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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늘었느냐

내적인 성장

by 이가연

한국에 돌아온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점이 성장했을까.


1. 자기 이해의 심화

ADHD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동안 아무도 못해줬던' 나에 대한 이해를 매일 하게 되었다. 나를 잘 대해주는 연습 중이다.


2. 인식 능력

나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인식하고, 어떻게 해야 그 고리를 끊고 편안해질 수 있을지 성찰했다. 어떤 경우에 사람을 상대하기 힘들어하는지 알며, 한계 인식 능력이 분명해졌다. 일적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3. 감정 소화 능력, 회복 탄력성 성장

한 2월부터 브런치 글을 거의 매일 3-5개씩 쓴 거 같다. 하루 3개면 되게 적게 쓴 거고, 7개씩 쓰던 시기도 있다. 분명 마음이 매우 힘든 날들이었을 거다. 그냥 넘길 수도 있었을 나의 일상, 깨달음, 감정들을 글로 포착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원래도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것도 더욱 좋아졌다.


4. 창작 지속력

나는 '예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해졌다. 책이든, 앨범이든, 아직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더라도, 일단 '계속한다'는 마인드가 더욱 굉장해졌다. 원래도 꿋꿋하게 혼자 출간, 발매해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죽기 전에 내가 반드시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5. 과거 재구성

과거의 상처와 경험들을 후회, 자책만 하거나 슬퍼만 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정리하는 힘이 생겼다. 아프지만 이 과정이 나를 무척 단단하게 만들었다.


6. 강점 전환

'ADHD가 있어서 그랬구나.' 하는 자기 이해를 넘어서,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달리 내가 가진 강점에 집중하고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관심사는 책 읽기와 외국어로, 정서적 깊이는 글과 가사로, 열정과 에너지는 음악과 봉사 활동으로 풀어내고 있다.


7. 혼자 있는 시간 존중

영국에선 어떻게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어 했다. 그래서 외로울 틈이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실패를 거듭하며, 결과적으로는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게 되었다. 영국에선 이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지 않았다. 내가 그리는 사람과 대화를 못해서 슬픈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슬프진 않다.


8. 자기표현에 대한 자신감

글이든, 작사작곡이든, 보컬이든,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장점이란 건 깨달았다. 오빠가 '매일 모든' 브런치글을 읽었다고 말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덕이 크다. 이것이 내가 얻은 가장 큰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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