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상된 성능과 더불어 보너스로 멘붕을 주더라
지난 포스팅에 '생각보다 괜찮은 Apple Music'을 등록한 후 한동안 뜸했던 지름신이 강림했다. 아이폰6s+에, 책 몇권에, 스팀 게임 5개 (인스톨도 못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엔 마포 곱창까지.... 결국 너덜너덜해진 카드를 제대로 넉다운 시키자며 눈독 들이고 있었던 윈도우 10까지 질러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OS를 내 돈 주고 사보긴 처음이다. 대부분 컴퓨터 조립 회사의 OEM으로 주어지는 윈도우만 이용했지 이번처럼 OS를 구입해 본 적은 없다.윈도우 8의 플랫 디자인은 내 기준엔 요란하기만 했지 대부분 MS 관련 소프트웨어로 가득 차 있고 커스터마이징도 귀찮고 해서 사무실이건, 집이건 윈도우10을 이용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회사 개발팀 분들의 '윈도우 10 부팅 속도 쩔구요 게임 프레임 확실히 좋아진 듯해요'라는 주문 같은 한마디에 창호지처럼 얇은 내 경제적 균형감각의 방어막이 하늘하늘 찢기고 말았다. 사실 SSD 256Gb에 OS를 설치 한터라 지금도 충분히 빠른 부팅속도에 만족하고 있지만 어디 사람 욕심에 끝이 있던가? 컴퓨터 전원 켜고 눈 깜빡 하면 윈도우 로고가 보이는 그 꿈의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평소 물욕 센서가 발동되면 앞뒤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는지라 바로 MS 홈페이지에서 윈도우 10 구매를 눌렀다. 드디어 CD키를 받고 설치를 진행하면서 첫 번째 선택지를 받았다.
1. 기존의 앱을 그대로 이용할 것인가? (즉, 포맷하지 않고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용하겠는가?)
2. 새마음 새뜻으로 포맷을 진행하겠는가?
SSD에는 OS 및 Office 프로그램과 몇몇 중요 프로그램 (GTA5라든지, WOW라든지......)만 인스톨한 상태라 포맷을 진행할까 생각했지만 쓸데없는 실험정신이 발휘되었다. 과연 어떻게 기존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일까?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물욕 센서가 호기심과 결합하면 처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1번을 선택하고 인스톨을 진행한 결과......
기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는 있지만 windows program files old 폴더에서 실행 프로그램을 꺼내와야 하더라. old파의 x86까지 고려한다면 program files 관련 폴더가 총 4개 정도 생성되게 되며 내 머리도 복잡해지고 윈도우 자체도 복잡해지니 언젠가 충돌을 일으킴은 자명한 일. 앞뒤 가리지 않고 다시 포맷 후 클린 설치에 돌입했다.
첫 번째 고난은 역시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두 번째 멘붕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다름아닌 USB에 windows 10 설치 파일을 받는 부분에서 였다. 분명히 32기가짜리 USB를 포맷한 상태로 준비를 마치고 MS 홈페이지에서 windows 10 설치 파일을 받으려고 하는데 오류가 발생하더라.
검색 결과 설치파일 다운 프로그램 오류라 특별한 방법을 이용해서 다운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 특별한 방법이란 다름아니라 아래의 스크린샷에서 언어, 버전, 아키텍처를 하나씩 다른 옵션으로 바꿔보고 다시 원하는 옵션으로 되돌리는 것. 좀 어이가 없었다.
어쨌거나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인이 많구나 하는 쓸데 없는 안도감 속에 Windows 10 설치 파일을 USB에 다운 받고 본격적인 설치에 돌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 OS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방실 방실 환하게 웃고 있었고 뭐 이정도 멘붕쯤이야 하는 탄탄 멘탈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난은 언제나처럼 소리없이 다가온다.
USB로 다운받은 설치파일을 실행시키고 언제나처럼 포맷을 진행한 후 OS 설치 디스크를 설정하는데 설정이 안된다. SSD에 OS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오류메시지가 등장한 것이다. 세상에. 이미 포맷은 끝낸 상태였고 SSD가 설치 드라이브로 잡히지 않는거다.
명색이 IT업계 종사자니 오류메시지 분석쯤이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여기 오류 메시지 원문을 공개한다.
