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코치 윤희진 Mar 21. 2024


예순 일곱 살 회원과의 국어 수업

봄꽃이 지난 주 목요일보다 꽤나 많이 피었다. 산수유 꽃도 꽃망울이 더 피었고, 매화도 꽃봉오리를 벌렸다. 오늘은 예순 일곱 살 회원과 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다. 구몬을 7년 정도하셨던 분이라 글을 잘 읽으신다. 초등학교 1학년 내용 중 낱자와 그 이름에 대해 가르쳤다. [ㅏ] 는 '아' 이고, [ㅡ] 는 '으' 입니다. 다행히 모음은 이름이 쉬워서 금방 익히셨다. 문제 뜻을 파악하지 못해서 낱말을 그대로 쓰신 부분이 있었지만 말이다. 다시 알려 드리니 이해하셨다. 


자음자는 이름이 다소 어렵다. 그래도 규칙을 알려드렸다.  [ㄱ] '기역', [ㄷ] '디귿', [ㅅ] '시옷' 이렇게 세 개만 예외 규정이다. 나머지 자음자는 이름의 첫 글자 초성과 두 번째 글자 종성에 그 자음자가 들어간다고 했다. [ㄴ] '니은'. [ㄹ] '리을', [ㅁ] '미음', .... [ㅎ] '히읗'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재미없고 딱딱한 부분이 수업 내용이었으니 얼마나 어려우셨을까? 더군다나 구몬학습 관리받으실 때에는 배운 적 없는 거라셨다. 


그래도 지난 주 숙제내어 준 부분은 보니까 잘 하셨다. 하지 않은 한 페이지 빼고는 올백!

바로독해 1A 거의 첫 부분이라 쉬웠을 테지만, 역시 어른들도 칭찬이 최고다. 이번 주는 글의 갈래가 '동시'이다. A단계 끝 부분이다. 걱정이 되어 1일차 한 페이지와 어휘 부분 두 페이지만 같이 해 보았다. 잘하시길래 나머지는 숙제로 드렸다. 다음 주도 올백을 기대해 본다.


어르신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다니셨다고 한다. 이후로는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으셨는지,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셨는지,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며느님께서 회비를 내면서 배워보라고 하셨단다. 원래 지금 아파트로 이사와서도 퇴계원에서 수업해 주셨던 선생님께 부탁드렸지만, 학습지는 그런 시스템이 못된다. 지역이 엄연히 나뉘어져 있다. 담당 아파트만 관리하게 되어 있다. 이사 왔는데, 이 지역은 남자 선생님이 관리하는 지역이란다. 내 생각에 예전 우리 아들을 가르친 조 선생님이지 싶다. 아무튼, 남자는 싫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며느님이 다시 알아보신다고 한 곳이 바로 웅진씽크빅이다. 


지국장님의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이 어머님을 맡게 되었다. 그래도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맛있는 것도 대접해 주시는 손길에 따스함을 느낀다. 친정 엄마보다 세 살이 어리신 어르신. 친정 엄마를 대하듯 그렇게 잘 대해 드리고 싶다. 어찌보면 우리의 만남도 소중한 인연일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안의 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