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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Feb 01. 2021

모두의 가치를 헤아리는 교육

보편적 학습설계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교육대학원에서 자주 깨닫는 사실은 나의 시야와 이해가 얼마나 좁고 얕은가 하는 것이다. 아마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그렇겠지만, 특히나 학습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갈 길이 멀디 멀었음을 실감하고 또 실감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에듀테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면, 이번 학기에는 한 발짝 물러나 더 큰 숲을 조망해보기로 했다. 에듀테크는 학습의 편의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쓰임이 있지만, 내가 좀 더 집중하고 싶은 주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 유전적, 환경적, 사회적, 신체적 - 요인에 굴하지 않고 교육의 기회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어 에듀테크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하여 수강 신청한 과목은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보편적 학습설계, 이하 UDL).


누구나 한 번쯤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는 나의 성격이나 말투, 생활 방식이 '평범함'의 범주에 속하는 것 같은데, 다른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여겼는데 어떤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비치는 경험.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면 초등학생 때,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수업 시간에 처음 배운 나눗셈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다른 학생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는 이유로 부진아라고 분류되어버렸을 때. 중학생 때, 나는 배드민턴도 잘 치고, 철봉 오래 매달리기도 누구보다 잘하는 체육 유망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체육 시험 성적은 100미터 빨리 달리기에 걸린 시간으로만 매기는 바람에 형편없는 성적을 받았을 때. 내가 가진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자랑이 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되려 장애물이 되어버리는 그런 경험 말이다. 학생이 학습 성취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학생의 노력이나 지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 마련이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시스템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교육 시스템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똑똑한 아이가 저능아로 평가받기도 하고, 학생의 신체적 장애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창의력과 지능을 발산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첫 수업 전 리딩 과제였던 "UDL Theory and Practice (보편적 학습 설계 이론과 실행) (Meyer, Rose, and Gordon, 2014)" 1장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두려고 한다. UDL은 학습자들이 학습을 하는 데에 있어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제거하는 과정,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성격과 환경만큼이나 다양한 그들의 학습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을 아우른다. UDL의 근간이 되는 생각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은 대부분 모두에게도 좋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독증이 있거나 눈이 보이지 않는 학습자들을 위해 오디오 북을 제작했다고 해보자. 그 학생들에게는 오디오북이 학습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지만, 다른 여러 학생들 역시 텍스트를 집중하여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운전 중, 이동 중, 붐비는 대중교통 안에서 등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학습도구이기도 하다. 교과서에 쓰인 내용을 이해하고, 지문을 읽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시험을 봐야 하는 전통적 학습 방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좌절시켰을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 창의력, 표현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사회가 정의하고 있는 성공과 성취의 기준에 저절로 의문이 든다.


보편적 설계라는 개념은 건축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건축물이나 시설, 생산물을 장애 유무나 연령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 전에 모든 장애 요소들을 고려하고 그것을 설계에 반영하려는 노력(한국기업교육학회, 2010)"을 뜻한다. 이 개념을 교육에 적용시켜보면 곧 모든 학습자들에게 장애 유무나 연령 등과 상관없이 학습의 기회와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과 자료를 고민하고, 그것을 학습 경험 설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장애를 가진 쪽이 있다면 학습자보다는 학교 시스템일 것이라고 전제한다. 학교 시스템이 학습자가 겪고 있는, 충분히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어려움을 '장애'라고 단정 지어버리고 달리 증명해 보일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학습자들이 스스로 그들에게 씌워진 사회적 굴레를 벗어나기 힘드니까. 따라서 UDL은 단순히 학습자들을 돕는 것을 넘어 학교들과 교육자들이 학습자들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치워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고무적인 사실은 신경과학 및 교육 관련 연구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보편적 학습설계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다양한 학습자들이 모두 높은 학습 성취도를 얻을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UDL 핵심 원칙 3가지:

1. 다양한 방식의 학습 참여 (engagement) 기회를 제공한다.

