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official. 이제 확실하다. 지금 나의 영어는, 작년 6월 영국을 떠난 직후보다 더 영국인 같다.
그 근거는 내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11월, 학교 연습실에서 영어 독백을 하는 영상이 있다. 이 때는 그냥 미국 쪽이다. 영국 느낌이 아예 없다. 왜냐, 9월 말에 도착해서 얼마 안 됐을뿐더러, 한국인들하고 주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투리만 늘었다. 물론 제이드와 그때부터 친했다. 하지만 한국 애들과 더 많이 말했다.
그런데 2024년 2월, 라디오 첫 방송을 들어보면 영국 발음이 섞였음을 알 수 있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 한국말할 기회가 사라졌다. 사투리 쓰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학부 한국인 동기가 한 명 있긴 했지만, 2학기부터 같이 듣던 수업도 없었다.
영국 영어 발음 얻고 싶어서 미국이 아닌 영국을 선택한 것도 있었다. 왼팔과 오른팔 같던 한국인 친구들 싹 사라지고 옆에 딱 영국인 한 명만 남으니, 그 친구와 더 자주 만나게 되었고, 비로소 영국 영어가 늘기 시작했다. '느그들은 절대 나처럼 못 지내고 있을 것이다'하는 독기가 작용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라디오 DJ라는 임무도 맡게 되었으니, 더 영국 발음으로 말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2024년 3-4월 라디오 클립을 들어보면, 아직 미국과 영국이 섞여있는 느낌이 든다. 5월 평가 과제를 위해 친구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보면, 어느덧 영국 느낌이 조금씩 더 묻어났다.
모국어가 한국어고, 평생 미국 영어로 공부했는데, 몇 달 있었다고 영국인처럼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한국에 왔다고 끝인가? 아니다. 한국에 있어도 영국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결론은 노출 시간이다.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나와 동생은 어릴 때부터 미국 아이들과 비슷하게 컸다. 학원에서 나이에 맞게 미국 교과서로 공부했다. 마치 국제 학교처럼, 문학, 사회, 과학, 세계사, 생물 이런 것도 다 영어로 배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어 학원 시험이었다.
그러니 내가 한국에서 영국에 있을 때보다 영국 발음을 더 잘하게 된 것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꾸준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영국 튜터와 1시간씩 영어를 하고 있다. 오늘은 'z'와 'th' 들어간 텅 트위스터를 내가 준비해서 연습했다. 한국인 치고 아주 잘하겠지만, 나는 '한국인 치고'가 아니라 정말 '네이티브'를 원한다. 몇 달 전부터는 제이드와 주말마다 통화도 하고 있다. 5월에 영국 갔을 때, "너 좀 미국인 같다"라는 말을 들었어서 근 3개월간 더 노력했다.
다이어트랑 똑같다. 급격히 살을 빼고 나면 요요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영국 영어도 지금부터 6개월 동안 영어로 한 마디도 안 하면 6개월 뒤 내가 내뱉는 건 완전 미국말일 것이다.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유지'로도 만족하려 했는데, 작년보다 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영국에서 3,4년을 유학했어도, 한국인하고만 어울리고 영어로 말 안 하고 살면 그냥 한국인이다. 하지만 나는 8개월도 살지 않았음에도, 발음만 들으면 5년 이상 산 사람 같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설령 지금처럼 신경 써서 연습하지 않아도, 3개월 동안 영어를 안 해도 영국말이 나오는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th' 발음처럼 모국어의 영향을 받는 발음들을 연습하여 네이티브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