이 디스크에 윈도우를 설치할 수 없습니다. 디스크에 MBR 파티션 테이블이 있습니다. EFI 시스템에서는 GPT 디스크에만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EFI를 잠시 엘프(ELF)로 읽는 덕후적 착시현상을 일으켰고 파티션 테이블은 결혼식 피로연 잔칫상을 떠올리게 했다. 당최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다.
여튼 오류메시지 등장 후 복구 및 되돌리기 등 여러가지 옵션이 등장했지만 이미 SSD는 월급 전 주의 내 통장 잔고처럼 말끔한 상황이니 땅을 치고 후회해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어쩔수 없이 전가의 보도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 스킬을 이용했다.
참 나 원. 정말 다양한 면면의 설치 오류가 넷 상에 떠돌고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해결 방법도 제시되고 있었다. 10분정도 검색끝에 정말 명쾌하고 똑 떨어지는 해결 방법을 찾아내었으니
경배하라 네이X 지식in의 파워 태양신 윤00님.
파워하고도 태양신이신 윤00님은 해당 질문에 대해 정확한 해결법을 제시해 주셨다. 초등학생이라도 무리 없이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주심은 물론 우매한 중생들이 혹여 헷갈릴까봐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자제하는 시크한 모습 또한 보여주셨다. 이 답변을 채택한 이는 무려 4887명에 달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90명이나 되는 그의 추종자들이 직접 댓글을 달았으니 그 댓글의 면면을 살펴보자.
평소 로그인하지 않지만 특별히 댓글을 달기위해 로그인까지 했다는 자, 눈물을 흘리는 자, 파워 태양신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자...... 댓글은 파워 태양신의 평화와 안녕을 바라는 글들로 가득 찼고 이 기세라면 세게 평화마저 달성할 기세.
결국 파워 태양신의 은혜에 힘입어 무사히 Windows 10 설치를 끝마쳤다.
아무래도 분량 조절 실패고 헛소리가 계속될까봐 Windows 10 설치 후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헛소리 하다가 진지모드 돌입하는게 멋쩍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글을 쓰게 된 궁극적인 목적인 Windows 10의 사용 소감에 대해 짧게 써보자. 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같은 각종 수치나 그래프가 아닌 말 그대로의 체감효과만 서술한다.
부팅 속도와 이미지 및 동영상의 색감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특히 부팅 속도는 대략 3~4초 정도 걸리는 듯. 물론 SSD에 금방 포맷을 끝마친 생기넘치는 OS 환경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기존 Windows 7의 2/3 정도의 부팅 속도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OS 설치 시간도 확실히 빨라졌으며 특히 OS 설치 시 각종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자동으로 검색해서 설치해 주므로 그래픽 드라이버 설치 등의 부가적인 시간 소모 없이 OS설치 후 바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포맷과 OS 설치를 두려워하는 컴맹들도 약간의 가이드만 있다면 쉽게 OS설치할 수 있을 정도.
이미지 색감은 포토샵과 꿀뷰, 즉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현실형(?) 소프트웨어 두 측면에서 살펴봤다. 두 부분 모두 확실히 색감과 이미지 보정이 자연스러워졌음을 느꼈는데 특히 꿀뷰의 경우 부드러운 이미지 보정효과가 확실히 향상된 듯 하다. 물론 이 부분은 계속해서 OS설치화면만 보면서 피로해진 눈 상태로 인해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또한 Office 365 사용자, 혹은 아웃룩 및 기타 MS 생산성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맞춤형 OS라 생각될 정도로 관련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양날의 검인 것인게 MS 제품군을 특별히 이용하고 있지 않을 경우 쓸데 없는 복잡한 UI로 생각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하면 된다 하지만 글쎄..... 이 부분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마지막으로 OS설치 상의 오류를 언급한 글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보면 아직 설치부분의 안정성은 완벽하게 확보되지 않은 듯 하다. 다만, 본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오류에 대한 다양한 해결 방법이 나와 있으므로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
지난 주말 동안 천신만고 끝에 설치한 WIndows 10의 내 점수는 9점.
상당히 만족스럽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Windows 10의 업그레이드를 고민하고있는 분이 계시다면 양손 엄지를 모두 치켜올리며 강력 추천하고 싶다.
P.S. 사실은 지금 이 글도 주말에 한번 날려먹고 오늘 다시 작성한 글이다. 아무래도 지난 주말 제대로 악운이 겹쳤었나보다. 지지난주에는 로또마저 날 배신하더니.... 로또 스샷을 살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