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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Jul 29. 2021

13. 정수비와 음정

1:2, 2:3, 3:4, 감성의 수학 이성의 음악

수학과 음악


   수학하면 머리에 쥐 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중고등 교육과정에서 가능한 수학을 축소하려고 하고 실제 그렇게 바뀌었다. 음악을 들으면 쥐 난 머리가 풀린다. 그렇다고 음악 교육과정을 더 확대하였는가? 그렇지도 않다. 대학 입시에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수학은 매우 이성적이고 음악은 매우 감성적으로 느낀다. 수학을 하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나 음악은 저절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학과 음악은 전혀 다른 학문 분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유사한 점이 많다. 음악도 그 이론에 들어가면 매우 이성적이다. 수학만큼 머리를 써야 한다. 그래서 연주만 하는 음악가들은 이론에 들어가면 머리에 쥐가 난다. 이론은 제대로 모르고 연주만 잘하면 그것은 기술자로서의 역할이고, 좀 못해도 되지만 연주뿐 아니라 이론도 함께 잘 알면 그것은 과학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기술자의 역할은 과학자보다는 더 실용적이고 대중적이라 그 가치 역시 매우 높다. 마찬가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론보다는 연주를 너무 잘하는 음악가에게 우리는 찬사를 보낸다.

   수학에는 수많은 기호가 사용된다. 이 기호의 뜻을 잘 모르면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러나 그 뜻을 명확히 알면 많은 내용을 간단하게 함축시킬 수 있어 논리 전개에 큰 도움을 주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다.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수많은 기호인 음표가 이용된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이 음표의 뜻을 잘 모르면 악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어 연주하기 어렵고 또한 연주한 곡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아 연주곡을 전승하기 어렵다. 소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몇 단계 지나가면 그 내용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보가 없던 옛날에도 분명 음악은 함께 했었겠으나 지금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이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음악은 감성적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반해 수학은 이성적이라 할 수 있으니 서로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실베스터(James Joseph Sylvester, 1814~1897)는 “음악은 감성의 수학이고,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다.”라고 말하여 두 분야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도 “음악과 그토록 오래 함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지식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수학의 도움에 의해서였다.”라고 말했으며, 작곡가 나운영(1922~1993)도 ‘수학적인 두뇌 없이는 음악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음악과 수학은 깊은 연관이 있음에 틀림없다. 

   수학과 음악의 공통점은 바로 ‘아름다움’에 있지 않을까? 음악은 들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수학은? 수학도 그렇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그 간결성에 있다. 복잡한 관계가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될 때 거기서 희열을 느낀다. 이처럼 수학은 이성의 아름다움이며 음악은 감성의 아름다움이다. 성 어거스틴(St. Augustine, 337~397)은 <고백록>에서 “이성적인 이해 없이 음악을 듣는 것은 짐승이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감성적인 즐거움보다 이성적으로 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음악이다. 마치 우리의 옛 음악인 정가를 들으면 이 말이 이해가 된다. 마음을 움직여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이 아닌 곡조가 매우 절제되어 명상을 즐기는 듯한 이성적인 느낌을 주는. 또한 그는 최상의 음악은 목소리이고 두 번째는 숨으로 연주하는 관악기, 그리고 하위 음악은 현악기나 타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교회에서 오직 목소리만 울렸다. 그것도 도약이 없는 아주 절제된 곡조로 남성이 부르는. 한참 후에 악기가 추가되어 지금은 물론 성가대가 주 역할을 하지만 다양한 악기가 함께 한다.

