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심근염을 일으킨 사례
뉴욕 타임즈에 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브루클린 소재 병원에 64세 환자가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며 내원했습니다. 심장 근육이 손상되면 트로포닌이라는 단백질이 발생합니다. 환자는 혈중 높은 트로포닌 수치를 보였고, 보통 이는 심혈관이 막힘으로써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는 심장 근육이 생긴다는 징후입니다. 다시 말해, 심근 경색의 징후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막힌 혈관은 없었습니다. 기사는 이 증상의 범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지목합니다. (그림 1, 강조된 부분) 해당 환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심근염 증상을 보였다 해당 기사에서는 말합니다
해당 환자는 다행히도 12일가량 치료를 받고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호흡기가 아니라 심혈관계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 환자 사례가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하는데요.
해당 기사는 중국 우한쪽 연구 (우한의 Zhongnan 병원이라는데) 역시 언급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 19로 입원한 환자의 20%에서 심장 손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합니다. 이 환자들 중 다수는 기저질환이 없었습니다. (해당 JAMA 저널 링크: https://bit.ly/2UoHxQZ)
잘 알려진 것처럼 신종 코로나의 초기 증상은 열, 피로, 그리고 마른기침입니다. 목이 아프거나 콧물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증상도 알려져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그리고 감염이 심화되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폐렴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순환기내과(심혈관계를 다루는 내과) 전문의들은 그간 신종 코로나 대응에 있어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심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위 기사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이는 신종 코로나가 심질환(심근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가능성의 제시에 따라 미국심장협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는 신종 코로나와 심장질환 간의 연구를 위한 연구보조금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합니다.
코로나 19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방식은 아직 불명인 듯 합니다. 위 뉴욕 타임즈 기사의 경우 코로나 19가 직접 심장에 침투해서 심근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 몸의 과다한 면역반응을 유도해서 심장에 손상을 주거나, 호흡기에 무리를 줌으로서 심장으로의 산소 공급을 줄여 심장에 손상을 줄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위 내용을 뒷받침하는 다른 글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의 제인 웨이 (Jane Wey) 라는 의사의 글에서 따욘 내용이며,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Perez라는 의사분과 이탈리아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는 Federico Pappalardo라는 의사분이 주 정보 제공자인듯 합니다.
해당 글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이 (호흡기가 아니라) 심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의료진의 경우 대부분이 순환기내과 의사였다 합니다. 사망자들 중 많은 수에서 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났지만 사망의 원인은 대부분이 심혈관 관련이었으며, 중환자들 중 50%는 폐렴을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
또, 해당 글에서 의료진들은 혈중 트로포닌 상승치를 심혈관계 증상이 나타났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마커로 사용했습니다. 해당 의료진들은 트로포닌의 조그만 상승이나 상승세도 아주 나쁜 징후로 해석했다 합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위 내용을 알아보며 생긴 궁금증과 그에 대한 대답을 간단히 달아보려 합니다.
1. 호흡기 증상(기침 등)보다 심장질환 (심근경색 등)이 먼저 발생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런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49세 건강한 방글라데시 남성이 실신으로 입원했습니다. (응급실로 실려온 듯합니다) 하루 전 발열이 있었고, 심전도 검사 결과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응급으로 심도자 검사를 했습니다. 막힌 심혈관은 없었고 심장초음파는 정상이었습니다.
(심도자 검사: 막힌 심혈관이 있는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해당 환자는 그날 밤 갑작스러운 발열을 보였고 심전도상 결과는 더 악화된 듯 보였습니다. 해당 증상 때문에 해당 환자는 격리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확진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병원에서 코로나를 일차적으로 의심하지 못한 점, 입원 전 열 이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고도 심혈관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생각됩니다.
해당 환자는 이후 브루가다 증후군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브루가다 증후군은 심장 관련 유전성 질환으로, 성인 남성이 급사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별 증상 없이 지내다 갑작스런 심인성 급사를 겪는 경우가 있는데요. 위 사례는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던 브루가다 증후군이 신종 코로나로 드러난 경우라 합니다.
위 뉴욕 타임즈 기사에서 말하는 브루클린 소재 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처음에 의료진이 코로나를 의심하지 못한 것을 보면 별다른 호흡기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2. 다른 바이러스들엔 이런 증상이 없나요?
신종플루나 메르스, 돼지독감도 심근염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감에 걸려도 심장마비를 겪을 확률이 평소의 6배에서 7배가량 올라간다는 연구결과 또한 있습니다.
3.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심장으로? 다른 병을 오인한 건 아닐까요?
한 전문가는 위 사례에서 나타난 증상이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의 증상과 유사함을 지적했습니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은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유발되는 급성 심장질환 증후군으로, 위 사례와 흡사한 증상을 나타냅니다. 막힌 심혈관은 없는데 심근경색의 신호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4.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심장질환이 흔할까요? 실제로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은 건 아닐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심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들을 놓치고 있는 거라면?
더 많은 데이터가 나와보아야 알겠지만, 제가 이것저것 찾아본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심근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게 흔한 일은 아닐 거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우한 쪽 통계를 보면 20%의 환자에서 심장 쪽 손상이 관찰되었다 하니.. 뭐라 단언을 못하겠네요..
5. 코로나 19가 심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면 임상 시험중인 약물도 이에 맞게 변경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 역시 있었습니다. 코로나 19의 후보 약품 중에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있습니다. 여기다 아지스로마이신이란 항생제를 섞는 병용요법 역시 연구되고 있는데요. 이 약물들의 부작용으로는 부정맥과 같은 심질환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가 호흡기 이외에 심질환 역시 일으킬 가능성이 제시되자 심혈관계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아지스로마이신을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시험하는데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 역시 있었습니다.
아무튼, 코로나 19로 인한 심근염이 흔히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평소 심질환계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은 코로나를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긴 샘입니다.
아직 코로나 19와 심질환 간의 연관성에 대해선 밝혀진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추가적인 내용을 알게 되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