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완벽한 영국 발음을 갖고 싶다는 집념이 사라졌다. 이건 그냥 미국 40% 영국 40% 한국 20%쯤 섞인 내 고유의 억양이다. 비율이 조금씩 달라질 순 있어도, 이 세 가지가 다 섞였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경상도 사람이 서울 와서 몇 달 있었다고 서울 사람이 보기에 그 티가 안 날까. 물론 아나운서 시험 준비하듯 뉴스 보면서 따라 연습하면 고향 친구들이 보기에 "이야 서울 사람 다 됐네." 정도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억양이 드러날 거다. 나도 영국에 있을 때, 영국인이 듣기에 완전히 영국 발음은 아니면서 좀 섞인 걸 다 알았을 거다.
사투리 싫어하고 고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면 "아니 왜! 좋은데!" 했으면서 왜 영어는 완벽한 영국인이 되고자 했는가. 영국이야말로 각양각색의 억양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에 와서 영국 발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유튜브 '브릿센트'를 보면서 셰도잉을 했다. 그래야 뭔가 연결고리를 놓지 않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영국인 친구는 취직해서 바쁘다.
미국 대학원에 갈 생각을 접은 것도, 미국 가면 일주일 만에 바로 발음 바뀔 걸 알아서 놓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나는 미국인과 말하면 미국인, 영국인과 말하면 영국인이다.
이런 나를 그대로 좋아해 주기로 했다.
영국 도착해서 첫 주 자기소개
작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