   수학과 음악을 처음으로 연결한 사람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최초로 증명한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Pythagoras, BC582?~BC497?)이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은 절대적 수이고 음악은 응용적 수라고 했다. 물론 그가 말한 수는 지금의 유리수이다. 유리수는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는 수이다. 피타고라스는 이전부터 널리 잘 알려진 어울림 음정을 정수의 비 1:2, 2:3, 3:4 등으로 나타냈다. 여기서 음정이란 곧 설명하겠지만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또한 그는 음의 높이와 소리를 내는 줄의 길이 사이에 반비례가 성립한다는 사실도 발견하여 음향학 이론에 큰 업적을 남겼다. 즉 장력이 일정할 때 줄은 길이가 길수록 낮은음이 나고 짧을수록 높은음이 난다. 관도 줄과 마찬가지이다. 서양은 줄의 길이로 음의 높고 낮음을 설명했으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나무 관의 길이로 이를 설명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같은 음높이의 소리를 내는 두 개의 줄 중 하나의 장력을 더 세게 하면(좀 더 잡아당기면) 그만큼 비례해서 음높이가 올라간다. 즉 같은 길이의 줄이라도 줄을 팽팽하게 당기면 당길수록 소리가 더 높아진다. 기타를 갖고 예를 들어보면 같은 줄도 줄을 감아 당겨주면 소리가 올라감을 알 수 있다. 또한 줄이 굵을수록 굵기의 제곱근에 반비례해서 음의 높이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말하면 줄이 굵을수록 음이 떨어지고 얇을수록 음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기타의 줄을 보면 알 수 있다. 굵은 줄을 튕겼을 때 나오는 음이 가느다란 줄에서 나오는 음보다 높음을. 또한 그는 줄을 튕기면 줄이 떨리는데 이 떨리는 횟수가 많을수록 음이 높아지고 작을수록 음이 낮아짐을 발견했다. 소리의 물리적인 특성은 파동이다. 물결치듯이 특정한 주기를 갖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소리가 흘러간다. 19세기에 푸리에(Joseph Baron Fourier, 1768~1830)는 소리의 움직임인 파동 이론의 기초가 되는 수학적 공식을 완성하여 보이지 않고 들리기만 하는 소리를 삼각함수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서양의 음계


   소리는 파동이다. 즉 위아래로 떨리는 진동을 느낌으로서 들을 수 있다. 진동은 물리적으로 주파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주파수는 초당 진동하는 횟수를 말하며 ‘Hz’로 나타낸다. 동물마다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대역은 다른데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는 대략 16~20000Hz이다. 남성이 말할 때 내는 소리는 대체로 110Hz이고 여성은 220Hz 정도이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은음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남녀의 목소리는 쉽게 구분된다.

   소리의 파동이 사람의 귀에 있는 고막을 진동시키면 그 작용이 뇌로 전달되어 느끼는 소리의 높이를 음고(pitch, 음높이)라 하는 데, 이때 소리의 떨림인 주파수가 작을수록 음(tone)이 낮아지며 높을수록 음이 높아진다. 음고들의 간격을 매기는 것을 조율(temperament)이라 하고, 그중에서 몇 개 선택하여 뽑은 음들의 배열을 음계(scale)라 한다.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울리는 두 음 사이의 단계적 거리(또는 음고의 차)를 음정(interval)이라 한다. 서로 음정이 달라도 같은 종류의 음정으로 볼 수 있는 데 그것을 옥타브(octave) 음정이라 한다. 

   음계는 옥타브 이내의 반음(semitone)과 온음(tone)의 음정들이 낮은음에서 높은음으로 배열된다. 크게 반음과 온음이 섞인 온음계(diatonic scale)와 반음으로만 이루어진 반음계(chromatic scale)로 나눈다. 온음계는 다음 표와 같이 7음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음이름은 낮은음부터 시작한다. 

이 음계에서 ‘도-레-미’와 ‘파-솔-라-시’ 사이의 이웃한 음정들은 모두 온음정이며 ‘미-파’와 ‘시-도’ 사이는 반음정으로 음의 간격이 온음정에 비해 반이라고 보면 된다. 즉 반음정 두 개를 이으면 온음정이 된다.

   반음계는 반음 내린다는 표시로 ‘b(플랫)’와 반음 올린다는 표시로 ‘#(샵)’을 음에 붙인다. ‘다, 라, 마, 바, 사, 가, 나’를 사용하는 경우 반음 내리려면 ‘내림’, 반음 올리려면 ‘올림’이란 말을 음정 앞에 사용한다. 즉 Bb은 ‘내림 나’, C#은 ‘올림 다’와 같다. 온음정 사이에 낮은음을 반음 올린 음은 높은음에서 반음 내린 음과 같다. 예를 들면 ‘올림 라’ 음인 D#과 ‘내림 마’ 음인 Eb은 같은 음이다. 따라서 서양 음계는 다음 표와 같이 7음을 중심으로 한 반음계인 12 음계를 사용한다. 그래서 피아노의 건반은 모두 이 12음이 반복되어 구성되어 있다. 하얀 건반은 온음계 7음을, 그리고 검은건반은 나머지 5음을 나타낸다.

