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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Jan 25. 2021

처음 맞이한 위기 - 우유니사막(Uyuni)

대망의 우유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남미 여행자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꿈꾸게 한 그곳 바로 우유니에 도착했다. 광활한 우유니 사막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지 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나는 아직까지 어떤 종류의 사막도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심지어 소금 사막이라니. 물론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서 많이 접해보긴 했지만 그 모습을 직접 보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가득 안고 우유니 공항에 내렸다. 우유니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은 바로 호텔! 우리의 전 일정 중 가장 비싼 호텔이며 이 척박한 우유니에서 찾기 힘든 고~급진 호텔에 그곳의 인테리어가 뛰어나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방이 총 4개밖에 없어서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출도착 비행기표와 함께 가장 먼저 예약한 곳이 바로 이 호텔과 우유니행 비행기 표였다. 여러모로 기대감을 가득 안고 도착한 우유니였다.


호텔 입구


우리가 도착한 호텔은 아주 작은 호텔이었다. 마치 가정집을 개조해 놓은 것 같은? 분위기의 아담한 호텔이다. 밖에서는 이곳이 호텔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을 만큼 작은 문을 갖고 있는 호텔이다. 예상했던 대로 호텔의 방 구조는 간결하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는 고급진 분위기였으며 특히나 화장실의 구조가 아주 마음에 드는 그런 구조였다. 뭔가 우유니스러우면서도 그렇지 않은 분위기...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프랑스인이 주인이었고 지금은 여행 중이라 볼리비아인 직원이 맡아서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곳은 특히나 조식이 아주 좋기로 유명한데, 리스트 중에서 각자 먹고 싶은 종류와 양을 고르면 맞춤식으로 조리해 주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나와 찰스는 이것저것 먹고 싶은 만큼 다 주문을 하고 다음날 조식을 무척 기다리기도 했다.


호텔 조식 주문 표


호텔에서 제공해 준 조식


우리는 호텔에 짐을 풀고 다음날 조식 신청까지 한 후 투어 신청을 위해 여행사로 향했다. 호텔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투어사가 있었다. 분명히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인이 두 명?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게 웬일... 투어사 앞에는 한국 여행객들이 다수 모여있었고, 어디선가 계속 한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드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순식간에 열댓 명 아니 그 이상의 한국인들이 모이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이렇게 저렇게 다들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나도 이전 여행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친구들은 몇몇 만났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알고 보니 젊은 친구들은 비행기 값이 부담스러워 버스나 기차로 약 10시간 이상을 이동해서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그 친구들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버스로 10시간가량 이동을 한다고 하면 절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할 생각을 전혀 못했었는데, 그동안의 여행지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니 10시간 버스 이동은 이곳에서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여기저기서 모여든 한국인들 덕에 여기는 볼리비아 우유니의 한인타운? 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그곳은 그냥 한국인들밖에 없었다. 현지인들이라곤 여행사 직원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우유니에 한국인 관광객 밖에 없다더니 그게 영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 봤던 그 외국인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건지 이후에도 외국 관광객들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많은 경쟁? 속에서 우리는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당일 sunset & star light tour와 다음날 day tour를 예약할 수 있었다. 처음 계획할 당시에는 우유니 사막 1박 2일 투어를 하면서 그 유명하다는 소금 호텔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우유니의 별을 온전히 관찰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지희는 우리에게  ‘사막의 밤은 정말 너~~~ 무 춥다 그냥 편안한 호텔에서 주무시고 투어는 낮에만 다니시라’ 고 하여 우리는 애초에 1박 2일 투어보다는 2개의 투어로 나누어 우유니를 관광하기로 했던 것이다.


새벽부터 이동을 하느라 힘들었던 우리는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본격적인 투어를 위해 다시 여행사 앞으로 갔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오전에 예약할 때 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투어사 앞에서 투어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6명이 한 조였는데 총 3쌍의 커플이었다. 그들과 함께 차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사막으로 향했다.


이곳이 해발 4000m가 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광활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눈밭 같은 땅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우유니 사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이곳이 그 미지의 땅 우유니사막이구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하얀 사막. 늦은 오후에 도착한 사막은 아주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만의 차분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사진을 찍으며 각자 우유니 사막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행 중 한 커플이 드론을 가져왔다며 같이 영상을 찍자고 제안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드론 영상이라니!



시간이 지나서 해가 질 무렵부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개인 또는 단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커플이라 각 팀이 커플 포즈를 제안하면 다들 따라서 하는 방식으로 차례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한 팀이 여성이 남성을 업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우리도 따라서 포즈를 취하는 순간!!! 찰스를 업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허리에서 요란하게 두두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어? 이상한데?


