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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Apr 25. 2021

화산과 호수의 마을 - 푸콘(Pucon)

아타카마에서 출발한 우리는 칠레 산티아고, 발디비아를 거쳐 칠레인들이 좋아하는 휴양도시인 푸콘을 향해 출발했다. 산티아고와 발디비아는 그 당시 시위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불안한 마음에 우리는 숙소에서만 머물 수밖에 없었다. 콜롬비아 보고타와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그들의 시위를 경험한 우리는 두려운 마음에 시내를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특히 발디비아는 격렬한 시위 탓에 도로 곳곳이 불에 타 있는 경우도 많았고 많은 호텔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푸콘 역시 칠레의 한 도시인지라 우리는 약간의 두려운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사실 푸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칠레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라는 것과 커다란 호수가 있다는 것. 몇몇 블로그에서 잠깐 소개되었던 '하이드로 스피드'라는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나는 이 '하이드로 스피드'에 꽂혀서 이곳 푸콘을 찾게 되었다. 내가 워낙 물을 좋아하고 물에 대한 공포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물에서 하는 강렬한 액티비티인 '하이드로 스피드'를 반드시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단지 그것뿐. 이곳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 기대 또한 별것 없이 도착한 곳.

그러나 우리가 푸콘에 머물기로 한 때는 하필이면 연말 시즌이어서 우리는 이곳에서 일주일간이나 머물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신의 한 수! 푸콘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고 일주일을 지내기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이 아쉬워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는 두 달 가량의 여행으로 몸도 마음도 약간은 지친 상태였다. 엄밀히 말하면 이젠 어지간히 특이한 것을 보지 않는 이상 그리 신나 하지 않는 약간의 여행 권태기가 찾아온 느낌이었다. 푸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도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마을에 '뭐 여기도 별것 없겠군!'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찾았다. 우리가 예약했던 숙소는 별다른 이유 없이 우리를 다른 숙소로 안내했고, 생각보다 열악했던 숙소 사정에 도착하자마자 약간의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 숙소에는 일어서면 내 키보다 키가 클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강아지가 세 마리나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하여 강아지를 보면 아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더욱이나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개는 절대로 물지 않아. 이 애들이 얼마나 착한데!'


숙소 주인장은 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내 마음속의 트라우마는 쉽게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별 기대감 없이 마을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호숫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지도를 따라 호수를 찾아가는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여긴 완전 휴양지 분위기가 제대로 나는 듯한 모습! 갑자기 나타난 비야리카 호수!


오전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해가 긴 이곳은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가득찬다


'와~! 이거 뭐지?'

 

마치 해운대를 연상시키는 엄청 넓은 모래사장이 파라솔과 비치타월을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갑자기 활기가 솟고 지금까지의 기분과는 다르게 나는 빨리 저들의 틈으로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연말 휴가시즌이라(칠레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서 연말 시즌이 한창 더운 여름이다) 사람들이 더욱 많았던 탓에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휴양지의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로 우리는 일주일간 매일 오후가 되면 도시락을 챙겨서 호숫가로 나가서 일광욕과 물놀이를 제대로 즐겼다. 일광욕을 하면서 물가에 누워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았고,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이후로 환경이 열악한 지역만 다녔던 우리는 오랜만에 한가로운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호수의 물은 바닷물과 달리 민물이어서 물놀이를 하고 나도 너무나 깔끔하고 뒤처리가 쉬워 물놀이를 한 후에도 항상 기분이 좋았다.






푸콘은 액티비티의 성지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류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하이드로 스피드'인 만큼 나는 이 시간을 너무나 기다려왔다. 찰스와 나는 우리가 머무는 기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하이드로 스피드'를 하기로 했다. 참고로 '하이드로 스피드'는 맨몸으로 급류를 타는 강렬한 액티비티 중의 하나이다.

투어 예약을 하고, 투어 차량에 올라타니 가이드가 알 수 없는 문서에 싸인을 하라고 하는데...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그런 종류의 서류인 것 같았다.


'와~ 이거 꽤나 위험한 것 같은데?'


계곡에 도착하여 슈트로 갈아입고 잠깐의 안전교육과 비상시 대처방법 등을 배운 우리 일행은 바로 입수를 했다. 우리 일행은 총 12명이었는데, 가이드가 총 4명. 가이드의 숫자만 봐도 꽤나 위험한 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들은 완전 물에서 날아다닌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수영실력과 물과 일체가 되어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완전 베테랑 들이었다.


'내가 남자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이 친구들 진짜 멋있던데!'


나중에 찰스가 얘기하기로 본인이 보기에도 너무나 멋있는 청년들이었다며...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멋있는 친구들이었다.

물에서 잠깐 적응시간을 가진 후 우리 일행은 강물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급류가 나타났는데... 오 마이 갓!

나는 수영에 꽤나 자신이 있고 결코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멘붕!

어마어마한 급류를 맨몸으로 통과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마음뿐!


'이거 장난이 아닌데?'


이때는 며칠 전까지 꽤나 많은 비가 온터라 강물의 수위는 많이 높아져 있고 물살이 어마어마하게 쎈 상태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이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나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가이드는 그렇지 않다며 보트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나를 보트 위로 밀어버렸다. 나는 순간 자존심이 확 상했지만 보트 위로 올라가니 찰스가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찰스는 일찌감치 보트 위로 올라가서 하이드로 스피드가 아닌 래프팅을 증기고 있었던 것이다.

보트에서 한 번의 급류를 다시 통과한 나는 가이드에게 다시 내려가겠다고 하여 다시 한번 도전!

그 후로는 죽기 살기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물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물과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총 5~6번 정도의 급류를 통과하고 약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하이드로 스피드는 마무리가 되었다. 도착하고 보니 우리 일행들은 모두 키가 180cm 이상되는 아주 건장한 청년들이었고 그들 틈에서 나는 살겠다고 끝까지 버틴 것이었다.


'It was the best one hour of my life!'


누가 뭐래도 이 한 시간은 내 생에 가장 집중력 있고 흥분되었던 시간이다. 급류 타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가이드는 코리안 우먼 어디 있냐며 나를 찾은 후 나보고 잘 따라왔다며 엄지척을 해주었다.





별 기대감 없이 왔던 푸콘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기분전환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여행의 권태감을 느끼고 있을 장기 여행자들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 여행지이다. 우리가 했던 액티비티는 한 가지뿐이지만, 이곳에서는 화산 트래킹, 패러글라이딩, 온천, 래프팅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마을 또한 너무나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마을길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곳이다.

일주인간 머물렀지만 아쉬움을 한가득 안고 떠나야 하는 푸콘! 카르타헤나에 이어 내 마음속 1순위 휴양지가 된 이곳! 언젠가 다시 한번 방문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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