   음에 붙여진 고유의 이름을 음이름(또는 음명)이라 하며 ‘C, D, E, F, G, A, B’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용어로는 ‘다, 라, 마, 바, 사, 가, 나’이다. 악보의 조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하는 음의 이름을 계이름(또는 계명)이라고 하며 ‘도, 레, 미, 파, 솔, 라, 시’를 사용한다. 만일 ‘솔’ 음을 으뜸음으로 하여 온음계 ‘도, 레, 미, 파, 솔, 라, 시’와 똑같은 음정의 간격으로 소리를 내면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순이 된다. 이때 솔(G 또는 사) 음이 으뜸음이 되어 ‘솔’을 계이름으로 ‘도’라고 부르며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레, 미, 파, 솔, 라, 시로 올라간다. 이러한 음계를 사용한 노래의 조를 사장조(또는 G장조)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계이름은 상대적인 이름이고 음이름은 절대적인 이름이다.

   여러 악기가 합주를 하기 위해서는 악기들의 음고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 똑같은 음에 악기마다 그 소리가 다르면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1939년 런던에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음높이(standard pitch)의 기준을 정했다. 기준음은 피아노에서 네 번째 높은 라 음(A4)으로 정확히 435Hz에 맞춘다. 그러나 연주(concert pitch)할 때의 기준음은 약간 더 높게 440Hz로 조율을 한다. 요즈음은 조금 더 올려 442Hz로 하는 경향이 있다. 주파수가 올라가면 음이 높아져 조금 밝은 느낌을 준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를 들을 때 그 소리가 어떤 음인지 안다. 즉 피아노로 C를 치면 그 음이 도라는 것을 안다. 다른 음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소리를 들을 때 그 소리가 몇 Hz쯤 인지 인지할 수 있는지 또는 무슨 음인지 아는 것을 절대음감이 좋다고 하며, 특정 음을 먼저 듣고 나서 무슨 음인지 알면 상대음감이 좋다고 한다.


줄의 길이와 음정

     

   음정은 두 음 사이의 단계적 거리라고 했다. 그 단계적 거리를 계산하는 단위는 ‘도’로 나타낸다. 즉 본음을 포함하여 온음계의 k번 째 음과의 거리를 ‘k도’라고 한다. 따라서 온음계 안에서 같은 음은 1도, 그다음은 2도부터 시작해서 7도, 8도 이렇게 된다. ‘C’ 음을 기준으로 1, 4, 5, 8도를 완전음정 그리고 2, 3, 6, 7도를 장음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같은 음인 ‘도’와 ‘도’는 완전1도, ‘도’와 한 옥타브 위 ‘도’는 완전8도이다. ‘도’에서 높은음 쪽으로 ‘솔’은 완전5도, 그리고 ‘도’에서 ‘파’ 또는 ‘솔’에서 아래로 ‘도’는 완전4도이다. ‘도’에서 ‘레'는 장2도, ‘도’에서 ‘미’는 장3도, ‘도’에서 ‘라’는 장6도 그리고 ‘도’에서 ‘시’는 장7도이다. 완전4도는 그 사이에 온음이 2개 반음이 1개 있으며, 완전5도는 온음이 3개 반음이 1개 있다. 장2도는 그 사이에 온음만 1개 있고, 장3도는 그 사이에 온음만 2개 있다. 장6도는 그 사이에 온음이 4개 반음이 1개 있으며, 장7도는 그 사이에 온음이 5개 반음이 1개 있다. 

