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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05. 2023

글 쓰는 요령보다 가치를 먼저!

백백 프로젝트_13기_쉰여섯 번째 글


여기저기서 돈 되는 글쓰기다, 팔리는 책 쓰기다 난리다. 물론 작가가 글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것보다 기분이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돈을 벌거나 잘 팔리는 것을 생각하고 쓰는 게 맞을까?     

작가는 글을 짓는 사람이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경험을, 지금 겪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들려줌으로써 (또는 어떻게 지금 지나오고 있는지를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달라지도록 돕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다. 의무라고 무겁게 말해서 그렇지, 사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작가의 어깨는 어찌 생각하면 무게가 무겁다. 나의 글에 진솔함이 담겨야 함은 물론이며, 내가 쓰는 글에 책임을 지고 삶도 글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기야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 외의 글은 독자가 있다고 전제하고 쓰는 것이다. 블로그 글도 비공개로 해 놓지 않는 이상 독자가 1명이라도 있다. 나의 글을 읽을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달라지며, 주제 또한 달라진다. 있었던 일을 쭉 나열만 하는 일기와는 달리 독자가 있는 글에는 메시지를 담아야 가치가 있다. 누군가 내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줄줄이 내가 있었던 일상만 적는다면, 다음에 재방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적더라도, 마지막 문장 즈음 묵직한 메시지 하나 남길 수 있다면. 그래서 독자의 가슴에 ‘쿵!’ 가서 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나도 처음 감사일기로 글을 쓸 때에는 진짜 감사한 제목만 썼었다. 처음 내가 블로그에 올린 감사일기를 가져와 보도록 하겠다.     

미라클코치의 0916 감사

서평 쓸 책 도착해서 읽을 수 있게 하심 감사

좋은 설교를 통해 은혜받게 하시고, 새 힘과 용기 주시니 감사

아들이 다시 한자에 관심 가지게 하시니 감사

매일매일 좋은 긍정의 말 듣는 긍정홈트 알게 하시고, 활동하게 하시니 감사.

긍정홈트 만들어준 방장께 감사

블로그에 한분 한분 찾아와 주시는 이웃분들께 감사

작가로서의 꿈을 갖게 하시고, 책 쓰기 시작케 하시니 감사.

아로늘 찬양단에 건반 하실 전선미 집사님 보내주심에 감사.     

이렇게 쓰던 감사 일기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비 내리는 오후 수업 지역 걸어가며

(230830 블로그 중에서)     

남편이 목요일에 집으로 오기에 오늘 수업은 걸어서 갔다.

예전에 남편이 태워다 주기 전에도 몇 번 걸어는 가봤지만, 

오늘따라 비에 젖은 초록 잎사귀가 선명하다.

예쁜 꽃도 있어 접사로 찍어봤다. 여러 색깔의 잎이 예쁜 나무도 찍었다.

꽃도 찍고 자세히 보니 꽃잎에 맺힌 빗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가로수 길 끝에 보이는 터널도 오늘은 그림 같아 찍어보았다.

아이들 만날 때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수업 가는 길에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듯 수업에 가는 재미도 솔솔 하다.

멀리서 보이던 터널에 드디어 들어갔다. 터널 안의 풍경도 예뻐 찍어본다.

오래간 만이다. 수업할 아파트 사이 길에 드디어 도착했다.

좋은 아파트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복도식이 아니라 

멋진 구조의 아파트 사진도 한 장 남겨 보았다. 나무도 훨씬 울창하고, 개수도 많다.

아파트 내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이은대 사부님이 항상 말씀하신다.

평소에 자주 보던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 보라고. 

어느새 따가운 태양빛에 더 짙어진 잎 색깔을 보게 되었다.

매주 두 번씩 오게 된 아파트도 새롭게 보였다.

걸어가는 20분 정도의 시간이 즐겁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좋다.

교재를 챙기며 떠올린 아이들을 산책하며 한 번 더 떠올린다. 오늘은 어떻게 잘 지도할까?

(중략)

3일간 남편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수업하느라, 수업 준비하느라,

채점하느라 센터에서 시간 보내느라 남편을 계속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수업 지역 왔다 갔다 했던 월요일, 화요일.

그리고 산책하는 겸 기분은 좋았지만, 편하게 오가게 도와줬던 남편이 없어 

허전하고 불편했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겠다.


마지막 한 문장에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누구나 내 일기의 마지막 부분까지 읽으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도록. 잔잔한 여운이 남도록. 이렇게 글을 써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를 한 편마다 담으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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