는데, 애인이라서 알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본인 집이면 그냥 생얼로 봐도 되는데, 나한테 잘 보이고 싶다고 방 안에서 화장을 열심히 하고 나왔던 게 기억이 난다. 당시엔 내가 점성학 주사위를 가지고만 있을 뿐 잘 다룰 줄 몰랐는데, 그 친구가 주사위로 내 운세를 봐주기도 했었다. 운세는 안 좋게 나왔던 걸로 기억하지만 재밌었다.


헤어졌다니. 그렇게 영국에서 강아지도 같이 키우며 살았는데 진짜 괜찮은 건가 싶었지만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항상 셋이서 같이 만났기 때문에, 이 친구랑 단둘이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관계라는 것이 결국 ‘만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오래 알고 지내는 일본인 언니도, 그 언니가 한국에 자주 오기 때문에 십 년을 꾸준히 알고 지낼 수 있었다. 나도 이제 마음이 바뀌어 5월 이후로는 영국에 자주 안 갈 거 같은데, 영국인 친구도 서울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준 김치찌개, 순두부찌개가 정말 맛있었어서 계속 생각나는데 어디서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친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에 데려와야 한다. 그게 맛있을 리 없다.


이 친구는 앞으로도 한국에 놀러 올 일이 자주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네가 영국에서 쌓은 네트워크는 어디 사라지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 좋은 기억 많이 쌓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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