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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국 Dec 15. 2015

드라마같은 게임 Walking Dead

Steam 추천 게임

기호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공포영화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Omen이라는 영화를 보고 그 실체 없음의 두려움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잠들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한 몫을 하고 있고, 요즈음의 공포 영화는 공포 보다는 깜짝 놀라게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듯 하기도 해서다. 뭐 좀비 훈남과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나올 정도니 공포영화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고 해야하나. 여튼 공포영화는 링 이후로는 본적이 없다. 


어드벤처류 게임, 뭐한때는 비주얼 노블,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파생 장르로 불리웠던 게임은 내가 그리 좋아하는 게임 장르는아니다. 개발자가 마련해 놓은 루트를 따라 이리저리 이동해야 하고 그들이 만든 함정, 반전, 퍼즐에 놀아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뭔가 만들어간다’라는 자유도 높은 게임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드벤처 게임을 즐길 때 마다 마치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연히 본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주인공 소녀 클레멘타인의귀여운 모습을 보고 ‘뭐 함 깔아나 보자’하고 인스톨 시킨후 간만에 타임 워프를 경험했다. 역시 어드벤처 게임은 ‘만들어진판 위에서 놀아난다’라는 느낌을 받게 해 줬지만 ‘더! 더! 더! 날 가지고놀아줘요! 날 가져요! 엉엉’ 모드로 돌변한 나 스스로 놀랐다. 이거 분명히 내 스타일 아닌데….. 나 어드벤처 별로 안좋아하는데……


내 스타일이 아닌 게임, 마치 김태희, 설리, 전지현같은 게임 ‘워킹데드’를 살펴보자.

죄송합니다. 제 스타일이 아니시네요 (/단호)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클레멘타인의 성장기를 다룬 문제작 Walking Dead

워킹 데드는 한마디로 말해 ‘선택하는’ 게임이다. 이‘선택’이라는 단어는 워킹 데드의 시작이자, 끝이자, 분기이자, 모순적이지만 의미 없음이다.


각 인물간의 대화로 이어지는 게임 진행은 어떤 지문을선택하느냐에 따라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인물들의 생사를 결정하기도 하며, 아무 의미가 없을 때도 있다. 이 아무 의미 없음이 가져다 주는선택에 있어서의 망설임은 생각보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대화 선택은 경우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하는데, 일부 선택문에서는 ‘…’이 존재한다. 즉,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묵묵부답이 선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묵묵 부답은 4지선다 형 문제가 5지선다 형으로 넘어갈 때의 임팩트를 선사한다. 항상 후회하면서도 ‘…’을 괜시리 선택하고 싶어지게 만들고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하지만묵묵부답은 우유부단함을 의미할 때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좋은 결과를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왜 말이없나요’ ‘당신은 항상 그런식이죠’ ‘이렇게 빠져나가시겠다?’ 등등. 


뿐만 아니다. ‘…’은황희 정승의 검은 소와 누런 소 이야기의 담론 중 하나인 흑백논리, 양비론과는 다르다. 때로는 화가 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말 조차 꺼낼 수없는 참담한 심정을 나타내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물론 워킹 데드에서의 ‘…’이 그렇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1회차만 플레이한 입장에서 단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때로는 선택하기 난감하고, 때로는 선택하고 싶은데 선택 지문에 없는경우를 경험하면서 말 없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 



좀비물에 생각 외로 잘 어울리는 카툰 그래픽

저 모자를 꼭 사고 싶다

좀비물에 카툰 형식 그래픽이라….. ‘안어울려!’라고 단정짓기 보다는 ‘으음..글쎄에…’라는 정도의느낌을 받았다. 공포에 초점을 둔다면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어드벤처 장르, 특히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떡진 3D 그래픽보다는카툰 형식이 더 나을 듯도 했다.


실제 플레이 해 본 결과 카툰 그래픽이 스토리의 전달력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듯 하다. 특히 미묘한 인물들의 표정은 카툰의 특징, 즉 약간은 오버하고, 약간은 잘 드러나게 설계된 그 특징들에 의해 게이머에게 더욱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사건의 전개와 마무리, 그사이에서 펼쳐지는 인간 관계의 역학 구조는 카툰 그래픽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게임하는 내내 최고의 몰입감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 어드벤쳐 장르에서 만큼은 카툰 그래픽의 역사가깊다. 킹즈 퀘스트 시리즈, 원숭이 섬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등등 적절한 퍼즐 난이도와 적절한 스토리로 버무려진 범용(?)어드벤쳐 게임에서는 카툰 그래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반면, 퍼즐을 주 컨텐츠로 삼는 게임의 경우에는 실사와 같은 그래픽이 주를 이루는데 언제 시간이 된다면 어드벤처 장르게임들의 특징을 다뤄봐도 재미있겠다. 하지만 아직 게임 내공이 깊지 않은 관계로 패스.