'오빠 나 허리가 좀 이상해...'

'왜? 다친 것 같아? 그러니깐 조심을 했어야지... 니가 나를 업는 것은 무리지...'


문제의 그 사진


나는 그러다 좀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해가 지길 기다리며 차 안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차 안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별 이상이 없었고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해가 진 후 사막이라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추워서 그런 것 같다고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는데, 경련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게 뭐지... 한참을 경련을 하니 좀 가라앉는 듯하여 우리는 단체사진과 각자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들 우리가 타고 온 지프차 지붕에 올라가서 사직을 찍었지만 나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서 그냥 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저찌하여 우리는 투어를 잘? 마치고 여행사 앞까지 도착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투어사에서 호텔까지는 약 500m 정도 되는 거리였다. 나는 그때까지 허리가 계속 불편하여 찰스의 부축을 받으며 살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200m 정도 걸었을까? 다시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무섭고, 떨리고, 단 한 발 짜욱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고 나를 부축하던 찰스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허리가 부러진 줄 알았다. 단순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해서 이렇게 온몸에 경련이 일 수는 없다는 나의 얕은 지식으로 판단했을 때 이것은 분명히 부러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우리는 한참을 서서 울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정말 천~천~히 한발 한발 움직여 겨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이 컸고, 옆에서 지켜보는 찰스 또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폭풍 검색 후에 내 허리는 부러진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린 후 일단 좀 쉬어 보기로 하고 꼼짝 않고 누워 있어 보기로 했다.

다음날 날이 밝을 때까지 내 허리는 별 차도를 보이지 않아 아쉽게도 우유니 사막 day tour는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움직일 수 없으니 찰스가 혼자서 투어 취소와 환불을 받기 위해 투어사에 가기로 했다. 나보다는 언어의 한계가 좀 더 큰 찰스를 혼자 보내는 것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찰스는 혼자서 갔다 오겠다고 하고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다.

한참 후 찰스는 한 손에는 빵 봉지를 들고 엄청 씩씩 거리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사람이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환불을 안 해준대! 분명히 어제 다친 것 뻔히 알면서! 아직 시간도 엄청 많이 남았는데!!! 나쁜 사람들!!!!!'


환불 실패! 옆에서 보진 않았지만 찰스는 엄청난 몸짓으로 환불 신청을 받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장사속을 이겨내지 못했을 뿐...


하루 종이 정말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으니 허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그래서 바깥바람도 쐴 겸 저녁도 먹을 겸 해서 우리는 우유니에서 유명하다는 바비큐를 먹으러 나갔다. 역시나 구운 고기는 진리! 그 아픈 와중에도 고기를 먹겠다고 밖으로 나온 나는 뭔가... 암튼 맛있게 먹고 호텔로 다시 들어가서 요양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저녁에 먹은 바비큐가 좀 덜 익었던 것인지... 찰스와 나는 둘 다 장염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내가 5분 간격으로 화장실까지 가려니... 아... 이게 무슨 난리야... 거기에다 고산지역이다 보니 몸의 안 좋았던 부분들이 다 도드라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전에 아레키파에서 파리에게 물렸던 자국들이 다시 돋아나며 온 몸이 가렵기 시작하고 화장실은 5분에 한 번씩...


'우리의 여행은 우유니에서 끝나는 줄 알았어'


내가 다 나아지고 나서 찰스는 그때를 생각하며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너무나 절망적이게 우리의 여행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하면서...


다행히 비상약으로 가져온 약들을 드리 붇고 나서 우리는 하나씩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틀 정도 꼼짝 않고 누워 있으니 내 허리도 어느 정도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우유니에서는 사막을 투어 한 기억은 아주 살짝... 침대에 누워서 호텔에서 주는 조식을 받아먹은 기억밖에는 없는 것 같다.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준 찰스... 항상 고맙고 언제나 든든!!!


비록 한낮의 사막투어는 못했지만, 밤에 쏟아지는 별빛을 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우유니! 찬란한 별빛아래서 찰스와함께 손을잡고 찍은 이사진을 보며 우리는 그때를 떠올리곤한다. 여행중 가장 큰 어려움을 만났지만 역시 우리 둘은 함께라는 사실을 알려준 우유니에서의 추억...  

여행은 힘든일이거나 즐거운일이거나 모두 한장의 추억이 되는 그런 마술같은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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