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랜 기간 회사에서 나를 버티게 한건 무엇이었을까?
당연하다 생각도 들었지만 입사 시절 5년 차 선배만 보면서도 어떻게 5년째 회사를 다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다 들 그렇게 산다.."
오랜 기간 내가 직장에 매여있게 한 한마디가 어쩌면 '다들 그래' 일지 모르겠다.
무심한 친구의 한 마디, 가족의 한 마디, 드라마의 대사 한 줄이 그랬을지 모르겠다.
평범함을 강요하는 조직과 사회의 이 한마디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왔다.
사이드잡을 시작하고 나서는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퇴사 날을 항상 상상했다. 나를 사이드잡으로 이끈 머리와 시야를 만들어준 건 아이러니하게 회사의 큰 프로젝트였다. 능력 있는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워가며 힘들었지만 성장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 굵은 기간 동안 능력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다. 한평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려고 해도 열정이 닳아 없어지는 거 같은데 훌륭한 동료와 그걸 같이한다면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될까. 그렇기에 토스의 기업문화에 공감한다. (실제 기업문화인지 채용을 위한 인사 구호에 지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사이드잡 창업가가 된 뒤 한 번의 휴직을 거치며 잠시 전업 창업가까지 경험한 나를 직장에 잡아둔 건 좀 더 현실적인 것이었다. 평범함은 이미 벗어던진 뒤였기에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이 경험만으로 난 이미 다른 레이어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힘들었던 전업 창업가의 기간 동안 HR의 실패로 월급루팡들에게 뒤통수를 후려 맞고 코로나19까지 콤보로 맞고 나니, 불확실한 미래가 생생하게 보였다. 무서웠다. 훌륭한 동료도 데려오지 못했다. 개미들이 폭락장의 바닥에서 내 던지는 것처럼 그저 손에 쥐고 있는 거라도 어떻게든 보존하고 싶은 생각에 리스크 테이킹이 아닌 새 출발을 위한 재정비를 택했다.
이제 다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처럼 재정비를 끝내고 트랙으로 올라서야 할 때다. 마냥 기대되지만은 않는다. 분명히 험난 할 것이고, 그 무거운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끼며 다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마라톤이다. 부디 그 어딘지 모를 결승선에 조금씩 다가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그 길에 만난 멋진 동료들과 서로 추앙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