   장력이 일정할 때 줄은 길이가 길수록 낮은음이 나고 짧을수록 높은음이 나고, 줄의 길이의 비와 주파수의 비는 반비례 관계라고 했다. 즉 줄이 길수록 주파수가 작아지고 짧을수록 커진다. 그러므로 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주파수는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한 옥타브 위의 높은음이 나고, 두 배로 늘어나면 주파수가 반이 되어 한 옥타브 아래의 낮은음이 난다. 즉 1:2나 1/2 또는 2라는 비율은 음에 있어서 옥타브 관계를 나타낸다. 줄의 길이가 2/3로 짧아지면 완전5도 위의 음이 나고 3/2으로 길어지면 완전5도 아래 음이 난다. 한편 3/4으로 짧아지면 완전4도 위의 음이 나고 4/3로 길어지면 완전4도 아래 음이 난다. 즉 2:3과 3:4의 관계는 각각 완전5도와 완전4도의 관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완전4도 높은음이란 서양 음계에서 주어진 음을 포함하여 네 번째 위의 음으로 두 음 사이에 두 개의 온음과 하나의 반음이 포함된 음이다. 마찬가지로 완전5도 높은음은 주어진 음을 포함하여 다섯 번째 위 음으로 세 개의 온음과 하나의 반음이 포함된 음이다. 예를 들면 ‘도’와 ‘파’는 완전4도, ‘도’와 ‘솔’는 완전5도이다. 그러나 ‘솔’과 한 옥타브 위 ‘도’는 완전4도이다. 아래 그림은 길이가 1인 줄을 튕길 때 C 음이 나오는 경우 길이에 따라 생기는 음을 표기한 것이다. O을 중심으로 C의 왼쪽은 C보다 길이가 짧으므로 C보다 높은음이 나오고 오른쪽은 길이가 더 길므로 C보다 낮은음이 나온다.

오른쪽 G와 F는 왼쪽 G와 F에 비해 각각 길이가 두 배이므로 한 옥타브 아래 음이 된다.


우리나라의 음계

     

   중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전통 음계 역시 서양 음계와 마찬가지로 12 음계이다. 중국의 고전인 『악기』에 “모든 소리의 일어남은 사람의 마음에 연유해서 생기는 것이며, 사람 마음의 움직임이 그것으로 하여금 그렇게 소리 나게 만든다.”라고 적혀있다. 조선시대의 성종 때 지은 음악 이론서인 『악학궤범』에는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머물며, 텅 빈 곳에서 나와 자연 안에서 이루어진다.”라고 나와 있다.

   서양음악에는 음양의 개념이 없으나 동양음악에는 양성인 음을 율(律), 음성인 음을 려(呂)해서 음을 율려라 부른다. 서양은 도(C)를 기본음으로 하나 우리는 황종(黃鍾)을 기본음으로 한다. 이 12 음계의 이름을 십이율려명(十二律呂名) 또는 율명(律名)이라 한다. 낮은음부터 차례로 다음과 같이 부른다.


황종(黃鍾), 대려(大呂), 태주(太蔟), 협종(夾鍾), 고선(姑洗), 중려(仲呂)

유빈(蕤賓), 임종(林鍾), 이칙(夷則), 남려(南呂), 무역(無射), 응종(應鍾) 


이 음의 앞 글자를 따서 간단히 ‘황, 대, 태, 협, 고, 중, 유, 임, 이, 남, 무, 응’으로 표기한다. 이 음보다 한 옥타브 높으면 삼수변 ‘氵’을, 낮으면 사람 인 변 ‘亻’을 율명 왼쪽에 붙여 구분한다. 예를 들면 황(黃)보다 한 옥타브 높은음은 ‘潢’ 그리고 한 옥타브 낮은음은 ‘僙’이라고 쓴다.

   서양처럼 중국도 주로 사용하는 음계는 7 음계이다. 이 음계의 이름을 ‘궁, 상, 각, 변치, 치, 우, 변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 전통음악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계는 5 음계로 주요 5음은 ‘황, 태, 중, 임, 남’ 또는 ‘임, 남, 황, 태, 고’이다. ‘황’은 중국계 음악인 아악이나 당악을 연주할 때는 서양 음계의 ‘C’에, 우리 음악인 향악에서는 ‘Eb‘에 그리고 민속악에서는 ‘F'에 가깝다. ‘황’을 ‘C' 또는 ‘Eb’에 맞추면 서양 음계와 전통 음계는 다음과 같이 비교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 첫 네 마디 ‘솔라솔라 도레도레 미레미레도라 솔’을 우리 음계로 불러보면 다음과 같다.


 임남임남 황태황태 고태고태황남 임


전통적인 우리 음악을 서양 악보로 표기하면 거의 내림마장조(Eb조)나 또는 내림가장조(Ab조) 로 표기된다.


