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는 다양한 IT 분야가 있겠지만 나의 경험에서는 역시 대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업무가 가장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특히 금융 분야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민원으로 이어지고 금융감독원의 감사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매우 민감한 특성을 가진다.
최근에는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앱(App)을 통해 손쉽게 거래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거래량 또한 매우 큰 규모에 이르렀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에 의해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조치뿐 아니라 이후의 후속 대응과 정비 과정까지 상당한 업무 부담이 따르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비교적 빠르게 인지된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물론 수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결함도 간혹 존재하지만, 대부분 거래의 큰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서비스는 핵심 업무인 만큼 그 책임과 부담의 무게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나의 생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분석 모형 기반의 패키지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형의 결과값이 특정 조건에 부합할 경우 의무적으로 대외기관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과태료 등 각종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중요성과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형 분석을 통해 손쉽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것 같아 비교적 단순한 작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먼저 분석 모형의 임계치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의 재력을 모형화할 필요는 없듯이 이러한 기준을 적절히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보통 전문 컨설팅을 통해 수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업무 담당자가 충실히 참여하지 않는다면 업무 이해도가 떨어져 결국 모형의 정확성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모형 검증을 위한 데이터의 확보이다. 일반적인 데이터라면 비교적 쉽게 수집할 수 있겠지만, 개인정보 특히 개인의 신용정보가 포함되는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비식별화되지 않은 개인 신용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개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형 검증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다양한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도출된 결과와 시뮬레이션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그램 자체의 완결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분석 모형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업무 처리 시스템과 달리 오류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멈춰버린 시계는 누구나 이상을 알아차리고 즉시 수리하려 하겠지만 잘못된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결함을 쉽게 인지하기 어렵듯이, 업무 처리 기반의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분석 모형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의 완성도 또한 여느 패키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그리고 과태료가 예상되는 지금 상황에서 연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분석 모형 기반 패키지 프로그램의 오류로 발생한 문제를 두고 고객사와 개발업체 임원 간에 얼굴을 붉히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모형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추출되지 않았고, 그 결과 과태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고객사 임원의 신경질적인 발언에 개발업체 임원 역시 쌀쌀한 어조로 응수하며 대화는 점점 격해졌다.
“프로그램에 오류가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 부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부서에 담당자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이제 막 오픈한 시점이라면, 누구보다도 모형의 결과값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역할이 중요했을 것입니다. 만약 문제를 발견하고 전달만 해 주셨더라면 즉시 조치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나 역시 불편하고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가 속한 고객사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프로그램 오류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변명과 상황이 다소 궁색하게 느껴졌다. 일차적인 원인은 프로그램일 수 있겠지만, 결국 업무는 담당자가 수행하는 것이고 담당자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특이점을 발견했어야 옳다. 프로그램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지 않은가?
프로그램 검수 시점을 앞두고 불미스럽게 벌어진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두 회사 간의 신뢰에 금이 갔고, 이는 향후 업무 지원이나 후속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사건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봉합된 채 마무리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추억의 한켠처럼 언젠가 또 이 날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