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
노래 녹음을 끝냈다. 작년 8월 이 곡을 쓰고 불렀던 게 남아있어서 비교가 되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점이 느껴졌다. 지금은 훨씬 듣기 편안하다.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후렴에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부분을 부를 때 둘 중 하나였다. '사실 너도 나를 품은 적이 있어서'를 부를 때마다 생각하면 열받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먹듯이 부르거나 아니면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 '너도 나한테 정을 줬잖아. 너 도망친 거잖아. 엉엉엉 ㅜㅜㅜㅜ' 이런 마인드가 아니라 '니 스스로도 비겁했던 거 알 텐데? 잘 살고 있긴 하니.' 이런 마음이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부르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 이 노래는 절절한 발라드가 아니라, 맑고 생기 있는 느낌 속 묘하게 찌릿찌릿 슬픈 게 핵심이다. 노래를 부르는 내가 아무렇지 않을수록, 듣는 사람들이 더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