정수비와 배음


   줄을 튕기면 제일 낮은 주파수인 기본음이 울리며 동시에 그 주파수의 2배, 3배, ... 되는 음들이 함께 나온다. 이러한 음들을 배음(overtones)이라 하며 악기마다 다르다. 따라서 배음은 악기의 음색을 결정한다. 이 배음들의 소리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첫 음인 기본음만 들리는 이유는 첫 음의 진폭이 가장 크기 때문에 기본음 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 이 음을 고유한 음으로 듣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첫 음의 주파수를 1이라 할 때 생성되는 배음의 주파수와 음계이다. 첫 음을 '도‘라고 하면 주파수의 비가 1:2이므로 그다음 음은 한 옥타브 위 ’도‘가 된다. 이 ’도‘ 음과 그다음 음은 주파수의 비가 2:3이므로 완전5도 위인 ’솔‘이 된다, 이 ’솔‘ 음과 그다음 나오는 음은 주파수 비가 3:4이므로 ’솔‘보다 완전4도 위인 한 옥타브 위인 ’도‘가 나온다. 이처럼 배음열에서 처음 4번째 음까지 자연스럽게 생기는 음정이 ‘도-도’, ‘도-솔’, ‘솔-도’ 그리고 ‘도’와 옥타브 도로 완전 1, 4, 5, 8도인 완전음정이다. 

   이러한 비율이 서양 음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이 대칭구조와 같은 모양의 균형에서 그 근거를 찾듯이 귀는 배음구조라는 음의 균형에서 우선 듣기 좋은 느낌을 갖는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음의 비는 1:2, 2:3, 3:4, 4:5, 5:6 등등이 되어 섞여 들린다. 

   19세기 헤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 1821~1894)는 이 배음구조를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설명하였다. 배음구조의 원음에 가까운 소리들이 서로 어울릴 때는 어울림화음(또는 협화음)이 되고 원음에서 멀어질수록 잘 어울리지 않는 안어울림화음(또는 불협화음)이 된다. 그리스 시대 수학자들은 두 쇳덩이의 무게 비율이 간단할수록 쇳덩이의 소리는 잘 어울리는 화음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쇳덩어리이므로 무게 비율은 바로 부피의 비율과 같으니 쇳덩어리가 내는 소리의 비율도 같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서 단3도와 단6도는 같은 장음정에서 반음이 적은 것으로 단음정이라 한다. 예를 들면 ‘레-파’ 사이의 음정엔 반음이 하나 포함되어 있으므로 단3도이고, ‘미-도’ 사이의 음정엔 반음이 두 개나 포함되어 있으므로 단6도이다. 원래 장2도엔 반음이 없고, 장6도에는 반음이 하나만 있다.

   주파수가 두 배가 되는 음을 서양 음악에서는 옥타브라고 하는 데, 우리 음악에서는 일응음(一應音)이라고 한다. 여기서 응(應)은 십이율려명의 마지막 음이다. 따라서 주파수가 네 배인 음은 옥타브 음의 옥타브이다. 주파수가 세 배인 음은 주파수 비가 두 배인 음과 어울려 주파수의 비가 2:3이 되고, 주파수가 네 배가 되는 음은 주파수가 세 배인 음과 어울려 3:4의 주파수가 된다. 즉 줄을 튕길 때 주파수의 비가 작은 정수비 관계인 음들이 함께 울리면서 우리는 그 소리에 익숙하게 되고 울림이 좋다고 느낀다. 따라서 줄을 튕길 때 우리는 항상 어울림화음을 듣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주파수의 비율이 작은 정수비 1:2, 2:3, 3:4, 4:5와 같은 음들은 어울림화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화음에 익숙해져 있다. 화음은 자연수의 비로 나타내며 1:2를 제외하면 으뜸은 2:3의 주파수 비인 완전5도 음정이다. 3:4의 주파수 비는 완전4도가 되며 4:5는 장3도가 된다. 

   2:3의 비는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우리나라 태극기의 세로 대 가로의 비는 2:3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A0 용지의 넓이는 1평방미터이고 B0 용지의 넓이는 1.5평방미터로 각각의 A 용지와 그에 대응하는 각각의 B 용지의 넓이의 비도 2:3이다. 1과 2의 산술평균  (a+b)/2과 조화평균  2ab/(a+b)에 대입하면 각각 3/2 과 4/3로 완전5도와 완전4도를 뜻한다. 즉 완전5도는 본음과 옥타브음의 산술평균이며, 완전4도는 조화평균이다.