2. 다양한 방식의 표상 (representation)을 제공한다.

3. 다양한 방식의 행동과 표현 수단 (action & expression)을 제공한다.


다양한 참여, 표상, 행동, 표현 수단 제공이라... 대략 학습 과정 (지식을 처음 배우는 것부터 배운 것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것까지) 전반에 걸쳐 학습자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뜻 같다. 예를 들어 숙제를 '일기를 써오세요' 대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내어줌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글쓰기로 제한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느꼈던 기분을 만화나 추상화로 그려내거나, 녹음을 하거나, 짧은 문장이나 시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일기를 쓰는 것과, 오늘 하루를 표현하는 것 모두 스토리텔링/서술의 핵심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후자는 다양한 학습자들의 성향과 표현방식을 포용함으로써 보다 많은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숙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한다. 정말 아- 다르고 어-다르다.


최근 신경과학의 발전은 개개인의 고유함으로 인한 개인차이를 예측 가능하고 일반적인 변동성 (variability)으로 본다. 뇌의 기능과 특성은 체계적인 변동의 연속성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UDL 설계자나 교사가 다양한 학습자들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그에 상응하는 유연성을 갖춘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학습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타고난 능력을 강화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장벽을 줄여줄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을 갖춰야 하고, 교사들이 각 학습자들을 위해 쉽게 맞춤화할 수 있어야 한다. 쓰고 보니 알듯 말듯하다. 이 부분은 조만간 좀 더 공부해서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초기의 UDL은 학습자들의 강점과 약점이 환경적 상황과 관계없이 개인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했다. 물론 틀린 전제다. 학습 환경은 학습자 개개인의 개별적 특성이 학습에 장애가 되는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다시 말해 학습은 '학습자와 학습 환경 간의 상호작용' 중에 발생하며, 학습 환경은 그 자체로 복잡하고 다이내믹한 맥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UDL은 이렇듯 학습 환경(콘텍스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됨에 따라 학습자와 학습 콘텍스트 상호 작용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다루게 되었다.


지금부터 개인적으로 제1장에서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부분 <UDL: 인지 또는 영향 -> 인지와 감정의 상호의존성에 이르기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동주의 (behaviorism) 인지주의(cognitivism)를 밀던 추세였던지라 교육학과 심리학적 연구에서 '감정'의 역할은 무시되었다. 그러나 요즘 인지과학자들은 감정이 학습자들의 사고와 추리를 조직하고, 추진하고, 증폭시키고,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뒤늦게 교육학에 입문한 사람으로서, 아니 한 사람으로서 의아한 부분이다. 일이나 공부를 할 때 인정을 받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그 일과 공부가 나의 적성과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 더 잘하고 싶어 지고 - 몰입도가 높아지고 - 결국 더 잘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바람직하게도 UDL은 감정과 인지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인지하고, 학습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도전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들이 자신의 학습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한다. 모든 학습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약점이 학습의 걸림돌이 되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이 더 풍성한 학습을 가능케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학습자들에게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함과 동시에 필요한 지원과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습 설계 과정 중간중간에 형성 평가 (formative evaluation)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성 평가는 학습 설계 과정에서 교수자와 학습자의 피드백을 받고, 그에 맞게 커리큘럼을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들이 의도된 학습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는 평가를 말한다. 다시 말해 설계한 커리큘럼을 진행해보다가 발견하는 걸림돌들을 그때그때 치우고, 필요한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학습자들이 다시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형성 평가 과정에 당사자들, 즉 교사들과 학습자들을 개입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그들이 스스로와 서로의 학습 과정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학습 목표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습 방식 및 자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형성 평가라니! 내가 UDL 수업과 더불어 수강하고 있는 다른 수업 제목이잖아! 사실 리딩을 하다 보면  두 수업의 내용이 워낙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내가 어떤 수업의 리딩을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UDL 가이드라인_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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