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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Feb 01. 2021

도민준이 사랑한 곳 - 아타카마(Atacama)

도민준이 사랑한 도시 아타카마!

도민준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몇 해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남자 주인공 외계에서 온 도민준. 외계인 도민준이 지구 상에서 가장 사랑한 땅 '아타카마'.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땅이라 알려진 곳이며, 일 년에 이틀 정도만 비가 내리는 곳. 그래서 이곳에 오면 하늘의 별들이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별도 사랑하고 도민준도 사랑한 나에게 아타카마는 환상 속의 그곳이었다. 그러나...


'아타카마는 도대체 어디 붙어 있는 땅이야?'


처음 드라마를 볼 때는 마치 외계의 어느 곳을 얘기하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그곳. 살아생전 내가 절대로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곳. 그곳이 바로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이다. 원래는 볼리비아 땅이었지만 칠레와의 전쟁으로 칠레의 땅이 되어버린 곳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지도에서 아타카마를 발견한 후 나는 도민준이 사랑한 땅을 갈 수 있다는 설렘과 과연 그곳의 별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곳 여행을 무척이나 기다렸다. 드디어 내가 그곳엘 가볼 수 있다니!!!!

 

아타카마로 향하는 길 위에서.


예상치 못했던 허리 부상으로 우유니에서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고 아타카마행 버스에 올랐다. 우유니에서 아타카마까지는 버스로 약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픈 허리로 10시간의 버스 이동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아타카마의 여정을 하루 줄이고 우유니에서 하루 더 머물렀던 것이다. 하루를 더 머무는 동안 나는 하루 종일 아픈 허리를 데리고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지만... 다행히 허리가 거의 나아 통증은 거의 없었다.

새벽부터 버스로 이동을 하는 터라 우리는 버스에서 계속 잠을 잤고, 국경을 통과할 때만 잠깐잠깐 일어나서 출입국 수속을 하고는 다시 잠들곤 했다. 중간에  Carama라는 곳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 회사의 착오로 약 4시간가량 기다렸다 타는 바람에 아타카마에는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도시 전체가 흙바닥인 아타카마에서 캐리어를 갖고 이동하는 것이 그리 쉽진 않지만 다행히 우리 숙소는 터미널 근처에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숙소는 꽤 마음에 들었고,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숙소 주인은 전날 숙박비를 받지 않는 배려를 해 주어서 다행히 이중으로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어 찰스와 나는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사실 우유니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한 후 나는 아타카마의 숙소 주인에게 우리의 사정을 설명하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며 절대 no show가 아니라 사정상 하루 늦게 도착하는 것이라고 구구절절 설명을 한 터라 숙소 주인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배려해 준 것 같았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작은 배려가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배려로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니깐...


이틀밖에 시간이 없던 터라 우리는 서둘러서 투어 예약을 하기 위해 시내로 나섰다. 여행사들이 있는 시내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바닥은 흙바닥이었고 건물들도 볼품없는 단층 구조였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왠지 따뜻하고 여행자들이 편히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화려한 도시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곳. 그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내가 생각했던 남미의 도시를 찾은 느낌이랄까? 다운타운에는 여러 여행사가 있었고,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여행사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굳이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찾지 않아도 그곳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까다롭게 고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여행사를 찾고 있었는데 한 잘생긴? 청년이 호객행위를 하길래 따라 들어갔다. 우리는 별 투어 및 다음날 낮의 사막투어를 예약한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며 별 투어 픽업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 잘생긴 청년은 나중에 우리가 아타카마를 떠난 후 끝까지 사진을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를 해 주었다. 본인도 사정이 생겨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진을 챙겨줘서 참 고마웠다. 우리에게는 평생 간직될 사진이기에...  