     

음정의 종류


   앞서 설명했듯이 음정에는 완전음정과 장음정이 있고, 그리고 장음정보다 반음 적은 단음정이 있다. 으뜸음 도에서 시작하여 위로 1, 4, 5, 8도는 완전음정이고 2, 3, 6, 7도는 장음정이다. 따라서 완전4도는 그 사이에 2개의 온음과 1개의 반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완전5도는 그 사이에 3개의 온음과 1개의 반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3도는 2개의 온음 그리고 장6도는 4개의 온음과 하나의 반음을 그 사이에 갖고 있다. 온음 사이를 1.0, 반음 사이를 0.5로 표시하면 각 음정 사이의 수치는 다음 표와 같다. 

   완전음정보다 반음이 더 넓으면 증음정, 반음이 더 좁으면 감음정이라 부른다. 장음정의 음 간격보다 반음이 더 좁으면 단음정이고, 반음이 더 넓으면 증음정, 반음이 더 좁으면 감음정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증2도(Cb-D, D-E#), 장2도(C-D, D-E), 단2도(C-Db, C#-D), 감2도(C#-Db, C#-Db)

   증4도(C-F#, Gb-C), 완전4도(C-F, G-C), 감4도(C#-F, G#-C)

   증6도(Cb-A, Db-B), 장6도(C-A, D-B), 단6도(C-Ab, D-Bb), 감6도(C#-Ab, D#-Bb)


   바이올린에 있는 4개의 줄을 손가락으로 누르지 않았을 때 나오는 음은 각각 G, D, A, E로 그 사이는 모두 완전5도로 이루어졌다. 기타에 있는 6개 줄의 개방음은 각각 E, A, D, G, B, E로 그 사이는 완전4도와 장3도로 이루어졌다.

     

조표와 으뜸음

     

   온음 사이의 간격을 1, 반음 사이의 간격을 0.5라고 하면 온음계 사이의 간격은 ‘미-파’와 ‘시-도’ 사이만 반음정이고 나머지는 온음정이므로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옥타브 음과는 음 간격이 6이 된다.


1-1-0.5-1-1-1-0.5


어느 음에서 시작하든 음 간격이 위와 같으면 온음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를 무시하고 음을 온음계에서 무작정 동일하게 올리면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다장조로 된 아리랑의 한 악절은 다음과 같다.


 솔-라솔라 도-레도레    미레미레도라 솔-

 도-레도레 미레도라솔라 도-레도      도-


   이를 다음과 같이 그냥 한 음 올려서 연주해 보자,


 라-시라시 레-미레미    파미파미레시 라-

 레-미레미 파미레시라시 레-미레      레-


전혀 다른 노래가 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도에서 시작하는 음계와 레에서 시작하는 음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레에서 시작한 음계는 간격이 ‘1-1-0.5-1-1-1-0.5’이 아니고 ‘1-0.5-1-1-1-0.5-1’로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전문 용어로 ‘1-1-0.5-1-1-1-0.5’ 은 아이오니안(Ionian) 음계이고, ‘1-0.5-1-1-1-0.5-1’은 도리안(Dorian) 음계라고 한다.

   이 둘을 같은 음계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파와 도를 반음 올려야 한다. 그러면 음의 간격은 ‘1-1-0.5-1-1-1-0.5’이 되어 서로 같다. 즉 


D - E - F#- G - A - B – C#


이다. 이제 이 음계를 적용한 다음을 다시 연주해보자. F#을 편의상 ‘피’라고 부른다.


 라-시라시 레-미레미    피미피미레시 라-

 레-미레미 피미레시라시 레-미레      레-


도가 나오지를 않아 C#은 적용되지 않았다. 어떤가? 똑같은 노래인데 음이 좀 올라간 것 같지 않은가? 

   기본음을 한 음씩 올려 ‘레, 미, 파, 솔, 라, 시’ 각각의 음에서 출발하고 음 간격을 위와 똑같이 만든 온음계는 다음 표에서 보듯이 한 음을 올릴 때마다 ‘#’이 두 개씩 연속적으로 붙는다. 7개 이상 붙으면 7로 나눈 나머지와 같다. ‘#’이 붙는 위치는 ‘파-도-솔-레-라-미-시’ 순서이다. 조표의 이름은 온음계의 첫 음이 된다. ‘#’이 하나 붙으면 으뜸음이 ‘솔’이므로 사(G)장조가 되고, 두 개 붙으면 으뜸음이 ‘레’이므로 라(D)장조가 된다. 

