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이 책은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와 실용 보컬리스트의 만남을 책으로 쓰고자 하는 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음악을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음악이 필요 없겠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니까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눈앞의 대상과 기억 속의 대상은 다르지요. 옛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무언가를 먹었다가 '어, 이런 맛이었나?'하고 실망한다든가 말이죠. 뇌는 시각에 속는다고 말씀하셨는데, 미각도 뇌를 속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요.
사람은 오죽할까. 기억 속의 대상은 당시 강렬했던 모습만 편집해서 남아있는 거다. 부정적인 경험이 더 크게 기억에 남기도하고, 기억에서 지워진 순간이 무척 많을 거다. 오랜만에 누군가랑 대화하면 지금껏 생각해 왔던 모습은 어느 쪽으로든 사라질 수 있다.
모차르트는 다작하는 사람이었지요.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짧은 것까지 포함하면 700개가 넘는 곡을 썼어요. 소나타 형식의 경우 '기능화성학'이라는 확실한 중심축을 가지고 곡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필연성을 기반으로 음을 쌓아 나가면 금세 곡이 완성됩니다. 음악은 역시 시스템이 중요해요.
카톡으로 막 얘기하다가 갑자기 영감 받아서 곡 썼다고 몇 분 만에 들려줄 때마다 오빠가 모차르트냐고 했다. 기본적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곡의 구조가 몸에 베여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1시간 20분 정도에 걸쳐 힘들게 연주하는 곡인데, 한 사람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이런 악보를 쓰는 것은 아주 큰일이지요. 그야말로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봐요. 건축처럼 작곡도 인공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행위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 참 매력적이다. 보통 작곡가라면 건축물을 짓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말에 동의하는데, 나는 조금 다르다. 구조적으로 설계한다기보다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다. 살아 숨 쉬는 땅, 그 공간 자체를 만드는 느낌이다. 그렇게 공간을 만들어두면 기타, 드럼과 같은 악기를 입혀서 쌓아 올리는 건 편곡자의 역할이다.
과학 연구자들 중에서도 외국에 가면 실적이 높아지는 사람이 많아요. 아마 고조된 긴장감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 그래서 제가 영국에서 써온 곡들은 아주 사랑스러워요. 한참 몇 년 전에 썼지만 돈이 없어서 발매를 못한 곡들이 있는데 영국 가기 전과 후로 음악이 달라져서 이제 생각도 안 난다. 곡을 쓰면서도 어떻게 쓰는 것마다 앨범 퀄리티일 수 있는지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