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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Aug 03. 2018

도도새를 찾아서

제 작업을 소개합니다.

About perspective II, 130x162cm, gouache on canvas, 2018



현대 사회는 공공기관과 교육, 미디어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개개인을 사회라는 시스템에 예속된 신체로 제조한다. 과거에는 이 거대한 메커니즘 속의 하나의 부속품이 되는 대가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과 부를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이 메커니즘 속의 부속품마저 되지 못한 채 잉여인간이 되거나, 성실하게 합류했다손 치더라도 쉽게 도태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대부터 30대로 대표되는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기회를 가질 틈도 없이 사교육과 무한경쟁에 내몰렸고, 사회에서 요구되는 ‘적당히 좋아 보이는 직장’과 ‘적당히 좋아 보이는 삶’을 얻도록 강요당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대다수의 청년들이 최근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와 정서적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일의 능률과 삶의 질에 대한 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Roaming dodos, 97x162cm, gouache on canvas, 2017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온갖 미디어는 ‘좋은 것’을 규정짓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본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또래 청년들이 겪는 무력감과 혼란의 원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해야만 하는 어떤 특별한 사명감을 갖게 되었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이 지금 본인이 속한 세대가 겪고 있는 광범위한 문제이며 거기에 대하여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러한 고민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 하였으며, 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Speech, 73x61cm, gouache on canvas, 2018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오던 중, 우연히 도도새의 비극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멸종된 동물들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었을 때였다.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근 해역에 위치한 모리셔스라는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살던 그들은 원래 날 수 있는 새들이었지만 먹을 것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굳이 날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결국 날개가 퇴화되어 닭이나 오리처럼 날 수 없는 새가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15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탐험을 하던 중 이 섬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새임에도 불구하고 날지 못해 너무나도 쉽게 잡혀버리는 그들에게 조롱이라도 하듯 ‘도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1681년, 마지막 남은 도도새가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유일하게 증명해주는 것은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새의 뼈다귀들 뿐 이다. 본인에게는 도도새가 겪게 된 이 비극이 다소 각별하게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이 마치 하늘을 나는 법을 망각한 도도새와 같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회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어떤 기준과 프레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그 속에서 안주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는 행복의 기준이나 사랑의 형태와 같은 것들 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날개를 버린 도도새는 현대인들과 닮았다. 현대인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조금씩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유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Dodo with birds, 72x60cm, gouache on canvas, 2018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도도새에 대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풀어나가게 된 계기는 일현미술관에서 주최한 <일현 트래블 그랜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본 프로그램은 작가가 계획한 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본인은 2014년 공모에 최종 합격하여 도도새가 멸종했다고 알려진 모리셔스 섬으로 직접 떠나 2015년 7월 5일 부터 8월 5일까지 한 달 간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본인은 현지에서 도도새에 대한 자료수집, 드로잉, 인터뷰 등을 비롯한 리서치를 수행하였으며, 그것들을 토대로 현대인과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Dodo in Newyork, 164.5x216.2cm, mixed media on canvas, 2017


본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정글의 이미지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이라는 장소의 속성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모리셔스에 방문 했을 당시 보고 느꼈던 감정들이 표현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열대 기후에 속하는 지역인 모리셔스는 일 년 사계절 내내 덥고 습해 어디든 정글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는데, 그런 정글의 섬에서 존재하지 않는 도도새를 추적했던 행위는 본인에게 그들과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하는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 방황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행위가 본인에게 끝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던 이유는 늘 명료한 답을 찾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의 생각과 고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때문에 이 여행 이후 정글이라는 장소는 본인에게 있어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장소로 인식되었다.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는 그의 저서 <나와 너 Ich und Du>에서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자신이 무엇을 찾아가고 있는지 조차 알기 어려워진 정글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의 방황은 오히려 부덕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Dodo in NY Jungle VIII,33x24cm, gouache, watercolor on canv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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