아타카마의 다운타운 거리


약속된 시간에 투어 차량이 숙소 앞까지 와서 우리를 픽업한 후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투어 참가자들을 다 태우고 별이 잘 관찰되는 미지의 장소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투어 버스는 가로등도 어떠한 불빛도 없는 알 수 없는 길을 한참을 달리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이미 그곳에는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고,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우리는 차례대로 별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굳이 망원경이 아니더라도 쏟아지는 별빛을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은하수와 심지어 안드로메다 은하 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하수를 보았다. 아~ 책에서만 보던 은하수를 맨눈으로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우유니에서도 많은 별을 보았지만 우유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주위에는 우리 일행 10여 명을 제외한 그 누구도 없었으며 모두들 조용조용 별을 관찰하고 가이드의 설명만이 유일한 소리였다. 고요 속에서 별을 관찰하고 있으니 도민준이 왜 이곳을 그토록 좋아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쏟아지는 별빛, 너무 밝아서 뿌옇게 까지 보이는 은하수,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우리는 별빛을 배경으로 차례차례 사진을 찍으며 갖가지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최대한 신비롭고 멋있게 나올 수 있도록...

 




전날의 별빛 투어의 감동을 안고 우리는 낮의 사막 투어를 하기 위해 다시 다운타운의 여행사로 향했다. 여행사로 가는 도중 우연히 나와 같은 이름의 젊은 친구를 또 만났다. 이 친구는 쿠스코에서 같은 민박집에 있었는데 우유니의 투어사 앞에서, 아타카마로 향하는 버스에서, 또다시 아타카마의 길 위에서 마주쳤다. 이쯤 되면 완전 인연 아닐까? 이 친구와는 서로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이후에 칠레의 푸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서 계속해서 마주치는 우연의 우연이 계속됐다. 남미 여행을 할 때는 서로 동선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마주치는 친구들을 계속해서 마주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 친구와는 그 우연이 계속되어 참 신기하기도 했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경비를 모았다는 그 친구... 지금 한국에서도 잘 살고 있겠지?


아타카마에서는 여러 가지 투어를 해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짧아진 관계로 달의 계곡 투어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사막에서 자전거도 타보고 싶었고, 온천에 가서 수영도 해 보고 싶었지만...

 

달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


우리는 투어 차량을 타고 사막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사막...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한없이 고운 모래... 내가 영상으로만 보았던 그 사막... 말로 표현이 안될 지경이었다. 지구 상에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비가 오지 않는 곳. 그곳의 척박함과 그 척박함의 아름다움. 앞으로 자연은 또 어떤 모습을 나에게 보여줄까...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같은 모습이 없는 자연의 모습. 경이롭다 환상적이다 뭐 이런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자연... 자연의 위대함이란...

 

사막 투어의 첫 번째 코스인 성모 마리아상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모래 언덕을 올라가 바라본 전경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맞이한 광경이었다. 마치 밀가루보다 더 고와 보이던 모래와 간혹 보이는 바위 절벽들의 조화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랜드캐년의 그 모습보다도, 우유니 사막의 하얀 벌판보다도 더 감동스러웠다. 순수한 사막의 풍경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했다.



투어 중에 브라질에서 근무를 한다는 한 청년을 만났다. 브라질에서 일을 하면서 휴가 때마다 주변 나라들을 여행한다고 했다. 이 친구와 얘기를 하다 보니... 찰스와 같은 동네 출신이 아닌가! 이곳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같은 동네 출신을 만나다니!!! 신기하면서도 세상 참 좁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아쉬움에 저녁까지 함께 한 후 헤어졌다.

 


도민준으로 시작되어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끝난 아타카마! 나와 이름이 같은 젊은 친구, 찰스와 같은 고향의 청년, 끝까지 책임을 다한 여행사 청년, 우리 숙소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볼리비아에서 온 어리지만 아이 엄마였던 친구까지 스치듯 지나갔지만 소중한 인연들도 만났던 아타카마! 도민준이 사랑할 만하고 나 역시도 사랑하게 된 아타카마! 다시 방문할 날이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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