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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8. 2020

전설의 엘도라도 - 과타비타 호수


우리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민박 사장님께서는 외부 사정으로 인해 집에만 있던 우리가 불쌍했는지 근교 여행을 제안해 주셨다. 보고타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는 것 같아 투어비를 받지 않고 투어를 진행해 주시기로 한 것이다. 찰스와 나, 옆방 아저씨까지 총 4명이서 근교의 과타비타 호수로 당일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 과타비타 호수로 가는 길은 매연이 가득했던 보고타와는 완전히 다른 맑은 날씨와 푸른 숲이 펼쳐져 있어 경관이 무척이나 좋았다. 여행 속의 여행이라... 오랜만에 여행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여행 중에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여행도 지속되면 생활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과타비타 호수로 가는 길  


과타비타 호수로 가는 길


과타비타호수는 엘도라도가 묻혀 있는 곳으로 알려진 신비의 호수이다. 신비의 호수가 있는 곳답게 그곳은 매우 신성한 땅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과타비타 호수는 전체가 공원으로 되어있고 개인적으로는 방문을 하지 못한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몇 명이 한 조를 이루어 같이 이동하는 식으로 투어는 진행되었다. 우리는 옛날 원주민이 의식을 행했던 것 같은 움막에서 몸을 정결히 하는 의식을 행하고 신비의 땅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를 담당하게 된 해설사분은 아주 엄한 선생님과 같았고 거기에 과할 정도로 설명을 많이 해 주었다. 해설사 분들 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분인 듯했다. 그 해설사 분을 따라 이동을 하며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며, 이곳의 신비로움, 여러 가지 역사들까지 끊임없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설명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어... 나는 20% 정도밖에는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은 비밀... 우리를 담당한 해설사분은 몸과 정신을 바르게 하고 신성한 곳에서 정기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조용조용 산의 정기를 느끼도록 해주었다. 당연히 일행 간의 잡담이나 간식 등을 먹는 행위는 금지!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던 나는 부끄럽게도 초코바를 먹다가 걸리기도 했다.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과타비타 호수를 보기 위해 우리는 해발 3000m 정도 되는 곳까지 등산을 해야 했다. 나는 혹시나 고산 증상이 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조심조심 천천히 산을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식물들이며, 보기에는 아주 작은 식물이지만 실제로 수십 년 동안 자라고 있는 식물 등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 드디어 정상에 오른 후 과타비타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석회가 섞인 듯한 연두 빛을 띠고 있는 호수는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옛 스페인 정복자들은 호수의 물을 모두 빼서 바닥에 감춰져 있는 황금을 얻기 위해 한쪽 산을 깎아서 물을 빼려는 시도를 했었단다. 실제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한쪽 산의 움푹 파인 부분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과감하다고 해야 하나... 결국 그들의 계획은 실패했고 그 결과 이 곳은 아직도 엘도라도가 잠겨 있는 호수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엘도라도가 잠겨 있는 과타비타 호수


산을 깎아 놓은 흔적


이번 여행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상상도 못 해본 엘도라도 잠겨 있는 과타비타 호수까지 보다니... 뜻하지 않은 수확이었다. 사실 난 사장님의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엘도라도가 이곳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책에서만 보던 그곳을 실제 와볼 수 있다니!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꽤 유명한 바베큐 집에 들러서 푸짐한 저녁식사도 함께 했다. 관광객들이 아닌 찐 현지인들이 모임을 갖는 듯한 그런 장소였다. 동양인 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 그런 곳. 한쪽에서는 가족 모임과 작은 파티들이 있고 한쪽에서는 교외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유명한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이런 곳을 방문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현지인들이 많은 장소에 오면 내가 그들의 삶에 조금은 더 다가간 느낌이 들어서일까. 아무래도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그 지역의 겉모습만 보고 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 현지를 더 느끼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 아주 충분한 곳이었다.


 

모둠 바베큐 한 바구니

   



보고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었던 위험한 상황과 그와 정 반대인 엘도라도 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 다만 보고타에서 재회하기로 했던 나의 스페인어 선생님인 Wendy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상황을 너무 쉽게 본 것은 아닌가 싶지만, 밖이 너무 위험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곳과 우리가 있는 곳이 너무 멀다는 이유로 그녀는 우리를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보고타가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지구 반대편에서 왔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에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인연이 참 소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망을 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 만났던 한 친구에게 콜롬비아가 왜 좋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콜롬비아라는 장소보다는 그곳의 사람들이 참 좋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콜롬비아가 얼마나 볼 것이 없으면 사람이 좋다고 하냐고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 생각난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그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나의 여행을 기억해 보면 어느 장소를 방문했던 것 보다는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더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우리의 지난 여정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빠진다면 그 여행이 참 재미없고 뭔가 아쉬움이 많이 따랐을 것 같다. 여러 민박집 사장님들, 그곳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들 그리고 길에서 스치듯 지나친 수많은 현지인들까지... 나처럼 사람에 대한 정이 없고 개인주의적인 사람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언제나 혼자 아니면 찰스와 나 둘뿐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나의 삶 속에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내가 스치듯 만난 인연부터 주변 지인들까지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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