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지 않는 디자인

저자 숀/행성B

by 이가연

활발히 공연을 다녔던 2017년부터 '이런 거' 잘 만든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 '이런 거'에는 공연 포스터, 프로필 명함, 앨범 재킷 등이 있다. 인디 뮤지션은 단순히 곡 쓰고 노래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마케터와 디자이너 역량도 갖춰야 한다.



원리를 모르고 같은 일을 반복해도 감은 생긴다. 무엇이든 계속 반복하면 몸에 익는 법이다.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주장할 수 없다.

일반인 모델로 출사를 많이 다녔더니,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으로부터 좋은 사진을 많이 본 거 같다고 감각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모델로 다닌 것일 뿐인데, 어느새 사진을 찍는 것도 잘하고 있던 거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사진 구도를 잘 잡아서 찍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다.


5에서 10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1로 돌아가야 한다. 5에서 10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출발점이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앨범 재킷 고르면서도 느꼈다. 애초에 기본 사진부터 임팩트가 없으니, 무슨 폰트로 글씨를 써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사진을 바꾸는 게 좋았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와 당신과 우리의 사회 안에서 그것이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파고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디자인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신곡 '그런 너라도'는 '맑음, 순수함, 밝음, 생기 있음.' 그리고 내면에 숨겨진 '슬픔, 체념함, 답답함'이 담겨있다. 이 노래에 웃는 내 얼굴과 슬퍼하는 내 얼굴, 둘 중에 어떤 게 더 사람들 심장에 팍 와닿을까. 웃는 얼굴이다.


조니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 팀에게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더 빼야 할지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글 쓸 때 늘 염두하고 있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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