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 알콜 중독과 다름 없는 중독성
바삭바삭, 아작아작 소리 나게 과자를 먹다 보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어느새 해소되는 듯했다. 달콤하고 감질맛 나는 과자는 배가 고프지 않을 때나 고플 때나 나의 일상과 매일 함께했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입이 굉장히 짧았다. 먹고 싶은 양만큼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는데 이러한 습관도 호르몬이 왕성한 청소년기를 맞이하여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편식하는 것과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로 군것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인 식사는 맛이 없던 반면에 과자는 달콤하고 맛있었다. 내 기억에 군것질을 하지 않은 날들이 거의 없었을 만큼 매일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서 식사대용으로 또는 휴식하면서 끊임없이 먹어댔다.
군것질하는 것에 대해 나쁘다거나 안 좋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먹어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먹는 차원을 넘어 한꺼번에 폭식하기 문제가 시작되었다. 일과가 끝나면 슈퍼에 들러서 과자를 사 와서 먹기도 하고 스트레스받는 순간에는 단것을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 치우기도 했다.(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구성은 짠 감자과자 + 단 과자 + 빵 + 초콜릿(or 젤리) + 가미 유우 or 아이스크림 콤보) 어렸을 때야 건강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체중이 불기 시작했지만 먹는 것에 비해 많이 불어나는 것이 아녔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돌파구였기에 끊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랬던 내가 이 중독을 끊어 내야겠다고 느낀 것은 30대 문턱에서 정말 몸 건강에 대한 적신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얻게 된 것은 충치와 역류성 식도염, 몸무게 증가뿐만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정신적인 우울감까지 가져왔다. 나는 얕은 단계의 간헐적 폭식, 식이 장애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먹지 않으면 불안했고 먹으면 컨트롤할 수 없게 먹었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면 괜찮았지만 혼자 있으면 어느새 또 먹고 있었다.
나는 흡연자, 알코올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군것질에 중독된 사람들 또한 그에 준하는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만큼 심각성을 재기하지 않으니 또 먹는 것에 후한 우리나라이다 보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번 중독된 것에 있어서 한 번에 끊기는 정말 어렵다. 나 또한 성인이 된 후에 몇 번이나 끊으려고 시도했고 다시 재발하였으며 이번 도전에는 꽤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인이라면 다양한 스트레서 벗어나고자 각자 자기만의 중독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중독은 비단 중독된 것 자체 때문이라기 보단 인간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어디선가에서는 안정감을 얻어야 하니 스트레스와 불안을 주는 요소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서 작용한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시도한 방법들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1/ 요리해먹는다.
요리하는 중에는 뇌가 음식이라는 자각을 해서인지 먹는 것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빵을 먹더라도 직접 만들어보자 설탕과 버터를 얼마나 넣어야 되는지 알게 된다면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조금씩 재료를 대체해가며 안 좋은 성분을 줄이고 요리하는 순간을 즐겨보자. 나 같은 경우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는데 바나나+우유+아몬드+시나몬가루+바닐라 오일+얼음을 같이 갈아서 먹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 나고 만족감은 비슷하여 아이스크림을 끊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 대체해먹는다.
한 번에 아예 먹지 말아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험상 안 먹으면 나중에 폭식할 경우가 크다.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정해 놓자. 예를 들면 과자를 안 먹는 대신 강냉이는 먹는다던가 하면 군것질이라 할지라도 몸에 안 좋은 성분이 더 적고 과자만큼 중독적이지 않다.
3/ 일반식과 절제된 식단을 병행한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점심으로 닭가슴살과 현미밥, 두부, 두유 등 비교적 가벼운 다이어트식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먹는다. 처음부터 가미가 되지 않은 것들을 먹으면 쉽게 질리니 시중에 나와있는 조금 자극적인 것을 먹더라도 이렇게 시도하면 미각이 예민해져서 달고 매운 것을 더 잘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질리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 기준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중간중간 먹어주어야 한다.
4/ 식사는 함께 즐기며 천천히 먹는다.
혼자 먹으면 끼니를 때운다나 먹어치운다는 느낌으로 먹을 때가 많다. 대화할 수 있는 상대와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먹다 보면 이전보다 느린 속도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꼭꼭 씹어 음식을 음미하자. 명상법 중에 포도알 명상이라고 포도 한 알을 꼭꼭 씹어 먹어 느끼는 명상이 있는데 식사를 할 때도 밥 하나하나를 느끼면 먹어보어 보자. 항상 이렇게 먹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씹어 삼키던 이전과 다른 체험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군것질이 있을 경우에는 약속에 가서 먹자.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서 절제할 수 있게 된다.
5/ 일기를 쓰자
식습관에 형성에 일기라고 말하면 식단일기를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말하는 일기는 일상과 감정에 관한 일기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나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먹는 걸로 해소할 때가 많았다. 일기에 내 일상과 내 감정을 써 내려가면서 조금은 마음을 컨트롤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6/ 강도 높은 운동을 하자
딱히 마음에 집중할 곳이 없으면 쉽게 접근하는 것이 음식인 것 같다. 몸에 피로를 주는 운동을 하다 보면 관심이 운동에 집중되고 끝나고 난 후에는 땀 흘리는 기쁨을 느끼게 되어 배가 고파도 이전처럼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처음 시작하는 혼자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니 다 함께 하는 그룹 PT나 스피닝 등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운동이 있다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에타이를 했었는데 혼자 하는 운동보다 재미있고 강도가 높아서 운동 후에 스트레스와 함께 군것질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법들이 있고 당신은 시도는 해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십 수년간 해온 것을 어떻게 한 번에 바꾸겠는가. 나 또한 잘 컨트롤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숨겨진 나의 식욕이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전의 실패들을 통해 무너진다 하더라도 조금은 요령 있게 다시 도전할 것이다. 군것질을 보이는 족족 먹었던 나이기 때문에 가장 신기한 사람이 책상 위에 과자나 초콜릿이 있는데 안 먹고 방치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초콜릿이나 케이크가 있어도 그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고 먹지 않고 남겨둔다. 과자를 아예 끊은 것은 아니다 친구들이나 다 함께 즐길 때는 나도 함께 즐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나만의 장치를 만들어 컨트롤할 수 있다. 따뜻한 물과 같이 먹거나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으면 들고 있는 포크를 나에게 멀리 치워놓아 더 이상 못 먹게 만들어 제어하려고 한다.
군것질을 안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더 이상 밤마다 속이 더부룩해 불편한 몸과 죄책감과 우울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 재료 본연에 대한 맛을 이전보다 예민하게 느끼고 약간의 공복감 후에 먹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그전에는 조금이라도 배고프면 군것질을 해서 배고픔을 잘 못 느낌) 군것질을 끊는 것은 비단 몸무게를 줄이는 차원의 일이 아니고 정신적인 것과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군것질을 사러 마트와 편의점으로 향하는 당신에게 충동은 한 번에 제어할 수 없다. 왜냐면 참아온 욕망은 한순간에 폭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과자를 사러 향한다면 아이스크림은 아몬드 우유로 과자는 허니버터 아몬드로 그리고 덜 자극적인 먹고 싶은 과자 딱 1개만 사자. 2개도 안된다 딱 1개만 사자. 한 번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