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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의 하루

온도차가 극명한 솔로프리너의 삶의 뜨거움과 차가움에 대하여

by David Ha

지구엔 대기가 있지만,

수성엔 대기가 없어요.


회사에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리스크에 대한 안전망이 있지만,

솔로프리너에겐 없어요. 아니 만들어야 하죠.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어 낮에는 최고 430℃까지 올랐다가 밤에는 약 -180℃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온도차를 보여주는데,

신화 영역에 닿지 못한 솔로프리너 작은 행성들의 하루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굉장해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의욕적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코앞에 두고 굉장히 냉철해지죠.


오늘의 주제는 수성의 하루예요.


솔로프리너의 성공 기준?

주변 솔로프리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마다 성공의 기준을 달라요.

확실한 건 캐피털리즘 승리보다는 개인 라이프스타일과 시간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저 또한 후자에 가까워요.

심지어 사치 없이 검소하게 살아다보니 개인적인 성공기준도 상당히 소박해요. ㅎㅎ


1. 최소 생활비 + 서비스 재투자비 + 인간사회 실험? 비용

2. 개인 시간 잠식되지 않는 규모 내에서의 자동화·시스템화된 운영 구조

3. 혼자 감당가능한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문제해결

4. 함께 기여하는 솔로프리너와의 수익 분배

5. 세상에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영향주기


여기서 더 추가하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제 개인적인 기준에선 말이죠.


그래서 위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뜨거운 날차가운 날을 보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보고자 해요.

(물론 아직 성공하진 못했다. 현재 진행형)


섭씨 430℃

결정력

회사 다닐 땐,

직군이 한정적이어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야지 결정의 가치가 올라가죠!


솔로프리너는 개발, 마케팅, 기획, 재정운영, 고객님의 피드백과 의견 등등 모든 상황과 과정에 대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결정해야 해요!!


처음엔 신났지만 점점 해야 할 결정들이 늘어나고 과거 부채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결정해야 할 일들이 누적되는데 솔로프리너는 위임한 직원이나 동료가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결정적을 높이는 데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죠.

결정을 잘못하면 시간도 버리고 돈도 버리는데 그 손실을 보호해 줄 대기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정력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하게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찌 됐든 신나는 일이에요! ㅎ


돈보다 귀한 시간

이건 두말할 것 없어요.

회사의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요. 즉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냐 따라서 시간을 분배할 수 있다는 말이죠.

일하다 너무 지치면 어디 숲에 가서 맥주 한 캔 까도 좋고

도서관에 짱 박혀서 책도 실컷 읽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얼마나 좋아요!

시간에 대해선 긴말하진 않을게요. ㅎ


하지만 루틴 없이는 힘들어요.

루틴이 없이 보내다 허송세월 시간 낭비한 분들도 많이 봤으니 말이죠.

루틴 없어 걱정되면 일단 헬스장부터 시간 분배해서 무조건 다니세요. (강추)


나는야 판매왕

시간과 노동력을 대가로 돈을 받아봤지, 직접 만든 제품을 직접 팔아서 돈을 벌어볼 절호의 기회!

솔로프리너가 개발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대신 팔아줄 사람 없어요.

고객도 직접 모으고 머리를 굴려서 고객님께 얼마에 어떻게 설득해서 물건을 팔지 등 다해야 해요.

외주 맡기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가장 쉽지만 자칫하면 시간과 돈만 날리는 짓이라 생각해요.

어떤 분야든 결과물에 대한 판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판단력 없이 외주를 맡겨서 그대로 판매한다?

이 판단력 키우려면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솔로프리너 기간 동안 별 짓 다 해봤는데, 그 간 쌓아온 판매하는 스킬(디자인, 마케팅, 카피라이팅 등등)은 내 DNA에 박제해서 평생 소장하고 싶네요! ㅎㅎ


제품 빌드 역량

원래 개발도 좋아했고 AI시대니 어찌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와서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보다 초반에 쉽지는 않았어요!

본업이 원래 iOS개발이었는데, 하지도 않던 AWS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해서 여러 계약서 작성, 스키마 설계와 서버 애플리케이션 개발, 운영, 마이그레이션 그리고 Android, 웹 개발까지!

AI 옆에 두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해 본 결과 앞서 언급했던 결정력이 같이 맞물리면서

전 직장 다닐 때보다 기술 방향 결정력이 무척 좋아진 것이 체감되더라고요.

쉬는 시간엔 틈틈이 AI가 만들 산출물에 대해서 질문을 이어나가면서 오히려 배우는 시간도 가졌어요.

그래야 추후 AI의 산출물에 대한 판단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랑둥이와 관세음보살

유저 CS를 가장 쉽게 받는 법은 그냥 이메일 링크 던져주고 문의받는 방식이라 생각해요. 이게 사실 가장 쉬운데 채팅방처럼 만들어서 받다 보니 소통은 늘었지만 그만큼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도 많구나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전엔 좀 예민했던 성격이 무뎌지는 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좀 만 더 일하면 보살 될 거 같더라고요. ㅎㅎㅎ

이상한 이야기로 시비 거는 사람.. 그냥 불쌍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면 마음 편안~합니다 :)


뜨겁게 우상향 하는 지표와 올라가는 내 입꼬리

혼자 스스로 정의한 문제에 대한 정의와 가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폭발적으로 우상향 하는 지표!

