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여러 개를 충족시키는 쾌감

나는 지루할 틈이 없다

by 이가연

하나로 여러 가지 이득을 얻는 일에 쾌감을 느낀다.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다. 영국인 유튜버가 다양한 음악적 지식을 설명해 주는 채널이다. 영국 사람이 직접 말하는 것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국 발음을 익힌다. 몰랐던 음악 지식을 알게 되거나, 아는 내용이라도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게끔 정리가 된다. 또한 중간중간 팝송 예시를 5초 정도 들려주는데, 계속 듣고 싶은 노래라면 유튜브 뮤직에 검색해서 저장한다. 요즘 들을 음악 찾기 어려웠는데, 이 방법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노래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줬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도 비슷하다. 우선 당장의 표현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사실상 그게 90%다) 몇몇 글은 다듬어서 책에 실리니 보람이 있다. 나머지는 따로 소장용 종이책에 인쇄하여 기록으로 남는다. '그 시기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오늘은 새로운 봉사에 다녀왔다. 누군가 봉사를 왜 그리 많이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재밌는 일 찾다 보니까'라고 할 거다. 그런데 단순히 즐거움에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수업하다가 지난 5월, 영국에서 들은 워크숍이 떠올랐다. 그때 배운 활동 중 하나는 즉흥적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짧은 곡을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 그 활동을 그대로 꺼내 썼다. 완전히 계획에 없던 일이어서, 나도 하면서도 '나 이거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서양 학생들은 '멜로디 아무거나 툭툭 던져보자'라고 말하면 툭툭 잘 던진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그러기 어렵다. 이렇게 실전에서 바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사실 고등학생과 많이 대화해 볼 기회는 없었다. 가르치는 건 주로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과 수업 시간에 대화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2, 3학년은 거의 성인과도 같아서, 이야기하는 게 재밌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흔히 ADHD는 연료가 많이 필요한 존재라고 한다. 아마 나는 하나의 행동을 통해 여러 욕구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비로소 에너지가 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결국 나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는 '쾌감' 그 자체다. 지루할 틈 없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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