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강사도 그만두고, 개인 레슨 문의도 없고, 가르치는 일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아이들과 수업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봉사 활동 사이트를 계속 뒤적이게 되었고, 어느덧 서울 소재 한 대안 학교에서 보컬 수업을 하게 되었다.
기관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학생 한 명과 1대 1로 1시간 수업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음악실 문을 여니 학생은 두 명이었고, 아이들도 수업 시간이 2시간인 걸로 알고 있었다. 돈을 받는 경우였다면, '진작 말해줬었어야지!' 할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봉사 활동인 만큼 조금 당황했어도 그냥 진행했다.
2대1 수업은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난감했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곡이 있는지도 미리 여쭤봤었는데, 답신이 없어서 '그냥 가서 물어보지 뭐.'하고 갔었다. 일단 1대1 수업처럼 학생 별로 각자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를 파악하고, 노래를 1절씩 들어봤다.
각자 1곡씩, 그리고 둘이서 같이 부를 곡도 정했다. 첫 수업에 서로 인사 나누고, 앞으로 부를 노래만 정해서 1절씩 불러보면 사실상 할 일을 다 한 거긴 하다. 더욱이 2시간 수업은 처음이라, 시간이 참 많이 남게 느껴졌다. 그동안 초등학생 아이와 1시간 수업할 때를 되돌아보면, 노래도 최소 세네 곡 부르고, 중간에 칼림바도 하고 음악 활동 프린트도 했다. 칼림바도 당연히 없고, 프린트도 없으니, '뭘 해야 하지'하고 조금 막막해졌다. 원래 첫 수업이 제일 어렵다.
그러다 지난달 영국에서 들었던 워크숍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들은 소리를 쭉 이야기하도록 했다. 엄마 전화벨 소리, 세수하는 물소리, 새소리, 애기들 소리 등 아이들이 말하는 대로 적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한 일을 말해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가방 챙기기, 세수하기, 렌즈 끼기 등이 나왔다.
워크숍에서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는 학생들이 전부 음악 전공생인 만큼, 학생들이 가사도 멜로디도 툭툭 금방 뱉었다. 가사를 만드는 건 어려움이 없었지만, 문제는 멜로디였다. 다행히 아이들이 피아노를 연주해 본 경험이 있어서, 아이들을 건반 양 옆에 앉도록 했다. 이건 학생이 한두 명일 때만 가능한 방법이다. 자유롭게 건반을 쳐보며 멜로디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4줄 분량의 간단한 노래가 완성되었다. 멜로디 창작 과정에서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까. 믿고 기다리면 의견을 줄까.' 하며 생각이 많아졌다. 당연히 내 머릿 속에는 가사만 봐도 떠오르는 멜로디가 줄줄 흘러 넘쳤지만, 최대한 내가 먼저 피아노를 치지 않아야될 것 같았다.
그러곤 아이들이 피아노를 누르는대로 캐치하려 노력했다. 나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두 친구가 합쳐서 노래 한 곡이 나온 것이 신기했길 바랐다. '노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이 메시지만 전달 되면 그거로 되었다.
한 친구가 꼭 아이유 '가을 아침' 노래 같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곡 제목은 '여름 아침'이 되었다.
ADHD가 있다는 걸 장점으로 살리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수업 시간 내에 정말 다양한 걸 많이 할 수 있다. 한 시간 수업 동안 한 곡만 계속 부르면 아이들도 재미없어할 거다. 선생님 집중력이나 아이 집중력이나 비슷하면 뭐 어떤가. 취미의 목적은 '즐거움' 하나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봉사라 할지라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활동이어야 오래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인가'이다. '나 말고 누구나 다 할 수 있겠는데' 싶은 봉사는 오래 하기 어렵다. 그건 돈을 받는 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대1 수업이 아니라, 2대1 수업이기 때문에 더욱 재미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다. 앞으로 매 수업 전에 적어도 두 개의 음악 활동을 준비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노래 가르치는 봉사가 아닌, '음악 선생님'으로서 나의 가능성을 펼쳐보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