좋지 아니합니까!!

긴 말은 생략할게요. ㅎ


섭씨 -180℃

보통 글을 쓰면 안 좋은 이야기 먼저 풀고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로 풀어서 긍정적 엔딩을 보여주면 솔로프리너 하고 싶던 분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을 텐데.. 저는 반대로 이야기해볼까 해요.


고향 가족 얼굴 흐릿

어찌 되었든 만든 제품 생존 시키려고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고향에 내려갈 에너지도 시간도 없었어요.

예상치 못하게 매일 하루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다 보니 시간은 없고, 막상 숨 쉴 틈 생기니 장거리 운전해서 고향 내려갈 힘이 없더라고요... 대중교통 이용할 시간까지 제품에 불탱

올해는 추석 긴 연휴에 몰아서 고향에 내려가서 보기로 했지만 가서도 일하고 있겠지만요....ㅎㅎ

지방출신 솔로프리너라면 가족 얼굴보기 쉽지 않아요.

아 부모님 그리고 동생, 친척들 보고 싶고 무척이나 그립다!


공휴일... 주말이 뭐였더라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이 통제되지 않는 삶이고 초반엔 성공 기준 달성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직장인들처럼 월~금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주말에 어디 놀러 가고 그런 거 없어요.

주말에도 일해야 겨우 생존할까 말까 하는 것이

아 이래서 회사는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 하는 이유가 다 그런 것이 아니겠어요!

주말에 의도적으로 쉬어도 계속 만들고 있는 서비스 생각나고 아주 미쳐 환장해요. ㅎㅎ


새벽 중 두뇌 데드락

잠은 무조건 잘 자야 해요.

그래야 내일 또 벌어질 일들을 소화할 수 있으니깐 말이죠.

그래서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잠을 청하지만 간혹 업무 강도가 심한 날에는

잠을 자야 한다는 의식과 비즈니스에 대한 의식이 서로 경쟁상태에 빠지면서

새벽 중에 생각이 끝도 없이 무한 반복되는 마치 머리가 쥐 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안 좋은 경험 중 하나 꼽으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새벽 중 두뇌 데드락 꼽을 것 같아요.. ㅠㅠ


예기치 못한 지출과 자산 감소

퇴사하면서 이건 다 계산하고 감안하고 나왔다만,

오우! 트럼프 형님 등장과 박살 난 주식밖에서 월급 옷 벗고 맞이하는 매서운 인플레이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 등등! ㅠㅠ


나름 아껴 쓰고 비즈니스를 특정 시점까지 만들고 나면 당분간의 자산 감소는 껌이지 했던 저의 오만함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있어요. ㅠ

솔로프리너인데 부양할 가족조차 없는 솔로?라면 부담 덜하겠지만,

가정이 있다면 그런 불안한 상황과 모습이 옆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요.


갑자기 내려가는 지표와 내 입꼬리

주식하는 사람의 마음처럼 서비스를 운영하는 솔로프리너도 갑자기 추락하는 지표를 맞이할 때면 눈물 나요. ㅠㅠ

운 좋게 지표가 상승했다가 추락해서 막상 데이터를 까보니 영양가가 없으니 추락할 수밖에요 ㅠ

마음도 지표 따라 오락가락해요~ 솔로프리너가 아니라면 함께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겠지만이 요동치는 지표는 고스란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법.... 슬픈 일이에요.


시간 부족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북 열고 어두워지면 딱 정시에 잠에 드는데 옆에서 점심 챙겨주는 동료가 없으니 가끔 밥 먹는 거 조차 깜박해서 거르는 것도 비일비재해요.

그래서 그냥 배고프면 빨리 먹을 수 있는 거 아무거나 꺼내먹고 할 일마저 하다 잠들곤 하죠.

되돌아보면 회의 시간과 일하는 시간사이 쉴 틈 없이 오고 가며 일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점심 먹고 동료들과 커피 마시면서 티타임 하던 과거들... 그냥 지상낙원이 따로 없더라고요.


성실함에 대한 가치 재평가

학교 다니면 성적은 좋지 않지만 성실하다.

직장에서 일을 천재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성실하다.


이 뜨거움과 차가움이 무한히 반복되면서 성공에 도달하기까지 돈과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기에

신화 속 솔로프리너들의 성공의 공통점을 보았을 때 좋은 아이템 보단 성공에 대한 목표 설정과 달성까지의 꾸준한 성실함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준비하시는 분이시라면 제 글이 판단하는데 도움 되길 바라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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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다음 이야기

글을 읽어보면 이런 생각 드실 겁니다.

이렇게 바쁘게 살고 계시는데 글 쓸 시간은 있나 보군요!?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한 것이 있었는데, 그 약속 카드가 발동하게 되면서 잠시 붕뜨게 되어서 잠시 지난 경험 정리할 겸, 짬을 내서 글을 쓰게 됐어요. ㅎㅎ

(심지어 앞으로 쓰고 싶은 글한 30~40개는 더 남았어요!, 다 밀린 것들이죠)


잠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재미있는 일을 찾아갈 예정이에요!


물론 운영 중인 서비스는 짬짬이 여유 있는 시간에 꾸준히~ 성실히~ 운영할 예정이고요 ㅎㅎ


과연 이 차가운 시장에서

저에 대한 가치를 어떤 회사가 알아봐 줄지는???

다음 이야기에 풀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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