여튼, 카툰그래픽이 입혀진 워킹 데드는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의 판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거슬리지않는 적절한 그래픽이지만 화려한 이펙트가 난무하는 게임은 아니다. 별 5만점에 별 2개 반 정도? 하지만 실사에 가까운 좀비와 8등신 미남미녀로 캐릭터를 바꾼다고 가정할 때 과연 게임 스토리와 어울리느냐 상상해 본다면 그건 아닌 듯. 그래서 별 3개 정도로 합의를 보도록 하자. 



뛰어난 선곡, 그리고 드라마 형식의 에피소드

이 아저씨를 기철이와 같은 패드리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워킹 데드는 시즌 1,시즌2가 발매된 상태다. 하지만 일반 싱글 게임들처럼워킹데드1, 2편으로 발매된 것이 아니라 각 시즌마다 에피소드가 추가되는 형식으로 발매 되었다. 사실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뭔가 감질 나는 듯, 스토리가 잘진행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카페 베X 로고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드라마를 보듯, 이전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고다음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면서 그 극적 효과를 최대화 한다는 점에서는 에피소드 출시 방식이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좋게 본다면, 항상다음 에피소드가 발매되길 기다리면서 옆에 두고 즐기는 게임이라 볼 수 있는, 뭐 그런 식이다. 


엔딩 음악의 경우도 드라마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드라마 주제가(?) 형식을 가져왔다. 게임 진행시에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 흐르지만 에피소드 마지막에 스탭 롤이 올라가면서등장하는 OST는 완성도도 상당하거니와 워킹 데드 특유의 슬픔과 애닲음, 암울한 스토리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포크계열 음악이다. 이렇게 음악과에피소드의 진행 방식 양쪽에서 마치 드라마 시즌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게임은 개발사인 Tell Tale게임즈 (뭐 개발사 이름부터 이야기를 들려주는….) 특유의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


한국 드라마든, 해외드라마든, 뭐 하나에 쏙 빠져서 정신 없이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24, 하우스, 심슨(?), X파일, 덱스터, 선즈 오브 아나키, 배틀스타갤럭티카, 왕겜까지……. 다음 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주말 내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완결편만 골라보는 나의 경우 워킹 데드를 플레이하는 내내 주말에 드라마를 몰아보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살짝 주제를 바꿔서 한국 드라마를 보자. 주인공이 사실은 버려진 대기업 총수의 숨겨둔 아들이고 그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여자는 대기업 총수의 또다른 숨겨진딸이고 둘이 좋아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고 갑자기 대기업 총수의 부인이 숨겨진 아들 딸의 뺨을 김장김치로 때리고….하는 K-Makjang 드라마류는 인간 관계와 충격적인 사건이 주된 컨텐츠다. 워킹 데드도 마찬가지이다. 등장 인물들 서로의관계,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로 인한 배신과 갈등, 사랑, 그리고 좀비……..


좀비가 오이피클로 주인공의 뺨을 때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워킹 데드에도 한국 드라마 못지 않은 반전과 충격이 가득하다. 하지만 반전 충격만 넘쳐흐르는 무미건조한 게임은 아니다. 게임 전반을 흐르는 주제는 인간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살아 남기 위해 살아 남은 사람끼리 집단을 만들고, 집단 사이에묘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결국 그 집단이 내부에서부터 와해되는 순간 순간은 유저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고 진행된다.이 모든 것이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고 사건이 진행되는 드라마와 유사하다.



무료한 주말, 드라마 하나 진하게 본다는 생각으로!



시즌 1의경우 플레이타임이 12~15시간 정도이다. 금요일 저녁 일찌감치 퇴근해서 맥주 몇 캔 사놓고 쿰척쿰척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덧 시즌 3에 돌입 후 새벽이 다가올터. 잔잔한 흥분과 감동 속에 잠이 들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주린 배를 채우고 패드를 잡으면 저녁나절 쯤 애잔한 엔딩을 보게 될 것이다 (써놓고 나니 심각하게 우울해진다….) DLC인 400 Days까지 플레이한다면 플러스 플레이시간이 2시간 내외. 아주 뿌듯한 주말을즐기게 될 것이다. 물론 나 같은 솔로에게나 어울리는 주말 즐기기 방법이겠지만 혹시 커플이라면 남자, 여자친구와 함께 게임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하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게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워킹 데드. 스토리, 음악,그래픽, 몰입도 등 누구에게라도 추천해 주고 싶은 좋은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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