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by 이가연

수업 끝나면 항상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주의다.


지난번에는 두 명 수업하게 될 줄을 몰랐는데, 오늘은 한 명이 안 왔다. 다른 친구가 대신 늦을 거 같다고 알려줬는데 결국 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벌스, 코러스, 브리지와 같은 송폼을 익힐 수 있는 프린트를 준비했다. 프린트까지 있으면 다소 이론 수업 같아질 수 있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내가 바라는 건, 학생들이 단순히 노래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송폼을 한 번 알아두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여기가 브리지구나.'하고 느낄 수 있다. 취미, 교양 수업의 매력이 그런 게 아닐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보컬 트레이너들이 학생을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 일부러 아는 걸 조금씩 아껴서 가르쳐줄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하루에 너무 많은 양을 전달하면, 학생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니 나 스스로를 '워워'시킬 필요는 있다고 느꼈다.


이번 음악 활동으로는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춰서 펜리듬과 'musical tennis'를 준비했다. 펜리듬은 영국에서 웜업 발표로도 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다. 저 강의실에 학생들만 30명 넘게 있다. (전부 중국인이었기에, 칠판에 자세히 보면 한자로 좌, 우를 적어놨다.)



'musical tennis'는 지난 5월에 영국 워크숍에서 배운 활동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꼭 적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리듬 테니스'라고 불러야겠다. 활동은 간단하다. 4/4 박자에 맞춰서 손뼉과 손가락 튕기기를 한다.


나 : 박수 박수 플립 / 상대 : 박수

나 : 박수 플립 / 상대 : 박수 박수

나 : 플립 / 상대 : 박수 박수 박수


한 명이 문제를 내고, 상대가 4박자에 맞춰서 남은 만큼 박수를 친다. 한 명이 4박자를 다 치면, 서브가 넘어가서 바꿔서 문제를 낸다. 그렇게 릴레이로 진행된다고 해서 테니스다. 빨리 할수록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재밌다. 내(ADHD)가 누군가. 정신 안 차리면 선생님인 내가 틀릴 수 있다.




시계 보면서 '뭐야 벌써 1시간 다 갔어?' 싶으면 학생과 내가 잘 맞는 거다. '잘한 수업' 별 거 없다. 내가 즐거웠으면 잘한 거다. 내가 재밌었는데, 학생이 재미 없었기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내가 재미가 없었는데, 학생은 재밌었을 리도 없다. 나의 감각을 믿기로 했다.


'오늘 수업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나'의 질문은 꼭 물어봐야겠다고 외워두고 있었다. 잊어버리지 않고 물어보는 데 성공했다. 준비한 음악 활동이 재밌었다고 해 줘서 좋았다.


돈을 받고 하던 레슨보다, 봉사로 하는 레슨에 더 열정을 쏟게 된다. 당연하다. 학원에서 돈을 받고 하던 레슨은, 돈을 안 주면 안 했을 거다. 지금은 돈을 안 받고 가는 것이니, 온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로 일상을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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