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프라하, 성인 박물관에 가다

by 이가연

입구엔 18세 이상부터 입장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티켓 구매하는 줄 서면서 혹시 여권 보여달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그냥 통과되었다. '제가 17살로 보이시나요?' 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솔직히 들어가기 매우 민망스러웠다. 입구에는 무료 테스트라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룰렛판처럼 돌아가는 빨간 의자가 있었다. wild, burning, warm 등 어떤 성향인지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어떤 여자가 burning이 나오자 사람들이 떼거지로 "워어어후"하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들어가면 진짜 민망했을 거 같은데 그 소리와 사람들 틈에 섞여 입장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입장에 성공했다고 해서 민망함이 멈추는 건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새빨간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가니, 흔히 아는 여성용 성인 용품들부터 반겨줬다. 몇 개는 또 정말 고문용 의자 같아 보였다. 백 년 전에 저런 도구들이 있었다니. 일본, 중국의 옛날 도구들은 있어도 한국은 절대 없었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지. 정확히는 그냥 19금이 아니라 '19금 도구' 박물관이었기에 온갖 도구들로 가득했다.

한 5개 국어로 설명이 적혀있었다. 설명판을 넘어갈 때마다 재빨리 영국 국기를 찾았다. 설명을 읽고 경악하고 다음 거 읽고 경악하기 연속이었다.

뭔가 사진은 찍고 싶은데 도저히 뭘 찍어야 될지 모르겠었다. 그나마 18세기인지 19세기인지 모르겠지만 옛날 귀족 집이 미니어처로 꾸며져 있는 모습은 귀여웠다. 그러나 귀엽다고 생각한 것조차 19금이라 모자이크를 했다. 미니미 인형들이 귀여웠던 거지 장면이 귀엽진 아니하다. 여자는 젊은데 왜 남자는 다 노인들인지.

가장 하이라이트는 심지어 무슨 1910, 20년대 흑백 포르노를 다 같이 앉아서 보는 시네마룸도 있었다. 한국은 이제 막 조선 시대를 벗어난 때에, 유럽은 저런 포르노를 감상했다니. 조심스럽게 커튼 열고 들어갔는데, 진짜 남자 1명에 여자 2명이 있는 흑백 포르노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미 그 룸에 사람들이 대여섯 명 앉아있었는데, 계속 보기 민망해서 금방 나왔다.

돌아보면서 '아, 나는 아무리 봐도 저런 도구는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절레절레했다. 그렇긴 한데, '정신적으로 지배당하는 걸 좋아한 거는 아니었나' 하는 나를 잠시 되돌아보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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