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돌핀 여행지
숱한 여정을 잠시 되돌아본다.
대부분 이기적인 발걸음이었다.
삶의 무게에 버거워한 자신에게
힐링이란 이름의 여정은
그럴싸했고 명분도 되었다.
또 때로는 삶의 외연을
조금이라도 넓혀 보겠다는
욕심의 포장이기도 했다.
그 여행들이 나에게 준 가치가
한동안은 분명히 크게 다가왔고
또 내 삶에 내재화된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여정이
쌓일수록 길 위에서 얻는
만족감과 힐링보다
여행이 주는 여독이 오히려
커져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여행이 암울했던 코로나 시절,
몇몇 여행친구들과 협업으로
여행 대신 여행서를 출간하여
암울한 시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 이후 혼자서 오지 여행을 하며
역사와 문화 환경등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중견기업의 경영에
접목하여 여행서를 펴내기도 했다.
책 안 팔리는 시대에 다행히
2쇄 이상을 출판해
기본은 유지한 셈이다
여행이 주는 가치를 고려하기 전에
나는 맹목적으로 여행을 좋아한다.
세상의 수많은 여행지가 끊임없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오지를 찾거나 때론
아내와 준오지를 찾기도 한다.
또 직장 동료나 오래된 친구들과
소그룹을 만들어 떠나기도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자연너머의 사람을 보기 위한 욕심일 수도 있다. 산을 보고 들어갔다 사람을 보고 나오는
그런 여행을 갈구했다고나 할까.
어느새 직장 이력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
다양한 모임에서 여행이야기
끝에 누군가 꼭 던지고 마는
약방의 감초 같은 질문 하나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이 질문에 난 나름의 이유와
느낌을 담아 한 두 곳을 답할 때도
있지만 그 질문이 무심한
질문임을 알기에 무심하게
모든 곳이 다 좋았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떠나는지? 어떤 감정이나 심적상황 하에 떠나는지에
따라 느낌이 판이할 수 있기에 말이다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말은 인생의 종지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야 하는 나이대로
접어든다는 말이다.
남은 인생도 체력이 닿을 때까지
미답의 길을 걷고
또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재방할
예정이다
또 어디가 제일 좋은지를
탐하는 여행보다
어떤 여정이 가치 있는
여정이었는지도 되돌아보고 싶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방송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의 활동이 소개되어
짧은 감동을 받았다.
그분들이야말로 참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얼마 전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
한국 전쟁참전기념공원과 앨링턴 국립묘지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려다 산화한 수많은
영령들의 자취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삶 또한 숭고한 희생 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되어
불멸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떤 여정이 인생의
아름다운 여정이 될까?
어떤 여정이 인생의
가치 있는 여정이 될까?
고민까지는 아니어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분명 남은 여정은
더 아름답고 더욱 풍족한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