   반대로 한 음씩 내려 ‘시, 라, 솔, 파, 미, 레’ 각 음에서 출발한 온음계는 다음과 같이 한 음을 내릴 때마다 ‘b’이 두 개씩 연속적으로 붙되 7개 이상이면 7로 나눈 나머지와 같다. ‘b’가 붙는 위치는 ‘시-미-라-레-솔-도-파’ 순서로 ‘#’이 붙는 순서의 반대이다.

   왼손 손가락을 이용하여 각 조의 으뜸음과 조 이름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음은 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배운 방법이다. 두 번째 손가락 두 번째 마디를 C라 하고 차례로 새끼손가락까지 D, E, F, 다시 두 번째 손가락 세 번째 마디를 G라 하고 차례로 새끼손가락까지 A, B, C라고 생각한다. #이 가는 길은  두 번째 손가락 세 번째 마디부터 시작하여 #이 붙은 수만큼 대각선 위로 그리고 그 아래로 번갈아 이동하며 새끼손가락 두 번째 마디까지이다. b이 가는 길은 새끼손가락 두 번째 마디부터 시작하여 b이 붙은 수만큼 대각선 아래로 그리고 위로를 번갈아 이동하여 두 번째 손가락 세 번째 마디까지이다. # 또는 b 하나에 한 번씩 진행하면 그때 만나는 마디의 음이 으뜸음이 되고 조 이름이 된다.

   악기들의 내는 음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클라리넷이 내는 ‘도’와 플륫이 내는 ‘도’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악기에는 C조, Bb조, Eb조 등이 있다. 플륫 그리고 오보에 같은 악기에서 으뜸음 C를 내면 그 음은 모두 피아노의 C 음과 음높이가 같다. 그러나 Bb 악기인 클라리넷, 트럼펫 또는 테너색소폰 등으로 으뜸음 C를 내면 그 음은 피아노에서 내는 Bb 음과 같고, 마찬가지로 Eb 악기인 알토색소폰으로 으뜸음 C를 내면 그 음은 피아노에서 내는 Eb 음과 같다. ‘Bb-C’는 장2도로 안어울림음정이다. 따라서 플륫과 클라리넷이 같은 악보로 함께 듀엣을 연주하면 불협화음이 형성되어 시끄러워진다.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는 같은 음을 내도록 조옮김해야 하는데 악기의 조에 따라 음을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

   피아노 악보에 있는 멜로디를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려면 클라리넷 음이 피아노 음보다 한 음 낮으므로 멜로디를 한 음 올려 불어야 한다. 즉 으뜸음을 ‘레(D)'로 해야 하므로 #을 두 개 더 붙인 라(D)장조에서 각 음을 한 음씩 올려서 불어야 한다. 알토색소폰으로 불려면 피아노 음보다 한음과 반이 더 높으므로 으뜸음을 그만큼 내린 ’라(A)'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을 세 개 붙인 가(A)장조에서 각 음을 두 음씩 내려 불어야 한다. 클라리넷 악보를 클라리넷과 함께 플륫으로 연주하려면 플륫이 클라리넷보다 한 음이 높으므로 플륫은 클라리넷 악보에 b을 두 개 더 붙이고 각 음을 한 음씩 내려서 불어야 한다. 

   b와 # 사이에는     이 성립한다. 예를 들어 b가 3개 붙은 내림마(Eb)장조를 한 음 내려서 조옮김을 하면     가 되어 b가 5개 붙은 내림라(Db)장조가 되지만, 한 음 올리면     이 성립하여 b 하나만 붙인 바(F)장조가 된다. #이 4개 붙은 악보를 조표만 b 3개로 바꾸면 반음 내려가며, 반대로 b이 4개 붙은 악보는 조표만 # 3개로 바꾸면 반음 올라간다. 서양 악보인 오선보에 ‘#’과 ‘b’이 붙는 순서와 위치는 다음과 같다.

□ 시사 및 읽을거리


최행진, 화음의 신비, 교우사, 2008

신현용, 수학 in 음악, 교우사, 2014

권송택 외, 옴니아르스, 음악세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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